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 흥겨운 노래, 달콤한 거짓말
    2008년 09월 12일 09:23 오전

Print Friendly

   
 

영화 <맘마미아>는 스웨덴의 국보라는 그룹 아바의 노래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다. 배우들과 함께 아바의 노래도 주인공이다. 그러므로 아바의 팬들을 설레게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관객도 노래를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얼마 전에 비틀즈의 노래를 소재로 한 뮤지컬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나와 비틀즈 팬들을 긴장시켰었다. 그러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생각보다 무거운 내용으로 비틀즈 팝의 즐거움을 전해주지 못했다. 비틀즈 음악에 핑크플로이드식 영상을 얹은 듯한 느낌이었다.

머리를 비운 영화

<맘마미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영화는 머리를 비웠다. 아무런 고민도 걱정도 없다. 악천후라고는 없을 것 같은 눈부신 태양에, 싱그런 바람, 목가적인 바닷가 마을, 빈곤이 뭔지도 모르는 오직 사랑만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이 아바의 노래를 부르며 ‘쇼’를 펼친다. 현실에는 없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즐겁고 달콤하다. 그래서 달콤한 거짓말이다. 딱 아바의 노래같다.

놀랍게도 메릴 스트립이 주인공이다. 메릴 스트립은 지금 환갑이다. 그녀가 소녀처럼 뛰어다니며 소녀 같은 표정으로 노래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극의 설정으로 보면 메릴 스트립이 15년 전에 맡았어야 할 배역이다. 그녀의 잔주름이 몰입을 방해하기는 한다.

그래도 부럽다. 그런 나이에도 이런 배역을 맡을 수 있는 문화적 관대함이 말이다. 우리나라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가 극명히 구분되는 구조가 사회풍토에도 영향을 미쳐 모든 부문에서 약자가 배제된다. 외모, 나이도 그렇다. 못 생겼거나 늙은 사람은 스포트라이트에서 소외된다. 환갑의 여자가 로맨스의 주역을 맡을 수 있는 관대함이 부러웠다.

아주 신나고 재밌는 뮤지컬은 아니다. <그리스> 같지는 않다는 말이다. <록키 호러 픽쳐쇼>처럼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따스하다. 대단한 극적 긴장은 없는 대신 즐거운 분위기가 있다. 작은 마을 축제 같다. 요즘 점점 강도를 더해가는 폭력, 스릴, 대규모 액션에 지친 관객이라면 편히 즐길 수 있다. 연인 관람용 영화다. 솔로에겐 괴로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본 전 관객이 커플이었다. 나만 혼자서 봤다.

솔로에게 괴로움 가중시키는 영화

메릴 스트립의 노래솜씨 때문에 깜작 놀랐다. 미국 배우들은 노래 잘 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수잔 서랜든의 노래 이후 두 번째 충격이다. 배우층이 두터운 미국이 부럽다. 아, 그러고 보니 <시카고>의 배우들도 괜찮았다. <터네이셔스 D>에서 잭 블랙의 노래솜씨는 경악이었다.

더 부러운 건 노래 자체다. 물론 노래는 미국산이 아니라 스웨덴산이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도 30여 년 전 인기가수 노래들로 뮤지컬을 만들 수 있을까? 장년층의 추억을 노리는 기획상품 이상은 되기 힘들 것이다. 지금 인기가요 순위곡들을 30년 후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

외국은 나이 먹은 배우도 계속 주역으로 활동하고, 오래된 노래도 현재진행형이고, 오래된 영화도 끊임없이 나온다. <월E>에서 로봇이 보는 영화도 옛날 영화였다. <맘마미아>는 우리 대중문화의 생명력을 초라하게 만든다. 그저 부럽기만 하다.

전체적으로 엄청나게 신나지는 않지만 몇몇 노래는 매우 흥겹다. 사실 아바의 노래들이므로 맥 빠지게 만들기가 더 힘들 것이다. ‘Honey, Honey’, ‘Dancing Queen’, ‘Voulez-Vous’가 나오는 장면은 꽤나 흥분된다. ‘Honey, Honey’는 <그리스>의 ‘Summer Nights’ 장면처럼 십대들의 달뜬 호기심을 그렸는데 어깨춤이 절로 났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들인 ‘SOS’, ‘I Do I Do I Do’를 피어스 브로스넌이 부른 건 유감이었다. 너무 딱딱했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의 노래가 흥겹다. ‘Take A Chance On Me’는 유쾌하고, ‘I Have A Dream‘은 청아하다. ‘I Have A Dream‘을 부른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영화 속 마을은 하나의 이상향이다. 처절한 삶의 고통이 없는 곳, 노래와 춤이 있는 곳, 유일한 걱정거리가 오직 사랑인 곳. 우리에겐 정말 달콤한 거짓말이다. 뮤지컬은 대체로 이런 달콤함을 전해주는 초콜릿과 같다.

나는 이런 사회를 일정 정도 현실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이렇게 달콤한 뮤지컬이 유행할수록 그런 사회와는 점점 더 멀어진다는 거다. 젊은이들이 고통에서 해방되려면 교육제도, 학비, 청년실업, 저임금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그러려면 젊은이들이 극장에서 묵묵히 영화를 보지 말고, 사회에 큰 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이상향에 조금 가까워질 것이다.

뮤지컬이 유행할수록 멀어지는 현실

아바 노래에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빛나는 사람들을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다 우리 사회 생각에 잠시 우울해졌다. 영화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커플들 틈바구니에 낀 혼자인 나는 더욱 우울해졌다. 혼자 가면 위험한 영화다. 자칫 ‘삐뚤어질’수 있다. <아이언 맨>과 <다크 나이트>에 열광하는 남자 관객에겐 섣불리 추천하기 힘들다. 여성들에겐 괜찮은 선택이 될 듯하다. 나는 셋 다 좋아한다.

복잡한 생각 접어놓으면 확실히 달콤한 초콜릿이다. 무엇보다도, 아바의 음악이 펼쳐진다! 팝의 향연이다. 바다와 햇살과 바람과 노래가 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노래가 나오니, 통로 붐비기 전에 먼저 나간다고 부리나케 일어났다간 후회할 수도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