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아줌마 조합원들의 수다
    2008년 09월 10일 06: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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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경정 사업을 맡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해 12월 30일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6명을 해고했다.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 공공노조에 가입한 지 나흘 만이었다. 해고자들은 “민주노총 가입 후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기 위한 투쟁을 막기 위한 해고”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해고된 조합원들은 250여일 동안 1인 시위, 집회 등을 하며 해고의 부당함을 알려냈다. 그리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잇달아 복직 판정을 받았다. 해고가 무효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5일 공단측으로부터 다시 출근하라는 소식을 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직접 출근하라는 얘기를 들으니 더 기뻤다고 한다. 9일 본격적인 출근을 앞두고 복직을 자축하며 아줌마들이 모였다.

   
  ▲ 사진=공공노조
 

                                                  * * *

– 처음 복직 됐다는 전화왔을 때 느낌이 어땠어요?

박인자(56세) : 복직 됐다는 얘기가 나오자마자 먼저 집전화랑 핸드폰이 불이 나는 거예요. 이 날은 계속 전화받느라 뭘 할 수가 있어야죠. (웃음)
김성금(42세) : 호호. 언니 나도 전화가 엄청 왔어요. 그런데 난 조금 달랐는데요. 내가 일한 부천지점에서는 전화가 안오고 조합원한테는 전화가 엄청 오더라구요.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

박인자: 노조 카페에 니 전화번호 올라가 있거든.
김성금: 저녁에 갑자기 공단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린가 하고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그 때부터 축하 전화가 쇄도하는 거예요.

– 가족들도 많이 좋아했겠어요.

박인자 : 우리 친정아버지가 앞을 못 보세요. 내가 복직투쟁 한다고 밖에 다니면 우리 아들하고 남편이 식사를 챙겨줬어요. 너무 고마운 거예요. 가족들이 이제 밖에 나가서 데모 안해도 된다고 너무 좋아해요.
유보숙(42세) : 우리 가족은 내가 복직됐는지도 몰라요. 사실 해고됐다는 얘기도 못 했어요. 매일 출근한다고 나와서 조합원들 만나고 집회하고 퇴근 시간 맞춰서 집에 들어가고 했거든요.

김성금 : 맞아 맞아. 집회 중이더라도 퇴근 시간 되면 퇴근한다고 갔잖아.(웃음) 난 올해 87세 된 엄마가 있는데 엄마가 제일 고생했어요. 큰 애는 초등학교 6학년, 작은 애는 초등학교 1학년인데 작은 애한테는 입학식날 딱 하루 학교 같이 가고 못 간 게 제일 맘에 걸리고 아프고 그래요.

– 얘기하는 것 들어보면 다들 사이가 좋으신가봐요.

김성금 : 노조 하기 전에는 여기 있는 이 분들 몰랐어요. 그저 내가 일하는 지점 사람들만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사람과 같이 투쟁했다는 게 지금은 너무 좋아요.
박인자 : 내가 잘려보니까 드는 생각이 있어요. 좋은 일에는 누구나 같이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어려운 일에는 자기 것을 버리고 함께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드물어요. 난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만난 거예요. 생각해보면 참 힘든 일도 많았구나 싶지만 얻은 게 너무 많아요.

김성금 : (박인자씨를 가리키며) 사람들이 언니보고 ‘또라이’라고 했어요. 복직돼도 정년 4개월 남았는데 뭐하러 그러고 있냐고요. 나 같으면 치사하고 아니꼬와서 그만 뒀을 텐데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박인자 : 여자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너무 힘든 거예요 처음에는. 그런데 먹을 거 싸들고 회의 안 빠지고, 집회 안 빠지고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이렇게 마음먹었거든요.

김성금 : 어떻게 보면 우리 같이 해고된 사람들이 싸우기에는 더 편했을지도 몰라. 우리야 어차피 해고됐다 그러면서 선전전도 다니고 그러는데 안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공단 눈치보랴, 우리랑 같이 선전전 참여해주랴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겠어요. 난 그래서 우리 조합원들이 참 고마워요.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야 지금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 말이에요.

– 복직되면 아무래도 회사측과 생활하면서 갈등도 생기지 않을까요?

박인자 : 복직됐다고 끝난 건 아니에요. 이제 안에 들어가서 싸워야 하는 부분도 남은 거예요. 지금은 밖에서 싸우니까 마음대로 퍼붓고 그랬는데 이제는 생활하면서 싸워야 하는 게 부담이죠. 하지만 씩씩하게 잘 할거예요. 지금껏 고생한 게 아까워서라도 잘 해야죠.

송기향(40세) : 이제 나를 해고시킨 사람과 직접 얼굴을 보며 일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거죠. 사람들이 여리다 보니까 걱정도 되고요.
김성금 : 회사가 머리 쓴다고 우리하고 조합원들 이간질시키고 그러는 게 우리는 다 보여요. 우리는 우리끼리 격려하고 새로운 소식 있으면 알려주고 그러거든요.

아줌마 조합원들은 하나 같이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비정규직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회사가 자꾸 우리를 투사로 만드는 거 같아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정규직을 자꾸 투사로 몰아가는 사회가 너무 가슴 아픈 거죠”

아줌마들은 이제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행복한 아줌마들이다. 풍성한 한가위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KTX-새마을호, 이랜드, 기륭전자, 성신여대 청소 아줌마 등 수많은 비정규직들은 아직도 거리에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에게도 한가위에 걸맞는 낭보가 오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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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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