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 방송 꿀꺽법' 절대 안돼
        2008년 09월 10일 04:3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 사진=언론노조
     

    재벌대기업의 방송사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공청회가 언론노조와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로 저지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일 오후 2시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 지하 2층 의원회의실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를 열려 했지만 ‘요식적인 행위’라는 거센 항의로 결국 무산됐다.

    방통위는 이미 지난 4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상파와 보도종합편성 프로그램 공급사(PP)에 대한 대기업 진입 제한 완화와 케이블방송 사업자간 겸영 규제 완화, 미디어간 교차소유 허용, 내년 12월까지 민영 미디어렙 도입, 주파수 경매제 도입 등 업무 보고를 마친 상태다. 이중에는 방송법 시행령 공청회에서 다룰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형식적인 공청회에 불과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공청회 무산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 공청회에 이어 또 다시 각본에 따라 공청회를 진행하려 한다”며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하면서 다 이야기했는데 의견 수렴한다며 공청회를 여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방송법 시행령안은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사업 진출을 현행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시키는 것과, 케이블 SO(지역유선방송사업자)에게 77개 방송구역 중 25개까지 인수 합병할 수 있게 하고 전체 케이블 가입자의 3분의 1까지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게 해 놓고 있다.

    또 케이블 SO의 의무 송출 채널수를 현 70개에서 50개로 축소시키는 등 ‘케이블 특혜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법 시행령 개악을 시작으로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에서 신문 방송 겸영 허용, 언론관련 지원기구 통폐합 등 미디어 관련 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현재 방통위는 두 차례에 걸쳐 공청회가 패널 선정문제와 요식행위라는 비판을 받아 무산됐지만, 시행령 개정 작업을 계속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무산된 두 차례의 공청회에서 작성된 속기록과 인터넷으로 올라온 의견 등을 중심으로 방통위 회의에 시행령안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배포된 공청회 자료에는 의견 수렴을 지난 7일(일요일)로 마무리 짓는 것으로 되어 있고, 9월 중에 방송통신위 전체회의 의결과 규제심사, 10월 법제처 심사를 거쳐 11월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언론노조
     

    현대, 삼성 계열사 방송진출 가능케

    ◇‘방송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미디어행동과 범국민행동은 이날 공청회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재벌 기업에게 지상파방송과 보도·종합편성 PP를 허용하고 케이블 SO를 위해 큰 특혜를 베풀면서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시키고 지역의 다양성을 말살하려는 개정을 절대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유보 범국민행동 상임 집행위원장은 “3조 원에서 10조원으로 대기업 기준을 완화시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안”이라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10조원 이상으로 대기업 기준이 완화될 경우 현대, 효성, 대한전선, 이랜드, 코오롱, 엘에스, 동부, 대림, 부영, 삼성테스코, 웅진, 농심 등 기업 순위 24위부터 57위에 속하는 기업(지난 4월 기준)들이 방송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또 10조를 웃도는 신세계, 씨제이, 에스티엑스 등 역시 방송사업 진입을 위해 얼마든지 자산규모를 낮출 수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씨제이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고, 토론회가 열린 대한상공회의소의 회장은 손경식씨로 손씨는 이건희 회장의 큰 형인 이맹희 씨의 처남이며, 씨제이 그룹의 대외담당 회장을 맡고 있다.

    신학림 미디어행동 집행위원장은 “CJ는 자산규모가 10조2천억원으로 사업조정만 하면 얼마든지 종합편성PP를 운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원들 공청회 아무도 안 나와

    ◇방통위, 공청회를 방패막이로=이날 역시 방송법 시행령 공청회에 방송통신위 위원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동안 언론노조는 정책의 중요성에 걸맞게 방통위원들이 직접 개정안을 설명하고 토론에 나설 것을 요구해 왔다.

    또 공청회 자료집의 기대 효과 항목에 ‘기업들의 투자 촉진과 방송 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추상적인 말만 있을 뿐이며,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실현과 시청자와 소비자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단지 온라인 등으로 제기된 주요 찬반 의견을 정리해 놓는데 머무르고 있다.

    사회를 맡았던 유의선 이화여대 언론정보학회 교수는 ‘공정하게 사회’를 보겠다는 말만 했지, 요식적인 공청회를 거부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김성규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장 역시 ‘공청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이상의 말은 하지 못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