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사회민주주의 우정 기반으로 경쟁?
        2008년 10월 20일 08: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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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열린 뉴라이트 계열의 계간지 <시대정신>이 주최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한 ‘선진국가 건설을 위한 보수와 진보의 공생모델은 있는가’ 토론회는 뉴라이트 계열에서 ‘상생’을 주장하는 흔치 않은 토론회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시대정신>은 이번 토론회에 대해 “보수-진보의 이분법을 넘어, 우정을 기반으로 한 선의의 경쟁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안병직 <시대정신>이사장이 발제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이날 토론회에는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과 김주성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김세진 연세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를 비롯한 뉴라이트 계열 학자는 물론, 주섭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코리아 명예회장과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 그리고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까지 이념적으로 비교적 폭넓은 토론자와 발제자들이 나섰다.

    남한 근현대사 정통성 인정이 전제 조건

    그러나 이번 토론회는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이어지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우파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세력만이 상생 가능 대상으로 설정한 채, 두 세력에 대한 이론적 접근과 공생모델 모색에 국한되었다.

    ‘선진국가 건설’을 내세운 성장주의와 ‘권위주의-경제개발의 불가피성’을 동의한다는 전제 아래, 상생과 공생이 가능하다는 것이 우파 쪽의 입장이었고, 이에 대해 다른 참석자들이 별다른 반론을 제시하지 않아서 토론회는 맥이 빠진 채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일례로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국가보안법’ 등이 강경근 숭실대 교수 등의 발제에서 언급되었지만 논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강 교수는 "국가보안법은 입헌적 민주주의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려는 파괴주의자들에 대한 법이지 이념을 달리하는 사람이나 단체를 겨냥한 법은 아니"라며 "이를 왜곡하는 좌파 친북세력은 한국 사회에서의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자유로운 경쟁을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국보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 밖에 대체로 우파 학자들이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였으나, 이날 참여한 사민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다른 좌파’와는 다르며, 시장경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그쳐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사회주의-자유주의의 공통 기반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대한민국 국가를 긍정하는 뉴레프트 운동’을 주장하고 있는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주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에서 사민주의의 가능성은 높으며, 사민주의 성장은 좌파의 업그레이드로, 좌파의 업그레이드는 우파의 업그레이드와 동시에 진행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이념으로서의 사회민주주의’란 발제문에서 “사민주의는 민주주의에 기초한 이념으로 ‘철인정치’에 근거한 공산주의와는 다르”다며 “사민주의는 이념이라기보다 하나의 정치철학으로, ‘유연성과 적응력’을 바탕으로 다른 문화와 종교를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근대의 양대 사회사상인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합의한 경쟁과 게임의 룰이자, 두 사상이 서로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공동의 영토이고 기반”이라며 “때문에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기반 속에서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는 훌륭한 동반자, 경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사민주의는 당장 자본주의 타도를 요구하지 않으며 실현 불가능한 주장을 반복하기보다 차라리 자본주의가 가진 힘을 이용하려 하는 것”이라며 “자본주의의 바탕인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를 적극적으로 긍정하며 이러한 현실주의적 인간관도 사민주의와 자유주의가 공통으로 나누어 가지는 철학적 기초”라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민주주의 관점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닌 대한민국이 ‘처음부터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선 것’은 분명하다”며 “사민주의자가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이유는 현실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파 훈수 "좀더 공세적으로"

    그러나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사민주의’로도 뉴라이트의 설득력을 쉽게 얻을 수 없었다. 오히려 주 대표의 사민주의 설명이 “방어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세중 연세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사민주의가 ‘유연성과 포용력’으로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은 안이한 인식”이며 “좀 더 적극적으로 사민주의의 적실성을 각론적이고 실무적 차원에서 공세적으로 표출시키려는 노력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그 밖에 이날 토론회에서 뉴라이트 이념의 중심축을 구성하는 안병직 <시대정신> 대표는 “보수 세력은 반공주의를 거두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안 대표는 “북한이 붕괴단계에 놓이고 한국에 중산층이 두껍게 형성된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한국의 다양한 사상적 발전을 위하여 이제 반공주의를 거둬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이에 대해 “안 이사장처럼 반공주의를 거둬들이는데 적극 나선다면 NL의 입장의 지지자들이 줄어들 것이고, 진보가 성장의 해법을 말한다면 보수의 입장에 선 사람들이 줄어들 수 있는 것처럼 상대방 주장을 자기화하는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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