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도화선, 월가 도박꾼들 전모
    2008년 09월 21일 07: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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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요동치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에 세계가 긴장하고 있으며,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경제 관련 기사를 읽어 보아도 생소한 용어 등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워 더 혼란스러워질 지경이다. 

이는 그 동안 미국의 금융시장 운영방식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몰아세우며 전 세계의 금융시장을 도열시켰던 월가의 비밀은 감추어진 채, 밖으로 드러난 현상만 언론에 소개되고 있는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월가의 비밀을 쉽고 흥미진진하게 폭로하고 있는 책이 있다. 재미있는 소설처럼 읽히면서도, 월가의 은밀한 거래들의 이면을 숨김없이 드러내주는 『전염성 탐욕』-기만과 위험의 금융활극과 시장의 부패Infectious Greed : how deceit and risk corrupted the financial markets (필맥, 2004)가 바로 그 책이다.

미국 금융시장 내막 읽으면 전율

부제에서 보듯이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기만과 위험이 가득한 미국 금융시장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고 독자들은 전율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93년 미하원 금융위원회는 공화당 소속 짐 리치의원의 주도로 파생상품을 ‘국제금융의 새로운 와일드카드’, 파생상품시장을 ‘카드 도박장’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그 ‘도박장’이 지금 굉음을 일으키고 있다.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 브라더스사 건물 앞에 있는 입간판에는 시민들이 분노하며 적은 글귀들이 가득 적혀있다. 그 가운데 ‘Greed(탐욕)’이라는 단어가 아주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책에슨 1929년 대공황 이래 초유의 금융공황을 예측케 하는 주인공들이 여럿 등장한다. 신용파생상품 딜러들인 이들은 수십억 달러의 가공이익을 토대로 수억달러의 연봉과 성과급을 받다가 그 가공이익이 실현되지 않거나 관련법을 어긴 것이 밝혀지면 결국은 감옥으로 가거나 수억달러의 벌금으로 감옥행을 면하고 있는 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재수가 아주 나쁜 경우다. 대부분의 딜러들은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대처로 여전히 딜러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와 월가가 회전문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이 책에서 밝혀내고 있다.

경제 대통령, 그린스펀이 남긴 위험한 유산

이 책은 또 바로 이 ‘카드 도박장’의 탐욕을 분석하고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하던 그린스펀은 도박장에 가득 찬 이 탐욕을 ‘전염성 탐욕'(Infectious Greed)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그는 도박장의 평범한 도박꾼이 아니라 ‘사기 도박꾼’인 이들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외면한 채 미국과 세계경제에 위험한 유산을 남겼다. 지금 지뢰밭의 지뢰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그 위험한 유산의 필연적 결과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신용파생상품의 대표격인 부채담보부증권(CDO)으로 번지고 있고 다음에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시장까지 이어지면 폭발은 전면적이 될 것이다.(이 책에서는 CDO와 CDS가 무엇인지 구체적이고 쉬운 사례를 들어가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미국의 금융혁신이라는 규제완화정책에 의해 탄생된 CDO와 CDS로 대표되는 ‘신용파생상품’ 시장은 1990년대 들어 비약적인 성장세를 나타내며, 금융이 가장 ‘부가가치’가 큰 산업임을 만천하에 고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신용파생상품들은 선물이나 옵션과 달리 ‘장외’에서 거래 당사자끼리 합의한 조건에 따라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자유롭게 거래된다. 딜러 외에는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복잡한 수학식으로 된 거래조건에도 불구하고 고수익에 눈이 먼 투자자(국가, 연금, 개인, 기업)들은 딜러의 꾀임에 쉽게 넘어간다. 그래서 위기 때 손실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고 불안감의 증폭과 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기 도박꾼들

게다가 이 ‘사기 도박꾼’들은 수억 달러대의 연봉과 성과급을 통해 ‘이익은 사유화하고 부담은 국유화’하는 것을 게임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은 이 사기 도박꾼들이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자들임을 철저한 분석을 통해 입증하고 파생상품을 다른 금융상품과 동일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등의 대안을 내세우고 있다.

지금의 금융시장의 혼란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미국식 금융시장 운영방식을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내년 2월부터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이 초래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바란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6백 쪽이 넘는 두꺼운 책, 더구나 미국 월가의 최고수들이 사용하는 각종 파생상품의 거래 내막을 밝힌 책이라면,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일 텐데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이런 예단을 ‘배반’하고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그 자신이 월가에서 잘 나가는 딜러였으며 금융부정 사건을 다룬 변호사 경력을 가진 저자의 탁월한 능력 때문일 것이다.  

오랫 동안 신문사에서 경제부 기자들을 지낸 저자들의 매끄러운 번역도 책 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경제학 비전공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소설을 읽듯이 편하게 이 책을 따라가기만 하면 금융시장의 혼란의 전모가 온전히 이해될 뿐만 아니라 이 나라 금융산업이 나아갈 길까지 독자의 머릿속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출간된 지 4년이 흘렀지만 아직 이 책을 능가하는 미국 금융시장 해설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 * *

지은이 : 프랭크 파트노이(Frank Partnoy)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 법대교수.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와 CS 퍼스트 보스턴에서 파생상품의 거래 및 영업을 한 경험이 있다. 변호사로서 증권범죄를 비롯한 금융부정 사건들을 다루었고 파생상품 전문가로서 상원에서 엔론 사태에 관한 증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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