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금융 재벌 대 시민, '쩐의 전쟁'?현대판 봉이 김선달, '민자'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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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4월 23일 01: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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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8월 3일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 촉진법’이 처음으로 제정된다. 이것이 현재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지하철 9호선 사태로 주목 받게 된 ‘사회기반시설에 관한 민간투자사업법’의 모태이다. ‘민자유치촉진법’에 따라 1995년 한국 최초의 민자 사회간접자본 사업으로 추진된 것이 이른바 “영종도 신공항 고속도로 프로젝트”였고, 이에 따라 지금의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건설됐다. 신공항의 민자사업 추진 이후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민간투자 유치는 대폭 확대된다.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반대, KTX 민영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사진=공공운수노조) 

‘민자’의 전성시대

한국경제는 중공업, 중화학공업과 전기전자 분야의 눈부신 발전으로 경제적 도약을 끊임없이 이뤄왔다. 그러나 SOC 분야에 대한 투자 부족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됐다. 특히 경부고속도로의 성공 신화와 자동차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도로건설 위주의 정책은 균형적인 국토 발전과 산업 발전의 장애요소로 다가왔다. 특히 1980년대 중반까지 SOC 분야 시설 규모는 선진국 대비 45%의 수준이어서 매출액 대비 10%에 불과한 선진국보다 높은 19%에 달하는 물류비는 한국기업들의 국제경쟁력까지 떨어뜨렸다.

이런 상황에서 용량 한계에 다른 철도 수요를 감당할 고속철도의 건설, 포화 상태에 이른 김포공항을 대체할 국제공항의 신설, 내륙 곳곳의 고속도로망 확충 등 광범위한 SOC 투자 사업이 계획되거나 진행됐다. 이에 따라 엄청난 국가재정이 필요했다.

결국 국가재정의 부담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자본 유치를 촉진하는 법이 만들어져 민간사업이 추진되었으나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민간자본 유치사업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결국 민간의 투자유치를 더욱 촉진시키는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외국자본 유치의 제약을 없앤 새로운 전면개정 법률인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 탄생한다.

이후 민간투자 사업은 중앙정부와 전국의 지자체가 앞다투어 추진하는 사업이 됐다.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도입된 재정조달 기법이 ‘프로제트 파이낸싱(PF)’으로 장기자금의 조성과 위험 분산을 위해 국제금융부문에서 사용되어온 방식이다.

PF란 특정 프로젝트로부터 발생 가능한 미래의 현금 흐름(cash flow) 수익을 담보로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을 총칭한다. 이 방식은 민간 사업주의 현재 물적 가치나 신용 등을 고려치 않고 가상의 미래가 담보하는 수익에 기초하기 때문에 현재 논란이 된 ‘최소운영수입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땅 짚고 헤엄치는 민자투자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부터 사업자 선정과 건설 과정 등 실제 운영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사업자의 수익 보전을 위한 과도한 수요 예측을 일상화시키게 되고, 이를 근거로 PF로부터 투자금을 지원받는다. 결국 손실은 최소운영수익 보장제에 의해서 보존받아 손해보지 않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설계가 이뤄졌다.

현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적 기반을 갖고 있는 민간 투자 사업은 그동안 정부의 끊임없는 민간투자 확장 방침에 따라 잦은 개정을 반복해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학교, 복지, 보건의료 영역까지 포괄하는 광대한 사적 자본의 이윤보장 제도로 자리잡았다.

국공유 재산의 무상임대 및 처분 혜택, 토지취득 및 보상에 대한 혜택, 각종 지원제도 등 기업 입장에서는 민간투자사업은 그 어떤 투자 대상보다도 리스크가 적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완벽한 투자 사업이 됐다.

결국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사회 전체적으로 공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사회기반시설에 공공적 영역이 감소하고 사적 이윤체제로의 전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기획재정부의 발표를 통해 “정부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계속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 투자 사업에 대한 여러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재벌을 위한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정권의 선언이었다.

