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단일후보 필요, 연립정부는?배타적 지지 철회, 사안별 정책연대
        2012년 04월 23일 06: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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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임진희

    – 현재 진보정당은 단순한 분열 또는 분화가 아니라 해체 수준에 접어들었다는 부정적 평가가 있는가 하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서의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는 기대도 있다. 민주노총의 경우 정치적 원심력이 강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 사이에는 이번 선거 과정을 거치며 해소하기 어려운 감정의 앙금 더 많이 쌓인 것 같다.

    지금까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입체적으로 짚어봤다. 이제 선거 이후 진보정치 진영의 진로, 12월 대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각 정파들 대중운동 복원에 앞장서야

    임영일 노동 쪽을 중심으로 얘기를 하겠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과 2008년 분당 그리고 지금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과정에 대해 시계 태엽을 거꾸로 감는 식의 재통합은 불가능할 것 같다.

    통합의 과정을 거치려면 서로 다른 당 내지 정파들이 노동과 진보정치를 놓고 다시 통합할 거냐 말거냐 논의가 이뤄져야 할 텐데, 이런 얘기는 나오지 않을뿐더러 이것이 논의 대상이 되더라도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진보정당 진영의 통합보다) 대중조직을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한 고민이 각 정파마다 있을 거다. 통합진보당 안에 당권파와 경향을 달리하는 그룹은 노조운동이 이 상태로 계속 가면 안 된다는 우려가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접점을 찾아서 나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진보신당에서 떨어져 나온 노동 쪽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된다.

    이들이 함께 “당을 어떻게”가 아니라 대중운동을 어떻게 복원시키고, 제 기능을 갖게 할 것인가를 찾아보는 걸 출발점으로 삼아 고민의 접점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이 축적되지 않으면 정치적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민주노총의 경우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노동 조직과 당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나는 분리라는 표현까지 쓴 적이 있는데, 냉정을 찾고, 노동조합 대중조직의 건강성 찾기 위해서라도 그럴 필요가 있다. 여기에 대해 1백% 합의는 불가능하겠지만 (노동조합의) 주요 활동가 그룹과 진보정당 당내 활동가들이 합의를 도출해내야 된다.

    배타적 지지 철회, 사안별 정책연대

    – 노동조합과 정당 관계의 재정립, 분리에 대해서 조금 구체적으로 의견을 얘기해 달라.

    임영일 민주노총 정치 방침을 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재는 정치 방침을 못 정하고 선거 방침만 가지고 지도부가 밀고 온 것이다. 이것을 정돈하고 민주노총에서 정치 방침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사전 논의를 전제로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서 다뤄야 한다.

    – 어떤 정치 방침이 필요하다고 보나.

    임영일 나는 배타적 지지 방침은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민주노총이 독자적 방침과 정책을 가지고, 민주당을 포함시킬 것인가 등 그 범위는 별도로 얘기하더라도, 복수의 정당과 연대, 연합하는 구도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손호철 정치로부터 손을 떼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사안별로 가능한 정치적 노선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 나가자는 얘기인가?

    임영일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 가운데 가장 큰 독은 배타적 지지다. 이걸 폐기한다는 것에 동의했다는 전제 하에 정치 방침을 정해야 한다. 민주노총에서 제기되는 입법화 과제가 많다. 사안 별로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서 정당과 정책 연합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게 답은 안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거기부터 출발해서 필요한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서로를 향해 날이 서 있는 각 정파들이 대중조직을 먼저 생각하고 반성하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조희연 임 선생께서 얘기한 대중조직의 역량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 나처럼 외부에서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노동자 대중운동의 정치 방침을 정하는데 무슨 묘안이 없나 궁금하다. 만약 지금 배타적 지지 방침을 철회하면 오히려 민주통합당 지지 경향이 굉장히 강화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좌파 정당에 대한 배타적, 선택적 지지 방안은 없는 건가.

    서로 다른 정치 성향 상호 용인해야

    임영일 당과 노조 관계와 관련해서 일본식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본은 과거 공산당과 산별회의가 동맹 관계를 유지했으며, 사회당과 총평이 같은 정치 블록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에 대한 폐해가 이미 이런 방식으로 드러났다.

