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사망설을 누가 퍼뜨리냐고요?
        2008년 09월 12일 09: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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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11일) 김정일 아저씨 덕택에 대체로 한반도에 대해서 무관심해온 노르웨이 주요 보수 일간지 아프텐보스텐의 기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통신사에서 김정일이 중병 중이라 나왔는데 사실이냐고 먼저 확인을 요청한 것입니다.

    노르웨이 보수 일간지 기자와의 대화

       
      ▲ 필자

    북한에 대해서 이렇다 할만한 연구를 한 바도 없는 저는 뭐라 답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한국언론에서 나온 국정원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여 "혈 관계의 중병을 앓았다가 이제 호전돼가는 걸로 알려져 있다, 북한 통치 체제가 별 이상이 없어 보인다, 주변 국가에서 별다른 패닉 현상은 없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기자가 "사망설이 인구에 회자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계속 집요하게 따졌습니다. 확인이 안되는 소문 가지고서 이렇게 설치는 게 별로 좋아보이지 않아 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시지요. 당신의 신문이 몇 번 썼듯이, 북한은 극단적으로 중앙집권화돼 있는, 말 그대로 통치자 일인이 계속 미시적인 부분까지 콘트롤하는 군부대형 내지 병영형 사회이지 않습니까? 외지에서 적들에게 고립돼 고전 중인 군부대에서 지휘관이 갑자기 죽어버리면 부대가 과연 그 뒤에 그대로 정상적으로 돌아가나요?

    후임자를 미리 지정해 놓으면 모를까 안 그러면 혼란이 생기고 난리가 나지요. 북한도 마찬가지지요. 김정일이 죽었다면 이미 비상한 난리가 났을 것인데 나라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걸 보시지 않습니까? 그러면 뜬소문을 굳이 심각하게 취급하실 일이 있나요?"

    그 기자가 약간의 설득이 된 모양으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물었어요 "그러면, 그 사망설을 과연 누가, 무슨 계산으로 계속 퍼뜨리나요?" 글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확답은 없었습니다. ‘누가’ 퍼뜨리는지 알아도 – 즉, 일본과 미국, 그리고 일부분 남한의 극우파 일부가 그렇게 하는 걸 알아도 – ‘왜’ 하는지 저도 사실 완벽하게 감이 안 잡히지요.

    기자에게 "한반도에서의 긴장 분위기 조성을 획책하는 세력"이라 답하여 기사도 그렇게 나왔는데 (http://www.aftenposten.no/nyheter/uriks/article2645191.ece) 생각해보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요.

    김정일 사망설, 누가 왜?

    ‘김정일 사망’ 낭설을 가지고 누가 무엇을 건지려 하는가요? 군사 예산 증강의 핑계를 찾는 미국 내지 일본의 극우들의 ‘한반도 긴장 고조 논리’를 이해할 수 있어도 한반도의 주민은 – 아무리 보수파라 해도 – 그러한 이야기를 함부로 해대는 것은 납득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김정일의 사망과 북한 체제 붕괴가 가져올 수 있는 재앙은 진보, 보수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의 생존 기반을 위협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요.

    동아시아적 근대 프로젝트의 전형은 ‘부국강병’이라고 본다면 북한은 부국이 아니더라도 확실히 강병입니다. 북한 내에 보유중인 각종 화기를 다 종합해서 계산한다면 1천만 개 가까이 될 것이고, 군 장교와 특무 부대 등 고급 훈련을 받은 군사 집단은 적어도 2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6~12개로 추산되는 핵무기를 굳이 언급 안해도 북한이 중앙집권적 관리를 어느 정도로 필요로 하는 사회인지 쉽게 알 수 있지요. 그러면 김정일 사망으로 그 관리 체제가 마비되고 예컨대 군벌 집단 사이에서의 적자생존 식의 권력 투쟁이 일어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배급 체제 마비, 대량 아사 사태 재발, 외국 테러 집단과의 무기 밀무역 극성, 미국 내지 남한의 군사적 개입의 위협, 그리고 미국/남한의 군사적 개입을 원하지 않고 피난민의 엑소더스를 막으려는 중국 정부의 무장 간섭의 임박…

    거기까지 가도 외국인의 몫이 30%나 되는 서울의 증시가 이미 무너졌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준전쟁 상태라는 리스크를 외국 투자자들이 왜 감수해야겠습니까? 그리고 거의 40여년 동안 극단적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훈련 받아온 북한인들이 과연 중국군을 반기겠습니까? 어림도 없지요.

    중국도 이를 예상하여 아마도 한국/미국군의 북한 지역 주둔을 배제한 한국 측의 ‘정치적 해결’을 바랄 터인데, 한국 측의 능력으로는 과연 뭘 할 수가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은 이북을 흡수할 힘이 없다

    대한민국은 이북을 ‘흡수’할만한 하등의 힘이 없는 것이지요. 흡수해 놓고서는 북한군의 20만 명 장교/특무부대 복무자들을 어떻게 처리하게요? 통일 이후에 남한군도 줄여야 할 판에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일감과 신분을 보장해주지 않을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사담의 군대가 2003년에 미군에 의해 강제 해산을 당한 뒤에 벌어진 일을 보시면 곧 아실 것입니다.

    중국도 남한도 이북을 흡수 못할 경우 결국 대리인(괴뢰화된 이북 관료 집단)을 내세워 공동적 간접 통치를 해야 할 것인데, 그게 어쩌면 차악의 시나리오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북한의 민중은 중국과 남한 자본의 ‘공동 노예’, 하등의 권리가 없는 최저임금 노동력이 될 것도 뻔합니다.

    김정일 사망을 바라는 분들이 그걸 바라시나요? 하여간 어려운 이웃들의 삶, 그리고 우리들의 미래에 재앙이 될 게 뻔한 일을 희망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습니다. 고통스럽기는 역시 나름대로 고통스럽겠지만 북한의 자체적인 ‘자기 개선’, 즉 기존의 통치 집단의 자기 변신 이상으로는 현실적으로 희망적 시나리오는 없을 것입니다. 그게 북한 민중의 점차적 계급의식의 성장에도 가장 도움이 될 시나리오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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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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