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왜곡, 군부 속내 드러낸 것"
        2008년 09월 19일 10: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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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군부가 ‘역사’를 지배하려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이 그러워졌을까.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글쓰기에 열심인 소설가 현기영 선생에게 국방부가 심각한 역사왜곡 공문을 교육과학기술부에 보낸 얘기를 꺼내자 그는 “참 우울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 소설가 현기영

    그는 “지금까지 20년간 민주화 과정을 걸어왔는데,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민주사회에 걸맞게 제주4.3에 대한 인식도 옳게 해석돼가고 있고 이해도 되고 있는데 갑자기 국방부의 이런 ‘계획’을 듣고보니, 한국현대사의 20년 민주화 역사가 무효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민주화 과정 20년을 완전히 무효화 선언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침통해 했다. 

    20년 민주화 과정 무효화 선언

    그는 비단 4.3만이 아니라 이번 국방부의 역사왜곡 공문에 대해 그는 ‘준비된 계획’이라고 말한다. 국방부가 요구한 교과서 개정내용이 남한의 단독정부수립 반대를 요구했던 제주도민 3만여 명을 학살한 제주 4.3항쟁을 ‘좌익반란’으로 규정한 것이나 친일파 척결을 위한 반민특위를 탄압한 이승만 정부의 ‘독재’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립’으로 바꿔달라는 요구가 이를 말해준다는 것.

    또한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을 ‘민족의 근대화에 기여한 대통령’ ‘민주와 민족을 내세운 일부 친북적 좌파의 활동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라고 기술할 것을 요구한 것도 해방 이후 역사를 완전히 거꾸로 돌려놓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해방 이후 역사에 대해 “이승만은 자유민주주의를 망가뜨린 장본인이자, 제주 4.3을 비롯해 본토에서도 한국전쟁 전후에 무구한 민간인을 엄청나게 학살을 자행한 정부의 수장이었다”며 “민주주의를 파괴한 그 장본인을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로 둔갑할 수 있는가”라며 반문했다.

    전두환에 대해서도 그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군사쿠데타의 장본인이며 민중의 정당한 생존권의 외침이나 자유의 외침을 탄압하면서 민주를 학살한 부정적 인물을 거기다 미사여구를 붙여서 억지 춘향식으로 해석하는 걸 보면 정말 가소롭고, 국방부가 정말 제대로 사고를 하고 있는지 의문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민주화 20년을 지나왔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을 탄생시킨 다수도, 경제적 판단에 의해 선택한 것이지, 이 정권이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을 것까지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물적 토대가 저 멀리 친일파로부터 이어온 보수, 극우집단이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가 관철되고 있다"며 국방부의 역사 왜곡 행태를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해방공간을 거쳐 반세기가 지났지만 극우보수주의자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절치부심하면서 이런 계획을 해왔고 그것을 이 정권에서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며 “파시즘이 지배하는 그런 체제, 그런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상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현정권 집권 토대 실상 드러나

    제주 출신 소설가로 글쓰기를 시작한 후 "4.3항쟁에 대해 글을 쓰지 않으면 어떤 글도 쓸 수 없다"며 박정희 정권 시기였던 1979년 ‘순이삼촌’을 세상에 내놓은 후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까지 30년 가까이 4.3과 동고동락해왔던 그에게 국방부의 이번 교과서 왜곡 요구 공문 커다란 충격을 준 것 같다. 

    더욱이 이번 국방부의 역사 왜곡은 지난 여름 그 동안 필수 교양서적으로 권장돼왔던 그의 장편 소설 <지상의 숟가락 하나>를 비롯 필수교양서적으로 권장되는 도서들에 대해 국방부가 ‘금서딱지 파동’에 이은 2번째 ‘사고’다.

    그는 “뒤통수를 2번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혹자는 국방부의 금서딱지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된다고 하지만 작품을 통해서 글로, 실천행동으로 노력하고 분투해왔던 이들에 대한 모욕이고 비웃는 것이어서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는 국방부가 정부 부처의 권위를 이용해 정권의 역사 부정을 홍보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하면서 “이걸 보면서, 단순한 실수는 아닌 것 같고, 반공이데올로기를 세뇌시켰던 과거 전두환 정권의 친북, 빨갱이 운운해왔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랫동안 국민들이 세뇌 당해왔고 그 시대엔 그것이 먹혀들어갔기 때문에 국방부가 정부 부처의 권위를 이용해 반복학습을 시키는, 마치 나치의 괴멜스 같은 상황으로 국민들을 호도하려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것이 저들의 여론조작 방식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냥 웃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적극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전체주의 꿈꾸는 국방부

    특히 그는 “이런 일들이 나뿐만 아니라 민주화 운동을 해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자괴감을 심어주는 것”이냐며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 사회는 좌우로, 지역으로, 빈부 격차로, 종교 갈등으로 그리고 보혁논쟁으로 분열과 갈등이 첨예화되는 순간을 맞닥뜨리는 위험을 반드시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현정부의 기독교 편향에 대해서도 그는 “기독교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반공주의적이고 기독교로 통일된 남한 사회, 마치 국방부가 지향하는 전체주의를 꿈꾸는 듯하다”며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 이런 사회는 정말 살고 싶지 않은 사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현기영은 또 이명박 정부가 지난 10년을 좌파 정권으로 매도하는 것에 대해 “지난 10년간 두 정부가 미국식 자본주의를 흉내내며 친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흘렀기 때문에 자본만을 숭상하는 흐름이 너무나 깊어졌다”며 “20년 동안 국민들이 요구해 두 정부에서 그나마 성과로 꼽히는 민주적 가치 포용과 권위주의 탈피마저 이명박 정부가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고 부정한다면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강창일 의원 "국방부 장관 파면하라"

     제주 출신 민주당 강창일 의원도 국방부의 교과서왜곡 기술 요구 공문발송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방부장관의 즉각 파면을 요구하는 긴급성명을 18일 발표했다.

    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2007년 3월 제주도 방문 시 ‘제주4.3은 제대로 평가되었다. 평가대로 인정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변화없다. 역사적 평가는 어느 당이 집권했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며 ‘국방부의 하극상’을 비난했다.  

    한편 국방부는 소위 ‘불온서적’ 파문에 이어 무리한 역사왜곡 움직임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자, 5공 정권과 4.3 항쟁에 관련된 내용을 일부 수정해서 교과부에 보내겠다고 밝혔지만, 국방부가 나서서 역사 기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군사정권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사회적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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