    배타적 지지 청산은 필요한데 그럼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만약 배타적 지지 방침에서 풀려나면 대중조직 안에서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상호 용인하는 풍토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입법 과제는 어느 당과 할지 구체적으로 논의, 검토해야 할 것이다.

    조희연 노조가 정당에 계열화 돼있고, 정당이 노조를 동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상황인데(임영일 : 일본도 나중에 그렇게 됐다) 한국은 일본보다는 일종의 독립노조 전통이 있는 것 같다. 정당으로부터 운동이 독립되고, 자기 대중적 기반을 기본으로 자신의 지지 정당을 결정하는데, 배타적 지지 방침의 전면적 폐기는 과잉개방화로 가는 것 아닌가?

    임영일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임영일 소장(사진=임진희) 

    배타적 지지 방침 철회 이후는?

    손호철 배타적 지지 폐지 원칙에는 동의한다. 노동운동이 발전하면서 정치운동 발전해야 되는데 오히려 정치운동의 위기가 노동운동의 위기로 전이되는 역전 현상이 생겼다. 그런 점에서 대중운동의 재정비가 필요하고 따라서 배타적 지지가 철회돼야 한다.

    문제는 그 다음에 대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진보신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어느 정당을 지지할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하게 된다. 두 번째는 임 선생이 얘기하는 사안별 접근인데, 이 경우 힘의 구조가 있는 한 결국 총론은 배타적 지지 철회지만 각론은 배타적 지지가 사실상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흑인들이 만날 민주당만 지지한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사안별로 공화당에게도 “지지하면 뭐 해줄래.”, 즉 거래(bargaining)를 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도 하다못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까지도 포함해서 법안을 가지고 거래를 할 수도 있겠으나, 내부적으로 정치적 이유 때문에 이 합의를 해낼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상호(방청석) 지금은 거래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정당 방침의 전달 벨트가 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과거에는 정당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서, 걸러내지 않고 무조건 자신들의 정책으로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역으로 노조가 정당 조직의 방침을 하달하는 조직으로 됐다는 점이다. 이게 핵심적인 문제라고 본다.

    조희연 민주노총이 정치적 개입력이 있다면 두 정치 조직의 타협적 연대를 통해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노동자후보가 패퇴하는 것은 막았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이번 선거에서 거제와 창원의 경우가 그렇다.

    임영일 그건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창원이나 거제가 중대선거구제로 묶여 있다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소선거구제의 경우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지역의 선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 좌파적 요소 더 강화돼야

    조희연 나는 민주노총의 조정력이 여지를 남겨놨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총선 후 과정과 관련해서는 노동좌파 정치 블록의 재구성이라는 경로가 노동자 대중운동의 재정비와 같이 가는 것이 어떨지 생각한다.

    지금은 민주통합당의 리더십이 강하지 않고 약한 국면이다.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적 정당성, 노동자 정치 원칙으로부터 일정한 이반이 있었으며, 이에 따른 실망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진보적인 2013년 체제 개혁이 가능하려면 우리 사회의 좌파적 요소가 지금보다 훨씬 더 대중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좌파성을 완화시켜서 대중성을 획득하는 경로도 있지만, 반대로 그것을 강화시킴으로써 대중성을 획득하고 (진보진영의) 우경화에 위협효과를 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기본적으로 통합진보당을 지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자유주의적 정치세력을 흡수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좌파성의 강화를 통해서도 대중성 확대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들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고민했으면 한다.

    손호철 노동운동이 정치운동으로부터 거리를 둬야 되지 않나. 지금 상황에서 배타적 지지 폐기를 얘기하는 것이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고민이 있다. 그런데 거꾸로 제2노동자 정치운동을 민주노총이 주도해야 된다는 기대도 있고 해서 이 두 가지가 헷갈리기도 한다.

