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들 억압하면 반드시 대가 받을 것"
    By mywank
        2008년 09월 22일 02: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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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다음카페 ‘유모차 부대’ 운영자 2명을 포함, 유모차를 끌고 촛불집회에 참가한 주부 3명에 대해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혀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뿔이 난 ‘유모차 엄마’ 들이 22일 오전 11시 서울경찰청 앞에서 규탄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방침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유모차 엄마들 뿔났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모차 부대’ 회원을 비롯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방송장악·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각계 시민단체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으며, 참석자들은 ‘아기들 발톱의 때만큼도 못한 민중의 곰팡이’ 등의 문구가 들어간 피켓과 노란 풍선을 들고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 모습 (사진=손기영 기자)
     

    ‘유모차 부대’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저녁 뉴스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아이의 옹알이에 눈을 맞추며 즐거워하던 엄마들이 왜 멀리 지방에서 힘들게 서울까지 왔겠냐”며 “이런 원인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하지도 않은 불법’을 자행했다며 표적수사와 탄압을 벌이는 것이 진정한 경찰의 모습이냐”고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이들은 이어 “저희 아이 엄마들은 시청 앞에서 모여 돗자리를 펴놓고 또래아이들과 함께 소풍을 나온 것처럼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과연 어떤 엄마들이 물대포가 난무하는 위험한 거리로 아이들을 끌고 갔겠냐”며 “대부분의 엄마들은 일몰 전에 자진해산을 했다”고 밝혔다. 

    위험한 곳으로 아이 데려갈 엄마는 없다

    이들은 또 “엄마들은 다른 단체에 주관하는 촛불문화제에 한 번도 주체적으로 참가한 적도 없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인도를 따라 행진을 했다”며 “경찰이 주장하는 ‘집시법 위반의 도로점거’ 또한 경찰이 먼저 인도를 막는 등 그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모차 부대를 수사하려거든, 촛불문화제에 나갔을 때 저희들에게 물을 가져다 주신 시민들, 간식을 나눠 준 시민들까지 전부 수사하라”며 “유모차 부대가 지나가면 환호를 해주고 미안하다고 소리치던 그 수백, 수십만의 국민들을 전부 조사하라”며 목소리를 높혔다. 

       
      ▲경찰 출석을 요구받은 ‘유모차 부대’ 운영자 ‘은석형 맘'(왼쪽)과 ‘일루’ (사진=손기영 기자)
     

    기자회견에 이어 경찰로부터 소환통보를 받은 ‘유모차 부대’ 회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유모차 부대’ 운영자인 ‘은석형 맘’은 “18일 오후 경찰이 아무 연락도 없이 불시에 집으로 들이닥쳤다”며 “그 시간 집에 홀로 있던 남편에게 위협을 느끼게 하며 급하게 제게 연락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곧바로 출근하는 제게 전화가 왔는데, ‘불법집회에 참가했으니 출두해야 한다. 당장 가게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며 자신이 상황을 알아본 후 출두 의사를 밝혔지만, 경찰이 "‘출석을 안하면 다음 주 영장이 청구돼 불시에 체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대단한 열사 아줌마" 비아냥도

    그는 또 “당시 경찰관은 소환장을 가져오지 않았고, 내가 참고인 신분인지, 피의자 신분인지 남편에게 이야기조차하지 않았다”며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려고 유모차를 끌고 거리에 나온 것도 죄가 되냐”고 비판했다.

    역시 ‘유모차 부대’의 운영자인 ‘일루(닉네임)’은 “18일 사전연락 없이 집을 찾아온 것에 항의하자, 경찰관은 ‘원래 집을 수색해 컴퓨터 등을 압수해야 하지만, 지금 배려해주고 있는데 자꾸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냐고 협박했다”며 “이어 경찰관은 시종일관 ‘대단한 아줌마 열사’라며 비아냥댔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회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어서 회견에 참여한 각계 인사들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아이 돌보기 바쁜 엄마들이 경찰청 앞에까지 나와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불법으로 가정에까지 쳐들어와 한 가족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공동대표는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거리에 나온 엄마들에게까지 공권력을 휘두르는 이명박 정권은 그렇게 자신이 없냐”며 “평화로운 엄마들의 행진을 억압하면, 그 대가를 분명히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들 억압하면 대가 분명히 받을 것

    ‘유모차 부대’ 운영자인 ‘은석형 맘(닉네임)’과 ‘일루(닉네임)’은 각각 오는 24일, 23일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기로 했으며, 카페 회원은 아니지만, 유모차를 끌고 물대포차의 진로를 막는 등 ‘교통방해’ 혐의로 소환을 통보 받은 유 아무개씨는 현재 경찰조사를 마친 상태이다.

    한편, ‘유모차 부대’ 수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서울경찰청은 22일 성명을 통해, “유모차 부대는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단순한 네티즌이 아니라, 폭력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6월 시위 현장에 단체로 참여해, 도로를 점거하고 물대포차의 진입을 막는 등 경찰진압 업무를 적극 방해한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경찰청은 이어 “수사관들이 경찰에서 채증된 사진의 인물과 당사자가 동일인임을 대조하기 위해 직접 자택을 방문해 출석토록 요구했다”며 “출석 불응시 강제수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한 사실이 있으며, 이는 지극히 적법한 수사 절차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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