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이번에 큰 일 했더구만"
        2008년 09월 12일 07: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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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례 통과 이후 주민 반응

    12일, 서울 강북구 번3동 2단지 종합사회복지관이 개최한 ‘한가위 송편빚기대회’ 행사장. 7백여명의 부녀자들이 물레방아 공원마당을 빽빽하게 채웠다.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이기 때문에 빈곤층, 장애인, 저학력, 고연령층이 많은 지역이고, 행사의 성격상 99%의 참가자가 대부분 ‘할머니’ 혹은 ‘어머니’로 불러야 할 분들이었다.

    추석맞이 지역인사를 돌던 박용진 진보신당 전 지역위원장이 행사에 참석했다. 인사말로 이번 의정비 인하 성공 사례를 이야기할 예정이었다. 나이드신 여성분들이라 아직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오해였다.

    행사 진행 사회자가 “진보신당 박용진”을 소개하자 마이크를 쥐기도 전에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행사 전 몇몇 분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어느 정도 감지했던 ‘집단적 격려’가 박수소리로 터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의정비 인하와 관련된 부분을 조목조목 설명할 때마다 박수소리를 계속 터져나왔다.

       
      ▲강북 지역 곳곳에 붙어 있는 진보신당 펼침막.(사진=진보신당 강북)
     

    정치에 무관심하지만 이번 일을 잘 알고 있고, 민주당에 대한 몰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에 대한 격려의 박수소리가 큰 것은 이들에게 이번 의정비 인하 결정이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냥 욕이나 하면 그뿐, ‘그놈들 마음대로 해먹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왔던 지역 주민에게 이번 사건은 ‘지들 욕심대로 못하는 것도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준 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은 의정비 인하 소식을 접하면서 다양한 반응을 보여줬다. “진보신당 이번에 큰 일 했더구만! 고생했어!”라는 격려 칭찬형과, “구의원들이 뭐하는 게 있다고 그러는 거야! 아예 없애버릴 수는 없나?”라는 지방의회 무용론형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다소 엉뚱하게 “전국 최초로 강북구가 이런 일을 해냈다는 건 대단한 일이야~ 강북구 화이팅!”으로 반응하는 강북구 자부심형도 등장했다. 물론 ‘진보신당 격려 칭찬형’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응을 보여줬다. 

    통과 직후 서명 참여자들과 박용진, 최선 등의 개인 지인들을 포함해 발송한 9천여통의 문자 메시지에 대한 격려 답문자로 그들 핸드폰은 하루 종일 콩볶듯 튀어대야 했고 추석맞이 지역 인사를 진행하는 약수터, 배드민턴클럽, 에어로빅 모임, 상가방문 등을 통해 만나는 지역주민들에게 과분할 정도의 격려인사를 받고 있다.

    이런 인사는 새마을협의회, 적십자부녀회 등 이른바 관변단체, 지역유관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유지들이 더 분명하게 하는데 지지 정당과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이번 일에서 진보신당이 완전히 ‘명분과 실리’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선 구의원 제명 추진에 항의하는 진보신당 당원들과 주민들(사진=진보신당 강북)
     

    사회부 미담이 아닌, 정치적 사건으로 기억돼야 

    언론은 이번 일을 단지 ‘주민의 힘으로 오만한 의원들의 콧대를 꺽은 사건’정도로 치장하고자 했다. SBS를 선두로 한 방송사들의 노력은 ‘진보신당’ 혹은 ‘최선 의원’이라는 단어를 하나도 넣지 않고 이번 사건을 설명해낸 <조선일보>의 놀라운 편집 능력을 그대로 빼닮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북구 주민들은 이번 사건의 ‘주모자’가 누구이고 어떤 세력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다. 언론은 이번 일을 ‘야들야들한 사회부 미담기사’ 정리했지만, 이번 일은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진행과정, 다른 당과의 협상과 대립 과정 전반에 걸쳐 진보신당의 집단적 힘과 노력이 만들고 책임져 온 ‘정치행위’였다. 