    이번 총선에서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진보정당 후보가 실패한 요인은 두 당이 갈라졌다는 조건도 작용했겠지만, 통합진보당에 대한 집중투표 지침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노동자들에게는 자신들에게 ‘가해자’였던 국민참여당과 통합했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거라고 본다. 이런 부분이 제2노동자 정치세력화 움직임의 계기와 흐름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하다.

    통합과 유시민의 의도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남아 있는 진보좌파의 결집을 위해서 제2노동자 정치세력화 노력은 있을 것이고,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활동가들이 어떤 역할을 할 거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노동운동 내부의 객관적 상황, 역량, 사고가 들어 있는 부분이라서 내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논의가 있을 때부터 나는 ‘논의’만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 실천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고, 정책 연합을 해야 하는데 쌍용차 대응 같은 부분도 전혀 같이 하지 않았다. 창조적 파괴에 의한 대선 이후 통합진보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조 선생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유시민은 이념이 아니라 공학적 차원에서 소수파 연합을 선택했다. 나는 처음부터 빅텐트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진보 때문이 아니라 유시민 때문이었다. 그는 마이너 리그에서 대선 후보가 된 후 민주당과 1대1 로 경쟁하려 한다. 거기에 왜 이용을 당하나.

    제2의 창조적 파괴를 통해 헤쳐모여가 이뤄지면 통합된 진보정당이 나오고,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은 친노 세력으로 민주통합당에 가서, 통합된 자유주의 정당과 통합된 진보정당이라는 중기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참여당과 같이 하는 조건 속에서 진보의 재통합은 어렵다.

       
      ▲손호철 교수(사진=임진희) 

    조희연 노동 재정비의 큰 틀은 가되, 단기적으로 노동과 진보정당이 재통합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 통합진보당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해산당한 당과 통합 필요성 못 느낄 것이다. 노동 좌파 정치 블록이 일정한 대중성을 확보해야 통합의 필요성이 생기고, 합쳐도 그때 합쳐질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선거주의적 경향과 결합되면서 자유주의적 요소가 강화될 개연성은 있지만 그 내부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며, 좌파의 조직화를 통한 위협 효과로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유지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손호철 나는 이해가 안되는 게 왜 국민참여당이냐 하는 것이다. 자유주의와 연대할 수는 있다. 필요할 경우 같은 당도 할 수 있다. 내가 진보통합을 가정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빅텐트론을 말한 이유이다. 근데 왜 민주통합당은 안 되고 자유주의 우파인 국민참여당과는 된다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 몸 불리기 이상의 의미는 없다.

    대선, 야권 단일후보로 갈 수밖에

    – 이제 대선 얘기를 해보자. 박근혜 대세론, 안철수 대안론, 민주당 내부 주자들의 움직임과 야권 연대 등 주요 변수들과 관련된 전망과 함께, 한 목소리나 한 몸처럼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긴 하지만, 진보진영의 대선 전략에 대해서 이야기 해 달라. 

    조희연 2002년 대선이나 2007년 대선의 경우 진보진영이 독자후보를 내서 보수, 중도 개혁, 진보 후보 3자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되기 어려울 것 같다. 야권 연합 후보로 갈 수밖에 없는 정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진보적 의제가 그 전보다 광범위하게 관철될 수 있을 개연성을 높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범진보진영은 진보적 의제 발굴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

    2012년 대선에서 진보개혁 후보가 이길 경우 통합진보당 쪽에서 이니셔티브를 갖고 노동부, 환경부, 복지부 장관 정도는 맡을 가능성이 있다. 이 얘기는 2012년 대선의 전술적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에게 딜레마는 안철수 문제다. 그는 문국현으로부터 이어져오는 일종의 공화주의적 기업인을 상징한다. 기존 체제 내에서 성공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보여주며, 도덕성과 공유의 정신을 갖는 개명된 엘리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기존 민주통합당 후보보다 훨씬 우경적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통합당의 당내 경선에서 누가 선출될지는 모르지만 안철수 부상은 위기적, 위협적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 국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과, 반대로 지분을 갖고 연립정부에 참여할 것으로 예정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대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지금부터 고민해야 된다.

    임영일 난 반대다.

