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2008년 09월 17일 12: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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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4만 5천 노동자들이 노동강도 강화와 현장권력 박탈로 점철된 주간연속 2교대제를 61.2%라는 사상 최고의 반대표로 전면 거부한 데 이어 기아자동차 3만 노동자들도 임금(주간 2교대 포함) 55.2%, 단협 58%로 부결시켰다.

    기아차노사가 지난 지난 9일 15차 본교섭에서 합의한 내용은 △기본급 8만5000원 인상 △생계비부족분 300%+격려금 300만원 △상여금 700→750% △정년 1년 연장(58→59세) △주간연속 2교대제 2009년 9월 시행 등을 골자로 한 임·단협 의견접근안이었다.

    현대차 자본은 61.2%로 부결된 현대차노사 의견접근안과 완전히 똑같은 안을 기아차 조합원들에게 들이밀며 선택을 강요했다. 만약 기아차지부가 찬성으로 통과시켰으면 이를 근거로 현대차 조합원들을 압박해 비슷하거나 이보다 약간 상회한 안으로 2차 투표를 강요했을 것이다.

    부결되더라도 현대차와 기아차를 갈라치기 하는 전술이기 때문에 자본으로써는 전혀 손해볼 것이 없는 전술인 셈이다. 자본은 현대와 기아차 조합원들의 갈등과 반목을 증폭시키는 교활한 화투패를 던져 7만5천 조합원들을 우롱했다. 아니, 단일노조라는 15만 금속노조를 농락한 것이다.

    7만5천 우롱하는 현대기아차 자본

    기아차 조합원들의 찬반투표 결과가 예상과 달리 임금보다 단체협약 부결이 높았던 이유에 대해 소하1공장 한 대의원은 “조합원들이 주간연속 2교대가 임금협상안에 포함된 특별요구안이 아니라 단체협약에 포함된 안이라고 판단해 임금보다 더 높은 부결이 나왔다”라고 분석했다. 기아차 단협이 현대차보다 낮기 때문에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인식도 부결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자본은 기아차의 물량이 현대차보다 적고 차가 안 팔린다는 이유로 임금저하 및 고용불안을 일으켜왔다. 하지만 기아차 조합원들은 현대차 조합원들과 차별을 두는 자본에 대해 정면거부하고 나섰다. 올해처럼 물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지난해처럼 낮은 임금인상율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실상의 임금 하락이라는 것을 조합원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에 대한 현장의 정서는 한마디로 ‘생존본능’이다. 지금도 노동강도 강화에 하루하루 힘겨운 노동을 하고 있는데, 물량보존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강도를 더 강화한다는 것은 노동자의 본능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주간연속2교대제’가 ‘주간연속 노동강도강화제’로 둔갑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실패한 2008년 임단협

    야심차게 출발했던 15만 금속노조 임단협은 이로써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금속노조 정갑득 집행부는 목 놓아 외쳤던 ‘15만 중앙교섭’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2만 사용자들과의 중앙교섭도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냈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를, 신이 내린 촛불투쟁의 기회도 날려버렸다. 합법적인 7.2 총파업으로 오랜 감옥생활은 피하겠지만 오랜 산별교섭 실종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현대차지부 집행부 역시 조합원 총회를 갈음한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산별중앙교섭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또 GM대우차가 제출한 중앙교섭 관련 합의서만도 못한 ‘가찌확약서’를 받아들이면서 ‘비정규직 불법파견 정규직화’ 같은 내용이 담긴 금속노조 중앙협약을 온전히 쟁취해야 한다고 조합원들을 거의 설득하지 않았다. 오히려 금속노조 때문에 지부교섭을 못 한다고 생각하는 조합원과 금속노조를 완전히 분열시켰다.

    절호의 기회였던 촛불총파업도 시종일관 외면했다. 급기야 현대차를 넘어 15만 금속노조를 넘어 150만 금속산업노동자들의 계급적 요구였던 노동시간 단축, 주간2교대를 ‘노동강도 강화’로 둔갑시켰다. 61.2%의 반대는 완전한 불신임이며, 당장 사퇴하라는 요구다. 금속노조의 핵심인 정갑득 집행부와 윤해모 집행부는 08년 임단협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옳다.

    무너지는 15만 산별노조 토대

    촛불시위에 대한 무관심과 기권으로 정치적, 사회적 운동을 지향해야 할 산별노조의 전망이 무너지고 급기야 조합원들의 관심도 멀어지는 있다. 올해 중앙교섭 실패 후 확약서 쟁취 투쟁 과정에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여러 현장에서 자본은 ‘산별노조 무용론’을 대거 유포했다. 임금과 주간2교대제를 중앙교섭 요구로 만들어 완성4사를 산별교섭에 끌어내고, 15만 조합원의 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는 소리없는 아우성이 되고 말았다.

    여전히 대공장의 울타리 안에 갇혀 전체 노동자 이해에 대해 설득하지 않는 것은 노동자와 노동자간의 분열을 낳게 되고 만다. 특히나 선거를 앞두고 있는 기아차지부의 경우 ’금속노조 탈퇴‘를 주장하는 후보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는 형국이다.

    대중영합주의, 조합주의, 종파주의 운동의 폐해도 심각하게 드러났다. 현대차지부 일부 현장조직은 부품사인 금속노조 울산지부 한일이화지회의 임금인상안과 비교해 부결운동을 선동함으로써 부품사 조합원들에 대해 연대감보다 경쟁의식을 부추기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기아차의 전민투라는 현장조직은 “현대차 ×통에서 나온 쓰레기안”, “우리가 현대차그룹 거지냐?”라는 공식 선전물을 냈고, “현대차보다 한푼이라도 더 나왔으면 부결운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동했다. 대부분의 기아차 현장조직들은 계급적 요구인 주간연속2교대제를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산별중앙교섭의 중요성은 논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임시대의원대회 통해 완전히 새로운 투쟁

    현장의 신뢰를 상실한 금속노조 중앙과 현대차지부가 총사퇴하고, 주간연속2교대제 의견접근안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 조기선거, 또는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주간연속2교대제와 임금을 묶어 제2의 임단협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이런 제안들이 현장에서 제기됐지만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가 현장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현재의 무정부 상태를 방치한다면 결국 현대 또는 기아차에서 임금 몇 푼을 더 올리고, 문구수정 수준에서 임단협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주간2교대의 핵심적인 요구, 운동적 원칙이 지켜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주간2교대’의 핵심 5대 원칙 ▲야간노동완전철폐 ▲생활임금보장 ▲노동강도강화 반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하청노동자 동일적용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금속노조는 추석 연휴 직후 비상대의원대회를 개최해 현장의 요구를 받아 안고 완전히 새로운 출발, 완전히 새로운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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