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보다 투표가 중요하다
        2008년 09월 17일 07: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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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장집 민주주의 교육연구센터 소장은 17일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소장 류석진)가 주최한 ‘최장집과 한국정치’ 초청강연회에서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은 민중적 삶의 현실 개선에 대해 천착하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발생되는 갈등과 경쟁을 정당정치 속으로 끌어들여 활성화할 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장집 민주주의 교육연구센터 소장(사진=정상근 기자) 
     

    ‘한국의 정치와 민주주의; 이해, 오해 그리고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회에서 그는 “진보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스스로가 누군가를 대표하고, 그들의 삶에 현실적인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려 해야 하며 그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에 대한 지속적 폄하

    그는 “한국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정치가 지속적으로 폄하되고 약화되었다는 것”이라며 “이는 민주정치에서 갈등을 이해하지 않거나 못한 결과로, 이러한 갈등이 ‘공익’에 반대되는 ‘사익’, ‘집단이기주의’로 이해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갈등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것은 오히려 전체주의 사회에 가까운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제도화된 틀 내에서의 갈등과 타협의 과정이며 갈등 없는 민주주의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 실천과정에서 3가지 오해가 있는데 첫 번째로 최근 촛불집회 과정에서 불거진 직접민주주의나 직접행동이 인민주권이 완벽하게 실현될 수 있는 체제로 상정되고 민주주의의 이상으로 생각되는 경향”이라며 “참여의 확대가 참여의 평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험적으로 미루어 정치적으로 대표되는 사람들은 중산층 이상으로 노동자와 소외계층의 정치참여 채널은 드물다”며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가장 평등한 참여의 방법은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에 대한 투표로서, 가장 허약한 시민들의 투표 한 장이 효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정치와 메커니즘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절차-실질 민주주의 구분 혼란의 원인

    그는 또 “두 번째 오해는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를 구분짓는 것으로 이는 민주주의 혼란의 원천이 되었고 민주주의를 정부 형태로서 이해하는 것만이 아닌 도덕적 가치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된다”며 “이런 인식은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있어 운동의 전통이 강한 한국 진보파들의 급진적이고 이상주의적 비전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이해 방식은 민주주의를 너무 이상적이고 주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를 통한 정부의 선출을 핵심으로 하는 체제로서 민주주의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오히려 등한히 하거나 무관심하게 된다”며 “이러한 구분보다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화함으로서 그 결과로 실질적 민주주의를 가져온다는, 후자가 전자의 효과라는 현실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엄관용씨(좌)와 석사 이관후씨가 최장집 소장의 학술적 성과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세 번째 오해로 최 소장은 “위와 같은 민주주의 이상화를 근거로 시민사회 일각은 민주주의를 시위를 통한 직접행동과 참여로 강조하고 있는 것”을 들며 “중요한 것은 참여의 확대가 아니라 진보세력이 집권세력으로서 정부 운영 능력을 배양하는 정치적 공급 측면”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진보파들은 직접행동과 직접민주주의의 강화를 강조할 뿐 정치적 공급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이론 연구 필요할 때

    최 소장은 “이는 민주화 이후 ‘국가’에 대한 이해와 정부 운영 능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민주화된 현재 사회에서 이제 학자들은 국가이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 “촛불집회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아무리 집회를 가져도 선거를 통해 뽑은 정부는 굴러가는 만큼, 이 국가를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이와 함께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재구성하기 위해선 시민들에 대해 과거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와 같이 도덕적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는, 지나친 도덕주의적인 시민의 모습을 기대하기보다 현실의 보통시민으로서 민중에 대한 관점을 가져야 하며 이들이 투표를 행사하는 ‘절반의 주권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정치 하에서 노동과 사회소외세력들의 정치참여 문제를 위해 한국 보수파의 친북좌경 프레임에 의해 조성된 어려운 조건들을 벗어나기 위해 노동과 계급을 이해하는 방법을 마르크시즘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현상의 서술적, 분석적으로서 계급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이를 마르크시즘으로부터 떼어내 민주주의 과정에 위치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마지막으로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을 위해 우리는 민주주의를 추상화, 물신화, 도덕화 하는 것에서 벗어나 현실적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문제에 천착해야 하며 갈등과 경쟁을 인정하고 리더십과 조직이 그 중심적 요소로 구성되는 정치를 활성화 할 때 민주주의는 작동하고 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소장의 강연에 이어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엄관용씨와 석사 이관후씨의 최장집 비평(비평 전문보기)이 이어졌다. 엄씨는 최 소장의 6권의 저서를 분석한 결과 정치 결정론에 대한 천착과 경제 결정론을 거부하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고 이씨는 최 소장의 ‘정당민주주의론의 조건’에서 다루지 않은 언론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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