    조희연 아니 왜 또 반대야.(웃음)

    연립정권에서 진보 할 일 없다

    임영일 나는 우선 그렇게 대선을 보는 것에 동의가 되지 않는다. 나는 진보 내지 노동의 관점에서 대선 정세를 본다고 전제하면, 여전히 신자유주의를 기준으로 이 문제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 결과 자유진보연합이 다수당이 못됐다. 다수당은 새누리당이다. 대선에서 연대를 하겠지만, 민주당 쪽 후보로 안철수가 되든, 문재인이 되든 그 쪽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물론 진보 쪽과 단일화해서 공동정부를 꾸릴 것이다.

    만약에 야권 연합후보가 설사 이긴다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 진보 쪽에서 장관도 하고 공동내각을 구성한다해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이 뭔지가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번 선거 결과 민주통합당의 당선자를 분석해보면 최소 30~40%는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다. 더구나 야권의 의석수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 것도 아니고, 여소야대 국면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본다.

    그 다음, 실제로 이번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전망을 하기 어렵지만, 4.11 총선 결과 나온 상황을 보면 새누리당의 승리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보는 게 맞다. 통합진보당 입장에서 야권 연합과 연립정부 전략으로 가겠지만, 범진보진영이 거기에 같이 동참할 거는 아니라고 본다.

    민주통합당 총선 후 우경화 가능성 커

    손호철 몇 가지 얘기를 하겠다. 3김이 얘기한 것처럼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예측 불가능한 게 정치다. 따라서 대선을 미리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총선 결과도 양날의 칼이다. 민주통합당이 자기 혁신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주요 변수다.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여론 사이클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가 서로 안 이기려고 몸부림쳤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민들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여론 사이클에 따라 견제론으로 흐를 건지, 대세론으로 갈 것인지 이것도 양날의 칼로 전망하기 어렵다.

    한국 정치에서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인생으로 치면 30년 남은 것이나 같다. 갈 길은 멀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자기 혁신과 관련 민주통합당을 보면 걱정스런 측면이 있다. 민주통합당이 패배 이후 방향을 새로 잡으면 우경화 가능성 크다고 본다. 한미FTA, 강정마을 사안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너무 급진화되면서 충청, 강원표를 잃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또 정동영 등 민주당 내의 좌파가 떨어져 나가고, 친노를 중심으로 한 우파 득세하는 경향 나타났다.

    내가 정당 재편과 관련해서 진보통합정당 옳다고 보면서도 (차선책으로)빅텐트론을 주장한 이유는 진보정당 세력이 민주통합당 안으로 들어가면 당내 좌파를 헤게모니 세력으로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주통합당 좌파가 내부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현재로서는 민주통합당의 우경화가 걱정이 된다.

    역사란 재미있다. 유시민은 영특한 사람이다.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출마하지 않은 것을 봐라. 지역에 걸치지 않으면서 당의 대선 후보, 간판으로 활동을 했다. 유시민은 연합론자가 아닐 수도 있다. 이미 경험이 있는 장관을 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물론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생각이 다를 것이다.

    이정희 낙마와 유시민 구도

    그러나 유시민이 생각하는 이런 구도는 뒤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왜냐하면 이정희가 낙마했기 때문이다. 당권파가 누굴 밀겠나. 유시민은 이제 자연스런 대권후보가 아니다. 의도하지 않는 모바일 선거 부정이 유시민의 대권 구도에 중요한 장애를 불러왔다.

    나는 1년 전에 문재인 대세론을 얘기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지역주의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변수다. 세대론이 나오고 있지만 그것이 계급의 변형이라는 데 동의한다. 제일 압도적 것은 지역주의로 더 강화된 측면 있다. 그런데 달라진 게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내부 경선에서 호남이 한화갑을 안 찍고 노무현 찍었다. 호남이 노무현 찍은 것도 지역주의다. 숭고한 것이 아니다. 97년 한나라당 경선은 이수성 대 이회창 구도였다. 이수성은 TK의 핵심이고 ‘영남후보 필승론’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이회창을 선택했다. “우리가 남이가.”하는 정서적 지역주의에서 더 교묘하고 악랄한 ‘전략적 지역주의’로 변했다.

