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회사 동맹군, YTN 장악 안간힘
    By mywank
        2008년 09월 19일 01: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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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중씨까지 나선 걸 보니 우리의 투쟁이 정점에 이른 듯합니다. 조금만 힘을 냅시다"

    지난 16일 방송사상 초유의 ‘생방송 피켓시위’ 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이 사내게시판에 남긴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노 위원장의 말처럼, ‘낙하산 반대’ 1단계 파업에 돌입한 YTN 노조와 정권, 사측 간의 ‘전선’에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다.

    이명박 정권 언론장악 시나리오 제1장, 이에 맞선 투쟁의 최전선에 서서 싸우는 YTN 노조의 파업은 당사자간의 의사와 무관하게 단일 기업 수준의 문제를 넘어서 있다.

       
      ▲출근저지 투쟁 기간을 알리는 피켓이 사장실 앞에 붙어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19일 오전 YTN 조합원들이 17층 사장실 주변을 지키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19일 오전에도 YTN 조합원들은 구본홍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17층 사장실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또 전주, 강릉지국에서 상경해 연가투쟁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잠시 농성장에 들렸던 기자들은 가슴에 ‘낙하산 반대’ 배지를 달고 출입처로 향했다.

    이날 구본홍 YTN 사장은 끝내 회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자리를 뜨는 조합원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농성장을 찾는 조합원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출근 저지 64일째

    ‘출근저지 투쟁’ 64일째, YTN 노조의 활동이 심상치 않다. 오랜 투쟁을 벌이면 투쟁의 동력이 떨어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투쟁의 기운은 높아지고 있으며, 활동의 응집력은 더욱 끈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조의 힘’에 긴장한 사측은 그동안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YTN 노조를 무력화 시키려고 했다. 사측은 지난 8월 26일 보도국 및 기술국 부팀장인사를, 9월 1일에는 사원인사를 강행했다.

    또 9월 9일에는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포함해 YTN 노조 조합원 6명을 남대문 경찰서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으며, 지난 17일에는 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인사불복종 투쟁’을 벌인 조합원 24명에 대한 징계문제를 논의하려고 했다.

       
      ▲앵커석 뒤에서 ‘생방송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YTN 조합원들 (사진=YTN 노조)
     
       
      ▲‘낙하산 반대’ 배지를 달고 온 마이크를 하고 있는 YTN 황보연 기자 (사진=손기영 기자)
     

    YTN 사측뿐만 아니라,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인 이명박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YTN 민영화’를 시사했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YTN 재승인 문제를 언급하며 노조를 압박했다.

    하지만 YTN 노조는 사측과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위축되지 않고, 더욱 ‘세게’ 받아쳤다. 현재 대부분의 부서 기자들은 부장 인사에 반발하며, 이들의 지시를 거부하고 차장 혹은 고참급 기자의 지시만 따라 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또 간혹 부장이 기사승인 절차에 개입했을 때는 차장급 기자가 승인을 취소하고 재승인을 하고 있다.

    권력-회사 동맹군에 맞서 투쟁

    YTN 노조는 사측의 사원인사 조치에 대해, 해당 조합원 24명 모두 기존부서에서 계속 근무하는 ‘불복종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또 9월 9일 사측이 조합원 6명을 업무방해 협의로 고소하자, 이날 바로 구본홍 사장을 선임한 ‘주주총회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7일 인사위원회 때는 100여명의 조합원이 이를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YTN 노조는 사측의 공세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능동적 투쟁’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방송사상 초유의 ‘생방송 피켓시위’를 통해, ‘공정방송 사수’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알렸다. 이어 17일부터 YTN 노조 소속 기자들이 배지투쟁을 벌이는 한편, 지국 조합원들은 돌아가며 본사로 상경해 연가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노조를 중심으로 조합원들의 총의가 똘똘 뭉쳐지기 때문에, 우리의 투쟁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고해지고 있다”며 “또 사측에 공세가 노조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고, 이 과정에서 생긴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투쟁의 열기를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YTN 사옥 앞에 한 시민이 YTN 노조를 격려하는 피켓을 붙여놓았다 (사진=손기영 기자)
     

    노 위원장은 이어 “앞으로 사측과 정부가 그동안 엄포 수준에서 말했던 것을 실행단계에 옮길 것으로 본다”며 “민영화를 통해 YTN을 팔거나, 재승인을 문제 삼아 YTN을 문닫게 하는 것을 마지막 카드로 제시할 걸로 보고 있으며, 공권력 투입은 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또 “지난 16일에 벌인 ‘생방송 피켓시위’는 투쟁의 신호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이 보다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투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YTN 문닫게 하는 것이 마지막 카드될 것

    한편, YTN 노조의 투쟁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YTN 노조 진짜 죽여줌’. 19일 오전 남대문 YTN 본사 앞에 한 시민이 붙인 피켓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9일 오후 1시 현재 YTN 누리집 시청자의견 게시판에는 YTN 노조를 격려하는 네티즌들의 글 수백여 개가 올라왔다. 아이디가 ‘SK 777’인 누리꾼은 “오늘도 어김없이 투쟁에 들어간 YTN노조 여러분들께 힘찬 응원을 보낸다”며 “지치고 힘들어도 항상 같은 마음으로 끝까지 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디가 ‘DS 8789’인 누리꾼은 “언론인들의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은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며 “YTN 노조가 투쟁을 계속 이어가는 한 시민들도 끝까지 ‘촛불’을 들고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디가 ‘SUN 1’인 누리꾼은 “앞으로 여러분은 절대 KBS 노조처럼 되면 안 된다”며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YTN 노조를 향한 시민들의 격려는 투쟁의 의지를 높일 수 있는 ‘촉매제’이자, 사측을 압박할 수 있는 커다란 동력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YTN 노조 투쟁의 진정성을 알아주시는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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