• 대통령들, 대통령제 미워하게 만들다
        2008년 09월 23일 07: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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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레디앙
     

    <중앙일보>가 지난 22일 ‘창간 43주년 특집’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체제를 선호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외치’,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정부형태’에 대한 선호도가 39%를 차지해 가장 높았던 것이다. 내각책임제도 33.9%를 차지했고, 대통령제는 24.7%에 그쳤다.

    대통령 권한 나눠줘라

    <YTN>이 불과 2달여 전인 지난 7월 17일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47.3%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39.5%가 내각제를 선호했고 분권형 대통령제는 소수에 불과했다. 비슷한 시기 <CBS>여론조사에서도 4년 중임제가 36.7%로 가장 많았고, 5년 단임제가 20.1%, 의원내각제 11.3%, 분권형 대통령제 9.6% 순이었다.

    4년 중임제든, 5년 단임제든 그동안의 많은 여론조사에서 굳건하게 선두를 지켜왔던 대통령제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불과 두 달여 만에 갑자기 분권형 대통령제가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체제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론조사 전문가인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대통령제가 의심받고 분권형 정부형태나 내각제를 선호하는)분위기는 감지가 되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달여 만에 벌어진 여론 전복사태가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잇단 실책과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밝혔다.

    홍 소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개발독재에 대한 향수가 강하고 강한 리더십을 기대해 왔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선호해 왔으며 대통령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는 ‘혼란’으로 치부해왔다”며 “이런 분위기는 전두환 정권에 우호적 여론 형성도 해왔고 IMF가 터지기 전 김영삼 정부까지 유지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IMF가 터지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지나면서 조금씩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가 시작되었지만 어느 정도 노무현 정권 때까지는 강한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있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김영삼 정권 이후부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까지 임기만 믿고 무책임한, 독선적인 대통령제에 대한 견제장치의 필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했고 특히 이명박 정권들어 그와 같은 현상이 심해지면서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제도적 독선 견제 필요성 인식

    실제 가까운 노무현 정부 이후부터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기대는 점점 하향세를 보여왔다. 지난 2005년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대한 선호도는 45.2%에 달했고 대안으로 꼽혀왔던 대통령 4년 중임제가 25.9%로 나타나는 등 대통령제가 강세를 보였다.

    당시 참여정부가 대통령-총리로 나누어 시행 중이었던 분권형 국정운영과 유사한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분권형 대통령제는 15.7%, 내각제는 10%에 그쳤다. 2006년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36.9%, 5년 단임제가 34.7%로 4년 중임제가 조금 앞섰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는 6.5%, 의원내각제는 6.3%에 그쳤다.

    2007년 말 리얼미터의 조사에는 4년 중임제가 42.1%로 가장 많았고, 5년 단임제는 28.4%로 격차가 벌어졌다. 분권형 대통령제가 6.0%, 의원내각제는 4.5%에 그쳤다.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는 5년 단임제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대신 4년 중임제에 대한 기대감이 오르다 이번 여론조사를 통해 정부의 권력을 보다 강하게 견제할 수 있는 견제장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는 “중앙일보가 응답자에게 제시한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선택이 이루어진 것은 현재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된 데 대한 반사 표현으로 생각된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민주정부라고 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과도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대부분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것보다 나눠져 있는 것을 선호할 텐데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가는 것을 커다란 지각변동으로 인식하다보니 내각제의 급변 말고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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