    호남이라고 호남 후보를 찍는 것이 아니다. 정동영이나 정세균은 데려와봐야 안 된다는 걸 알고 호남의 운동권들은 손학규를 ‘세탁’시켜서 세워야 한다고 봤다. 손학규를 데려오면 서울과 중도표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손학규는 씻을 수 없는 원죄가 있는데,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이 찜찜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은 이런 모든 딜레마를 해결해준다. 정동영은 우리 편인데 표의 확장성이 없고, 손학규는 찜찜한데 문재인이 그 두 개를 해결해줄 수가 있는 것이다. 한국의 현대정치사는 영남 대 호남의 대립이 아니다. 박정희를 무너뜨린 것은 광주가 아니라 부산, 마산이다. TK는 전혀 다른 세력이다. 저항적 지역주의의 두 뿌리는 경남과 광주다.

    문재인의 문제

    하지만 문재인은 문제가 많다. 첫째 아직 검증이 안됐다. 둘째는 박근혜의 제일 큰 한계가 박정희를 못 넘어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재인도 노무현 못 넘어서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정을 “상황 때문”으로 돌리고 있다. 셋째는 자기 자신이다. “정치 더러워, 관둬.” 이렇게 말할 사람이다. 문재인의 최대 적은 문재인이다. 그것을 넘어서지 못할 때 대안으로 가능성이 큰 사람은 김두관이다. 그는 경남 출신에, 도덕적 문제도 없고, 권력욕도 있다.

    그 다음에 안철수 현상이다. 정치적으로 보면 안철수 현상의 가장 큰 손해를 본 사람은 유시민이다. 제3후보로서의 가능성을 없앤 것이다.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진보정당의 실패가 안철수를 불러낸 것이다.

    안철수 붐 현상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공공선에 대한 국민적 갈망이 있으며, 여야 정치권의 민생 문제 해결 실패에 따른 국민들의 대안 찾기다. 사람들은 안철수라면 뭔가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안철수는 문재인보다 정책적으로는 더 검증이 안됐다.

    안철수는 타이밍의 문제다. 야권의 이번 총선 실패로 그가 나오기 유리한 조건이 됐다. MB심판론이 너무 거셌고, 이에 따라 안철수는 너무 재다가 필요 없는 존재가 된 것 아닌가, 실기한 것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안철수는 늦게 나올수록 좋다. 박원순 공식(포뮬라)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존 정치권에서 경선을 한 다음에, 그는 ‘원 오브 뎀’이 아니라, 정치권 후보와 일대일 대결을 벌이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 결과로 달라질 수도 있다.

    야권이 총선에서 패배함으로써 안철수 공간이 다시 넓어지게 됐다. 심하게 얘기하면 “당을 보지 말고 개인을 봐라.”는 그의 메시지는 박원순 시장 선거 때와 같은 것으로, 자기의 공간을 넓히기 위해 민주통합당에 ‘엿’을 먹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안철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중간에

    전반적 흐름에서 보면 안철수는 정책적인 면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중간에 있는 사람이다. 안철수, 문재인, 김두관 등이 벌이는 레이스는 민주통합당의 우경화 흐름에 영향을 줄 거라고 본다.

    연립정부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통합진보당이 그와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지지율과 당내 정치와 관련이 있다. 유시민이 반대하더라도 당권파가 힘이 세니까 그들의 의사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

    나는 대선에서 연합을 하더라도, 연립정부론은 반대한다. 임 선생께서 말한 것처럼 할 일이 없을 뿐 아니라, 부정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상정이 노동부 장관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노동정책 진보적이라고 좋은 평가를 받을까, 손에 피를 묻히는 걸로 끝날까. 나는 긍정적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심상정적 시나리오보다는 노회찬적 시나리오에 지지를 보낸다. 야권 단일 대선후보를 지지하되,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을 주장하는 게 진보정당의 발전을 위해 더 좋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것도 의미가 없어졌다.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조 선생께서 강조해온 국민정치적 측면에서 정권교체 여망과 민중운동, 진보정치의 계급적 측면이 조화롭게, 변증법적으로 결합돼서 지혜로운 정치의 기술이 발휘돼야 할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아닌 좌파 진영에서 후보를 낼지 모르겠지만, 우경화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같이 가게 될 경우 반신자유주의 기치로 정치적 교두보를 확보하고 대중적 기반 확대를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희연 교수(사진=임진희) 

