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금융위기, 네덜란드를 덮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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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4월 23일 08: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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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남: “연정에서 빠져 나가겠다고? 너 나 물 먹일래?”
    오른쪽 남: "참 내, 내가 죽게 생겼는데, 니 밥그릇까지 내가 걱정해줘야 하나?" (가상 대화)

    <레디앙> 독자 중 이 두 사람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이 두 사람은 네덜란드 정치의 1, 2인자라고 할 수 있지요. 먼저 안경 쓰고 강한 어투로 얘기하는 정면 얼굴의 이 남자는 네덜란드 수상인 마크 루터입니다. 자유주의 정당인 VVD(자유민주연합, 자민련 ㅋㅋ)의 청년학생위원장 출신에 국회의원, 차관, 당 대표를 거쳐, VVD 를 최초로 제 1당으로 만든 사람입니다.

    네덜란드 연정, 4월 21일 붕괴

    지난 해 선거에서 제1당이 되어, 기독민주당(CDA. 중도우파, 보수적, 기존 제1당, 경제정책과 외국인 정책에서 우편향으로 지지층 대거 이탈하여 작년 총선거에서 지지율 반토막남)과 연정을 구성하여 수상이 된 40대의 젊은 수상입니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뭔가 생각하면서 듣고 있는 옆 모습의 남자는 네덜란드 제2당인 자유당PVVD의 당수인 히어트 빌더스입니다. 그는 VVD의 촉망받는 국회의원이자, 유럽정책 총책으로 마크 루터와는 라이벌 관계였는데,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을 반대하는 자기 주장이 관철되지 않자 자민련을 탈당해서 반 이슬람 정당 창당에 나서 국회의원 선거 두 번만에 제2당을 만드는 기염을 통했습니다.

    반대파에 극우파라며 욕먹고 있고, 찬성파에겐 사상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의 신변의 위협까지 무릅쓰는 용감한 정치인으로 추앙받는 사람이죠(이슬람에 대해서 욕을 많이 해서 정치 암살 가능성 1호이기 때문에 네덜란드 여왕이나 수상보다 몇 배 삼엄한 경호를 받고, 은신처에서 생활중) 그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전에 제가 프레시안에 썼던 글을 참고해주세요.

    네덜란드 연정이 4월 21일 토요일 무너졌습니다. 그 이유는 집권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자민련과 기독민주당, 그리고 연정에 참여는 안 하면서 배후에서 지지하는 자유당이 내년 예산안을 놓고 7주 째 협상을 했는데, 자유당,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당의 소유주인 히어트 빌더스가 협상 실패를 선언하고 협상장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이 당이 발을 빼면 연정은 과반수가 안되기 때문에, 이제 다른 당을 끌어들여 다시 연정을 구성하든가, 아니면 다시 선거를 하는 수 밖에 없지요.

    길게 얘기하면 A4용지 10장으로도 부족하지만, 짧게 정리하면 네덜란드는 지금 유럽연합국 중에 경제가 갑자기 안 좋아진 축에 속합니다. 어느 나라나 그럴 수 있는 건데 문제는 그동안 네덜란드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칼, 그리고 이탈리아의 재정위기에 가장 혹독한 긴축을 요구하며 금융위기를 긴축으로 돌파하려는 세 나라의 하나기 때문입니다. 이 세 나라는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입니다. 물론 핀란드도 비슷하긴 하지만 앞의 세 나라에 비하면 유럽 변방의 조연급이죠.

    유럽 경제위기 네덜란드 덮쳐

    네덜란드는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유럽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시세 말로 ‘독일이 기침하면 네덜란드는 독감 드는 처지’라 유럽경기 전반이 좋지 않아, 네덜란드 경제도 안 좋아졌고, 우파 정부의 긴축기조로 소비심리마저 얼어붙어 내년에 재정적자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입니다.

    우파정부는 그동안 유럽연합에서 "긴축, 긴축"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3% 적자 룰을 안 지킬 수도 없고, 지키자니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특히 자유당은 반 이슬람 정당, 반 유럽통합 정당이면서 좌우 어느 쪽에도 표를 주지 않는 네덜란드의 백인 저소득층(워킹 푸어스)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복지예산 삭감에 합의하면 지지층이 다 빠져나가고 당이 무너지는 상황이라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는 마음에서 연정을 깨기로 한 거죠.

    유럽연합, 그 중에서도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들은 자기들이 정해놓은 3% 정책에 포로가 된 상황입니다. 3% 정책이란 유로화 사용국은 재정적자를 국내 GDP의 3%를 넘지 못하도록 정해놓은 건데, 취지는 유로화를 독일 마르크화처럼 강력한 화폐로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재정적자 규모를 제한함으로써 물가인상을 억제하고 화폐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엄격한 재정정책이자 통화정책입니다. 미국에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같은 통화정책의 주체가 있어서 거기서 어느 정도 통화관리를 할 수 있지만, 유럽연합은 통일된 경제정책을 실행하기엔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단순히 유로화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 순위일 수 밖에 없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리스 같이 재정 위기를 겪으면 통화가치 절하를 해서라도 외채를 갚아야 하는데, 유로화를 쓰다 보니 그런 건 꿈도 못꾸는 거죠.

    재정적자, 네덜란드와 그리스

    아무튼 3% 재정 적자 한도를 지키려면, 들어오는 돈(세입)은 한정이 되어 있으니 나가는 돈(세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유럽 정부들은 나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 주로 힘없는 노동자, 서민들의 복지예산을 줄입니다. 또 공기업을 매각하고,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법인세를 인하하고, 시장 개방을 추진하기 때문에 노동자, 서민의 반발을 가져 오고, 유럽 대기업들은 쾌재를 부르게 됩니다.

    저의 짧은 소견으론 그동안 유로권에서 한 말 때문에 궁지에 몰린 네덜란드는 눈앞에 있는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이 이기고 유로 회원국들 사이에 지금까지의 강력한 재정적자 억제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 그 때 슬쩍 묻어서 갈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연정 붕괴에서 국회의원 재선거 하는 길을 갈 것 같습니다. 꼼수 중의 꼼수지요. 그리 되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네덜란드 국민들의 표심을 내세워서 기존의 말을 바꾸는 게 가능할 테니까요.

    그렇게 보면 그리스는 참 불쌍합니다. 경제 불황이 벌써 5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유로화를 망친 주범으로 찍혀서 계속 얻어 맞기만 하고, 새 빚 내서 헌 빚 갚는 일밖에 못하고 있으니까요. 나라 경제는 완전히 거덜 난 상황이고, 젊은이들은 해외로 나가는 게 유일한 탈출구인 상황이지요.

    그 사이에 독일과 네덜란드 같이 유로 중심권 나라들은 유로 주변국에는 엄격한 재정정책을 주문하면서 자기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3% 가이드라인도 빠져 나가고, 주변국의 망한 기업도 헐값에 사들이고 있으니, 참 약육강식의 질서는 유럽에서도 어김 없이 관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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