사실 지하철 9호선 문제가 발생하기 전부터도 민자사업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최초의 민자사업인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당시 공항으로 가는 대체 수단이 없는 유일한 필수 공공시설임에도 민자사업으로 진행해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이용 요금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시민들이 ‘요금인하 대책위’까지 만들어 헌법소원까지 냈으나 뱃길도 대체도로일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코미디 같은 판결로 토건재벌의 손을 들어줬다. 시민들은 이에 대항해 ‘톨게이트에서 동전보따리로 통행료 내기’ 같은 저항으로 민자고속도로의 횡포를 고발했던 사실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인천공항철도 다시 공영화된 사연

현재 진행중인 KTX 민영화 추진 논리와 같이 민간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효율적 경영으로 새로운 철도경영의 모델을 보여주겠다던 인천공항철도는 더욱 심각한 문제를 노출시켰다. 예측 수요의 7%라는 경이적인 이용률을 보이며 세계 최고의 한적한 철도라는 조롱을 받았던 인천공항철도는 결국 1조2천억의 적자를 철도공사에 떠넘기며 다시 공영화되었다.

그런데 이 공영화 과정에서 자칫하면 엄청난 시민들의 세금이 또 낭비될 뻔했다. 2009년 3월 30일 국토부는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합리화 대책마련”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철도공사가 출자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는 협상에 나서겠다는 발표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인천공항철도의 대주주인 현대컨서시엄의 행태다. 현대는 매각대금을 챙기고 인천공항철도사업에서 손을 떼는 수준에서 민자사업과 관계 규정에 따라 금융권에 지분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07년 5월 현대는 정부 승인을 전제로 한국인프라투융자사 등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4월 국토부에 승인을 신청한다. 국토부는 전문기관 연구 및 기재부와의 협의를 거쳐 현대의 승인 요청을 거부하고 인프라투융자사에 매각하려 했던 기존 건설사 출자 지분을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가 매입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금융권에 지분 매각 이후에는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책 강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국토부가 밝힌 이유였다. 만약 이때 현대의 의도대로 인천공항 철도가 민간 투융자사에 넘어갔다면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상당했을 것이다.

정치권력과 토건금융족 유착

이처럼 민간투자 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지만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고 은폐되거나 외면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정치권력이 토건족이나 금융자본과 밀접히 유착되어 있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박원순 시장이 지난 선거에서 당선되지 않았다면 서울시측에서 ‘지하철 9호선의 경영위기를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시민들을 설득했을 것이다. 이번 지하철 9호선의 문제는 시민 우선 정책을 시정의 제1로 삼는 박원순 시장 체제가 아니었으면 유야무야 끝났을 일이었다.

토건금융권력과 시민권력과의 한 판 싸움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의 정치인들이 장악한 정치지형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새누리당과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이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민주통합당 출신 일부 지자체장의 추진 정책이나 특히 지난 총선 때 수도권 출마 후보들이 공동 공약으로 경인선 지하화를 약속하면서 민간투자법에 의한 재정조달 방안을 내세우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민간투자사업의 실상을 모르고 공약했다면 그만큼 정책 능력이 부족한 것이고, 알고 그랬다면 이권을 나누는 무리와 한 통속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민주통합당이 차기 대선에서 진정으로 민심을 얻으려면, 그리고 진정으로 99%의 국민들을 위한다면 현재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로부터 받고 있는 지지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꼼꼼히 돌아봐야 한다.

지하철 9호선의 문제로 한 발 더 들어가 보자. 그동안 최소운영수익보장제나 주주사의 높은 이자비용 챙기기 같은 문제는 많이 다루어 졌으니 지하철 9호선의 사업구도를 분석해 보자. 그러면 효율적인 민간경쟁체제의 진면목이 보인다. 

   
 

적자 노선에도 재벌 높은 순익 보장

서울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Metro 9호선 주식회사와 ‘실시협약’을 체결한다. 9호선 사업권의 총괄 주체가 된 ‘Metro 9호선 주식회사’는 ‘9호선 운영주식회사’와 9호선 운영과 유지보수 협약을 체결한다. 대주주인 현대 로템은 베올리아사와 협약을 맺고 함께 운영회사에 출자한다. 베올리아사가 대주주인 ‘9호선 운영주식회사’는 현대로템을 주축으로한 특수목적법인(SPC)과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다.

