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당 전망 없어…분당엔 회의적
        2008년 09월 18일 10: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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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강연과 발제에 이어 참석자들의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청중들이 적어 제출한 질문지에 대한 최장집 소장의 답변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운동은 정치의 전사(前史)

    -정당정치에 의한 대의정치를 강조하고 있는데 소외된 계층의 의사도 대의정치를 통해 대변될 수 있는가? 또 대표되지 않은 집단이 또 다른 정치조직으로서 스스로 대표성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가?

    =이는 정치적 조직자들의 문제이다. 대중들이 스스로 조직할 수는 없다. 대중의 마음을 읽고 생활의 조건을 읽어야 하고 이를 정치적 리더가 될 사람이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런 정치적 자원들을 조직할 수 있는 리더십이 부족하다.

    소외된 계층을 조직해 독자적인 정당으로 만들 수도 있고 진보적 정당을 구성할 수도 있으며 안 된다면 미국처럼 하나의 블록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대표로 들어온 것이지만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이기도 하다. 지역구 민심이 당론과 배치될 때, 그 국회의원이 선택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은 무엇인가? 대표에 대한 위임의 범위는?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대표가 되었지만 그 대표가 개개인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당론과 자신의 지역구 여론이 배치될 경우에는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개인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어떤 법칙은 없다.

    -시민운동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하고 있다. 시민운동이 나가야 할 방향은?

    =정당은 현실타협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에 개혁적 이슈를 조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제도화된 정치기구가 다루지 못하는 이슈에 대해 제기하고 이를 정치적 의제로 끌어올려서 정치적 힘으로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운동은 정치의 전사(前史)’라고 한다. 독일 녹색당, 사민당도 마찬가지로 기존 질서가 제시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나는 시민운동이 투자된 노력에 비해 나타나는 현상을 따져볼 때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촛불, 민주주의 전환점 아니라 시민 몸부림

    -2008년 촛불정국 이후 나타난 것과 같은, 정당과는 다른 속성을 가진 정치집단을 인정할 수 없는가? 또 2008년을 민주주의사에 전환점으로 볼 수 있는가?

    =촛불집회와 관련된 질문은 많은 궁금증을 부르는 주제이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작’, ‘직접민주주의’, ‘촛불민주주의’ 등 일각의 진보적 지식인 사이에서 의미있게 제시되고 있는데 나는 이를 ‘중요한 민주주의 발전의 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촛불집회에 참가 여부를 두고 진보/보수, 민주/반민주라는 단순도식적 이분법이 나타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촛불집회 찬성론자들은 민주주의를 도덕화, 물신화해서 촛불집회를 반대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견해를 억압하는 분위기도 있다.

    사실 촛불집회 참여 여부는 이슈가 될 수 없다. 촛불집회가 생긴 것이 이명박 정부가 정책을 잘못했고, 보수적 정책을 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항하는 것이란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그 의미를 과대 부여해 촛불시위야 말로 새로운 민주주의의 전환점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즉 2007년 12월 대선이 보다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고 2008년 총선이 제도화된 상황 속에서 치러졌으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촛불집회는 한가지 이슈에 대한 문제가 나쁘게 전개된 것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대응이었다.

    나는 이로 인한 휴우증을 더 부정적으로 본다. 많은 에너지가 투여돼 굉장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었는데 오늘의 시점에서 촛불이 만든 결과는 너무 허망하다. 오히려 정부는 더 자신감을 얻고 강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촛불집회는 ‘2008년의 전환점’이 아닌 ‘2008년은 안티 크라이막스’의 마지막 국면에서 나타난 어쩔 수 없는 시민들의 몸부림이라고 본다.

    민주노동당으로는 전망 없다

    -현재 존재하는 진보정당의 역량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독일의 녹색당, 사민당 식으로 오히려 운동을 통해 역량을 축적하고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시기가 있었으면 지금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 또 민주노동당의 분당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첫 번째 질문은 수긍할만한 의견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서구 선진민주주의 국가는 길게 보면 150~200년 짧게 봐도 5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몇 세대의 경험을 통해 민주화가 되었기 때문에 학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또 사회적 보수성도 강고하게 제도화되거나 힘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화가 근대화와 어울리는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은 민주화가 더 늦게 되다 보니, 정당체제가 새롭게 재편성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엊그제까지 운동하다가 갑자기 냉철한 이성을 가지려면 쉽게 안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들어서고 진보정당이 들어오니 진보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정부를 운영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거꾸로 경험하고 있다. 정부를 운영하는 방법부터 배워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적한 대로 진보정당이 서서히 운동으로 무르익어 정당으로 발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겠다.

    민주노동당이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고 보는데 사실 분당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평할만큼 내부 사정을 잘 모르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민주노동당으로는 전망이 없다고 본다. 무비판적으로 대북문제를 받아들이고 남북관계를 민주노동당처럼 생각하는 것은 한국 현실에서 수용될 수 없다.

    왜 민주노동당이 남북냉전의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려 하고 남북평화 문제까지 앞장서서 나서려고 하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노동당’이란 이름이라면 노동자 생활현실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데, 민주노동당의 루트는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보여진다.

    그러나 분열 결과 어느 당도 중요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분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대학생들 책 읽고, 외국어 공부했으면

    -실천적인 입장에서 대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조언을 한다면?

    =고려대학교 퇴임강연에서도 뭔가 요구하는 것 같은데 얘기 안 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했었다.(웃음) 지금 학생들은 우리 세대하고 다르다. 우리는 여유 있는 젊은 시절을 보냈고 대학에서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 세대한테 그런 여유 있는 말을 했다간 혼나기 십상이다.(웃음)

    대학 가기도 어렵고, 들어와서도 영어, 취직시험 공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과 투쟁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사회정의를 고민하라, 폭넓게 독서하라고 한다는 것이 무리한 부탁 같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만 살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인생은 빨리 지나간다. 젊었을 때는 머리가 좋기 때문에 공부한 것을 잘 잊어먹지 않는다. 젊었을 때 신나게 노는 것도 좋은데 조금 덜 놀고 공부를 좀 많이 했으면 좋겠다.

    학교 공부보다 소설책을 많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간이 있으면 고전 같은 큰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굉장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음악에 비유하면 유행가도 있고 심포니도 있는데 어느 게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두 느낌이 다른 만큼 ‘심포니’ 쪽도 들어가 보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서 우리가 고민하지 않았던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또 외국어로 영어를 공부하는데 기왕에 요구하자면 영어 말고 다른 외국어도 했으면 좋겠다. 세계화는 세계를 향해 나가야 하는데 정작 내용은 미국화, 영국화이다. 다른 외국어도 1~2개 더 공부했으면 좋겠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두 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심상정-노회찬 유망한 정치인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나 현재 유망하다고 보는 정치인이 있는가?

    =한국에서 좋은 대통령이 누구냐는 질문은 대답하기 어렵다. 처칠은 민주주의를 “지금껏 경험한 모든 정치체제를 제외하고 가장 나쁜 체제”라고 정의했는데, 이는 민주주의가 허점도 많고 문제도 있지만 그나마 제일 나은 것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봐도 꼽을만한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유망한 정치인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사실 난 정치인을 많이 모르고 있어 꼭 집어 얘기하기가 쉽지 않다. 아는 범위 내에서 말해보자면, 지난 총선과정에서 심상정씨가 잘 되어서 새로운 시대 소외계층을 대변해주길 기대했다. 노회찬씨도 그렇고. 그 밖에 새로 시작된 18대 국회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국회가 끝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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