    강북구지역에서는 민주노동당 시절에서부터 지역 정치활동을 당의 이름을 가지고 선명하게 진행해왔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과 결실은 모두 당에 수렴됐다. 

    때문에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시민단체’라는 이름의 모호한 정치적 중립성 위에서 진행되는 문제제기와 주민 직접행동을 겪었다면 강북구 주민들은 ‘민주노동당’ 또는 ‘진보신당’의 이름으로 반전과 한미FTA 등 거대담론 정치투쟁에서부터 ‘예산낭비 저지운동’, ‘쓰레기봉투값 인상반대투쟁’, 이른바 ‘꿀꿀이죽사건’ 등 생활의제형 정치사업까지 10년간 지켜보고 함께 해왔다.

    당 이름으로 지역사업하기

    이번 ‘의정비인하 주민발의운동’ 역시 1백% 당의 이름으로 진행됐다. 일부 언론의 진보신당 배제 보도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 정치적 사건을 사회부 기사로 전락시킨 것은 한국 언론의 ‘구조적 오보시스템’의 한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적 오보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이번 일이 진보신당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임을 잘 알고 있다. 먼저 무엇보다도 당원과 지지 주민들에 의해서 가정에서, 가게에서, 골목에서, 지하철 입구에서 벌어진 서명운동 자체가 진보신당의 이름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일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온 6개월 가까운 과정에서 주민들에게는 진보신당 이름의 현수막 수십개, 유인물 수만장, 5만여 가구에 모두 전달된 ARS 음성메시지, 핸드폰 문자발송 등 엄청난 홍보 선전 공세가 진행되었다.

    또한 최선 의원의 헌신성에 기반한 ‘의정비 반납’(지금까지 반납한 부당 인상분은 8월 22일 기준으로 1,200만원에 이른다), 강북구의회의 최선 의원 제명 추진사건, 주민조례서명 완수와 구청 제출, 구의회 상정과 운영위 통과까지 각 계기와 단계별로 적극적인 언론홍보을 통한 언론보도의 영향도 컸을 것이다

    (이중 최선 의원 제명 추진사건은 우리로서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한나라-민주 보수 양당 의원들의 헛발질 반격으로, 우리에게 큰 힘이 됐다)

    그대로 부족해서 우리는 더 알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일을 진보신당의 정치적 성과로 담고, 주민들에게 그 의미를 알리기 위해 당은 조례안 통과 이후 더 많은 홍보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먼저 추석을 맞아 강북구 지역 곳곳에 감사 현수막을 다시 내걸었다. 이번엔 당원가입 안내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

       
     
     

    또한 지역정치활동 전개 10년만에 담화문풍의 대자보를 전 지역에 부착했다(사진 오른쪽). 큰길 가에는 현수막이, 동네 골목 안에서는 대자보가 주민들과 진보신당의 만남을 주선하게 될 것이다.

    한번 발송하면 수십만 원이 ‘깨지는’ 핸드폰 문자발송과 ARS 음성메시지의 발송도 계속 될 것이며 상가 유인물 배포 등을 현장을 누비는 작업은 추석 연휴 이후에 진행할 예정이다.

    정치적 지지 얻기 위한 또 다른 노력 필요

    물론 이번 일 하나가지고 주민들이 지지 정당을 바꾸거나 우리 후보자들을 오는 지방선거에서 뽑아줄 것이라고 순진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번 일의 성과를 당의 것으로 그리고 차기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밝힌 것처럼 이번 주민조례발의 과정 전체는 ‘의원자치’로 전락한 ‘지방자치’를 ‘주민자치’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좋은 사례이다.

    진보정치세력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 지역주민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면 원외의 한계, 혹은 원내 소수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진보정치세력들이 지역 내 진보적 의제를 발굴하고 행동하면서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쥐고 지역 여론을 선도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지역의 진보정치세력이 지역에서 ‘착한 일 좋은 일’을 하는 ‘단체’로 머물지 않으려면 그 과정에서 사람을 남기고 ‘정치적 지지’를 조직하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 동시에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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