위 표와 같이 중층적 다단계로 서로 얽히고 설킨 채 일반 시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도의 운영체제를 구축해 놓았다. 그러나 9호선 운영체제의 핵심은 자신들이 뽑아낼 수 있는 수익은 다 뽑아 가면서 책임은 면하는 교묘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세후 실질사업 수익률을 8.9% 보장한다"는 협약에 따른 최소수익 보장분과 공공할인 분으로 ‘Metro 9호선 주식회사’에 2009년부터 2011년 까지 715억 원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감사원 보고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9호선은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물론 대부분의 손실분이 대주주 금융사가 챙겨가는 이자부분으로 밝혀졌지만, 지하철 9호선은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운영사는 만만치 않은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사는 2009년 개통 이후 72억의 순이익을 챙겼다. 운영사 지분을 8:2로 나눠갖고 있는 베올리아와 현대는 각각 8억과 2억을 투자해서 불과 2년 만에 35억 2천만원과 8억 8천 만원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투자액 대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냈다.

또 이런 수익에 대해 법인세조차 단 한 푼도 걷을 수 없는 제도상의 맹점까지 활용하는 선진기법을 보여준다. 깨알같이 알뜰하게 시민의 세금을 챙겨가는 효율적 경영시스템속에 이용 시민들은 환승할인 혜택도 못 받고 혼잡시간 증차 요구도 묵살 당하면서 요금은 더 내라는 협박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세금으로 재벌 이익 챙겨주는 블랙홀

지금까지 민간투자사업은 국민들의 세금을 빨아들여 재벌들의 이익을 챙겨주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민자사업과 관련해 수많은 공청회나 학술회의가 열렸지만 화려한 프리젠테이션과 수학공식과 경제학 이론속에서 민자사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을 바라보는 시장이 들어서면서 이제까지 화려한 껍데기에 가려져 있던 민간투자사업의 곪고 곪은 상처가 터졌다. 박원순 시장이 ‘시민의 뜻을 물어 9호선의 재 공영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서울시민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서울시에서 지하철 9호선을 매입해 공적운영 체제로 유지하는 것이 서울시민들에게 훨씬 이로운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 같은 메트로폴리탄의 필수적 기반시설인 지하철은 선진경영기법이라는 미명아래 겉으로는 손실을 보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세금을 빨아들이는 민영화는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특히 서울시 지하철은 일본 동경도 등의 경우처럼 독립적 단일 노선이 많은 게 아니라 모든 노선이 서로 환승이 가능하고 전체가 일원적 네트워크로 묶여 있으므로 이 망의 균질적 발전이 가장 효율성을 담보하는 길이다. 

과도한 혜택, 감시의 부재

지하철 9호선 사태로 우리는 두 가지 숙제를 부여 받았다. 하나는 민간투자법과 민간투자사업에 대하여 어떤 수술을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민간투자사업은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 과도한 혜택과 감시기능의 부재, 준비, 시행, 운영과정에서의 투명성 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민자사업의 대상에 대한 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대도시 지하철이나 국가 간선 철도망, 고속도로 망 등 필수기반시설의 민영화나 민간투자유치는 법적으로 제한을 두는 방법도 모색될 수 있겠다.

남은 하나는 도시철도 망에 대한 장기적 정책 추진 방향이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수도권 광역도시 철도는 철도공사, 서울메트로, 도시철도공사, 9호선 운영사, 신분당선 등 여러 운영기관이 있다. 이들 다양한 운영기관의 효율적 통합도 고려해볼 시점이 됐다.

9호선과 신분당선은 민간투자법에 의한 민영회사로서 도시철도 네트워크의 공동망에 연결되어 있으면서 이질적인 환승 및 요금체계를 만들게 된 요인이다. 따라서 이들 민영 지하철회사의 재공영화나 공공적 역할의 강화는 서울시의 교통체계를 시민친화적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앞으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토건금융족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을 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장정에 나선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를 시민들이 격려하고 지켜줘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지하철은 재벌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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