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래 기자 "나도 인사하라"
        2008년 09월 18일 04:4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이병순 KBS 사장이 지난 17일 밤 단행한 ‘보복성’ 사원 인사에 대해 한 기자가 ‘기자를 고분고분하게 만들겠다면 KBS 저널리즘에 희망이 없다’며 차라리 자신도 인사 대상에 넣어달라며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사내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보도본부 시사보도팀의 <미디어포커스>를 제작중인 김경래 기자는 18일 오전 보도본부게시판에 올린 글 ‘차라리 저도 인사를 내 주십시오’에서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이 부산총국으로 발령난 것을 두고 "열심히 일하면 좌천되는 게 제대로 된 조직이냐"며 "성향이 맞지 않고, 윗사람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눈엣가시인 미디어포커스와 탐사보도팀을 만든 사람이라는 이유였을 것이다. 팀장에서 내려앉힌 것만으로도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보복성 인사라는 사실은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 KBS <미디어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는 김경래 기자.
     

    김경래 기자 "기자 순치 인사, 희망이 없다…나도 인사하라" 게시판에 글

    김 기자는 기자를 순치하려는 인사태도를 비판하면서 자신도 인사대상에 넣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는 권력을 감시하고 부조리를 고발하는 사람으로 배웠습니다. 이번 인사는 KBS 기자들을 그저 고분고분한 순둥이로 만들겠다는 거 아닙니까. 기자들을 이런 방법으로 순치하려한다면 KBS의 저널리즘은 희망이 없습니다. 이번 인사를 받아보고 혀 한 번 끌끌차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저 자신의 무기력함에 치가 떨립니다. 어짜피 원칙도 절차도 없는 인사라면 저도 포함시켜 주십시오."

    김 기자는 이어 "열심히 일하는 게 아무 소용없다, 조용히 보신하고 줄 잘서면 KBS에서 출세한다는 냉소적인 인식이 후배들의 몸에 체득되고 있다"며 "보도본부의 공기에 불길한 패배주의의 냄새가 지독하다"고 개탄했다.

    다음은 김 기자가 올린 글 전문이다.

    차라리 저도 인사를 내 주십시오.

    대부분의 인사가 납득이 가지 않지만, 김용진 선배의 부산 발령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김용진 선배가 서울에 와서 5년 동안 한 일이 무엇입니까. 탐사보도팀을 실질적으로 만들었고, 그동안 KBS 보도본부에 탐사보도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사람 아닙니까.

    방송 탐사저널리즘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켰고, 놀라울 정도의 수많은 수상으로 KBS 보도본부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좌천되는게 제대로 된 조직입니까.

    성향이 맞지 않고, 윗사람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다는 이유였겠지요. 눈엣가시인 미디어포커스와 탐사보도팀을 만든 사람이라는 이유였겠지요. 팀장에서 내려앉힌 것만으로도 성에 차지 않았겠지요. 보복성 인사라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기자는 권력을 감시하고 부조리를 고발하는 사람으로 배웠습니다. 이번 인사는 KBS 기자들을 그저 고분고분한 순둥이로 만들겠다는 거 아닙니까. 기자들을 이런 방법으로 순치하려한다면 KBS의 저널리즘은 희망이 없습니다. 이번 인사를 받아보고 혀 한번 끌끌차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저 자신의 무기력함에 치가 떨립니다. 어짜피 원칙도 절차도 없는 인사라면 저도 포함시켜 주십시오.

    열심히 일하는 게 아무 소용없다, 조용히 보신하고 줄 잘서면 KBS에서 출세한다는 냉소적인 인식이 후배들의 몸에 체득되고 있습니다. 보도본부의 공기에 불길한 패배주의의 냄새가 지독합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