    본질 규정 앞세우지 말고 변화 위한 추동을

    조희연 모든 개혁은 강요된 개혁이다. 아래로부터 위협 효과에 의해서 위로부터의 개혁이 가능하다. 임 선생이 얘기한 것처럼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의 재정비된 힘에 따라서,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개혁이 가능하다. 

    민주통합당의 지배적 성격이 개혁 자유주의 정당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본질 규정적으로 파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치적 자유주의 세력인 민주통합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과 아래로부터의 투쟁효과에 의해 일정하게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의한 것이다. 당의 정체성이 본질적으로 그런 것(신자유주의적)도 아니다. 아래로부터 투쟁으로 인해 한미FTA 등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갖게 됐다. 그게 떠밀려서 된 것이지만, 이런 점을 보고 추동해야 된다. 대선 국면에서도 물론 그래야 된다.

    2013년 체제가 반신자유주의 체제는 아닌 것은 분명하다. 보수의 2013년 체제가 될 수도 있고, 진보적 2013년 체제가 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도 진보적 반신자유주의 체제 아니라는 건 동의하지만 다른 차원의 여러 여지는 있다.

    예컨대 백낙청, 문성근이 얘기하는 남북연합단계를 이뤄 남북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그 다음 아래부터 힘으로 재벌 개혁, 비정규직 사내하청 등이 자유주의 정당의 의제로 인입될 수 있다. 아래로부터의 위협 효과 사라지면 그런 것들은 후퇴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통합진보당이 좌경화돼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새누리당이 ‘좌경화’하면 민주통합당이 좀 더 왼쪽으로 가야 되는데 공간의 제약이 있다. 한미FTA와 강정 해군기자 반대도 떠밀려서 간신히 하고 있다.

    "이 세상에 좌파정권은 없다"

    이번에 주목할 것 중 하나는 중도세력에게 야권 연대가 ‘좌 쏠림’으로 비치니까 이를 비판하면서 우경화 가능성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통합당의 우경화와 통합진보당의 좌경화가 결합하면서 공유 면적이 늘어날 수 있다. 본질 규정적으로 단정하지 말고 대선 국면에서 추동할 부분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대선에서 연립정부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연적으로 그 방향으로 간다. 과거처럼 독자후보로 갈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대중적 기반이 유실될 가능성 높다. 연립정부가 구성되면 진보세력의 개입 공간이 확장되기 때문에 이의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더 본질적으로는 통치세력이 된다는 것이 갖는 본원적 딜레마다. 통치의 핵심은 안보와 경제 관리인데, 한미FTA와 강정 해군기지는 반독재 개혁 세력이 통치세력이 되면서 생긴 문제다.

    손호철 “이 세상에 좌파정권은 없다.”고 프랑스 철학자 가타리가 말했다.

    조희연 그렇다. 우리가 국가 안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좌파성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이것이 우리의 딜레마다.

    임영일 그런 격언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통치권 가졌다고 해서 한미FTA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필연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이광호 국장(사진=임진희) 

    손호철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얘기하겠다.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좌파 성공 여부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 (이 자리에 있는) 단병호 위원장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다.(웃음)

    두 번째는 나는 진보정당 통합에 반대했지만, 모든 일을 겪어본 조돈문 같은 사람이 찬성을 해서 나도 찬성했다. 조돈문은 진보통합에 찬성했지만 분당하니까 잠이 잘 오고, 통합한다니까 다시 악몽을 꾼다고 했다. 이제 새 술은 새 포대에 담아야 한다. 김세균 선생보다 앞으로 조희연 선생이 얼마나 하느냐에 달렸다. 박수를 보내주자.(웃음과 박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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