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노동자 지지기반 균열진보신당 주변화…대중, 스타 잃어
        2012년 04월 20일 01: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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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16일(월) 오후 5시 30분부터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국노동운동연구소 회의실에서 ‘4.11 총선 평가와 전망, 진보정치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좌담회가 열렸다. 연구소와 <레디앙>의 공동 기획으로 마련된 이날 좌담회에는 손호철 교수(서강대), 임영일 연구소 소장, 조희연 교수(성공회대)가 토론자로 참석해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에 임했다.

    이날 좌담회는 또 단병호 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이사장과 양경규 전 공공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노동계 인사들이 참여해 좌담회 내용을 경청했다. 좌담회 진행은 <레디앙> 이광호 편집국장이 맡았다.

    이날 좌담회에서 토론자들은 4.11 총선에 대해 야권의 패배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으나, 통합진보당의 성과와 한계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기도 했으며, 야권의 혁신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수행한 역할에 대한 평가도 서로 달랐다.

    손호철 교수는 "큰 틀에서 보면 87년 이후 지속돼온 노동정치의 실험은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끝났다고 본다. 한 주기가 막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희연 교수는 이번 총선 결과 "다수파 진보정당 대 소수파 진보정당들로 분립"됐다며 다수파는 노동자 지지 기반의 균열, 소수파는 정치적 주변화라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임영일 소장은 "범 자유주의세력과 진보우파 그리고 민족주의 세력이, 서로 공유된 담론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창비 그룹의 2013년 체제 프로젝트를 음양으로 공유하면서 진행한 정치 과정이라는 측면"이 있었으며 이번 선거 결과 이 기획이 "망가졌다"고 평가했다. 

       
      ▲좌담회 모습.(사진=임진희) 

    – 4.11 총선 평가가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오늘 좌담은 총선 결과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대선 전망과 함께 특히 진보, 노동정치 입장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주는 의미와 교훈을 얘기하고, 향후 과제를 가능한 한 구체적, 실천적 수준에서 논의해보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먼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총괄적인 평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야권의 의석수는 크게 늘어났으나 내용적으로는 야권의 패배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동의하는지, 유권자들의 이 같은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 해 달라. 이와 함께 여권 승리, 야권 패배의 요인은 무엇인지 얘기해 달라.

    새누리당 전략적 혁신 돋보인 선거

    조희연 일종의 한국형 신 우파 정권인 이명박 정부 등장이 5년이 다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적 기반이 급속히 균열되면서 광범위한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났다. 이 같은 이반 현상을 어떤 정치세력이 전유할 것인가, 자기화할 것인가를 놓고 현재 각 정치세력들이 각축 중이다. 이런 점에서 중도개혁정당, 진보정당이 상당히 풍부한 정치적 잠재력 가진 조건에서 이번 총선 경쟁은 진행됐다.

    2008년에 비하면 의석수에서 일정한 약진이 있었다. 그러나 광범위한 민심 이반과 풍부한 잠재력을 고려하면 패배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런 이반된 민심을 어떤 정치세력이 가져갈 것인가를 놓고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며, 물론 대선도 그럴 것이다.

    이번 선거 과정은 박근혜를 정점으로 한 새누리당의 전략적 혁신이 굉장히 돋보였다. 지지층 결집, 부동층 획득의 양 측면을 겨냥한 전략, 원톱 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강력한 리더십, 상대방 약점과 허점을 정확히 찌르고, 자신들의 약점 꼬리 자르기, 경쟁정당 전매 특허였던 민생 등 의제에 대한 허구적 전유 전략이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야권의 경우 김용민 파동이라는 우연적 요인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못했다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 김 후보는 조기에 사퇴했어야 한다. 1천 표 미만의 초박빙 지역이 10개 수준인데, 이 파동을 계기로 조선 등 보수 언론과 보수 기독교가 총궐기했다고 본다. 김용민 파동이 보수 결집에 활용됐으며, 이것이 야권의 중요한 패인 가운데 하나가 됐다.

       
      ▲조희연 교수(사진=임진희) 

    2013년 체제 기본 구도 망가져

    임영일 전체적인 평가는 이미 얘기가 많이 나와서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의석수로 보면 민주당은 약진했다. 50%가 늘어난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과거에 비해 의석수가 증가했지만 세 세력이 통합했다는 점을 기준으로 보면 약진으로 보기 어렵다. 답보 수준이다. 새누리당이 크게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의석수가 많이 안 준 것이 그쪽 입장에서 보면 다행이다. 특징적인 것은 좌우 소수파 정당이 실패하고, 몰락했다는 점이다. 득표나 의석수를 기준으로 건조하게 평가해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총선에 걸었던 정치적 목표를 대비해서 보면 새누리당은 대성공, 자유진보세력이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목표를 대선 승리의 교두보 확보라는 차원에서 총선의 의미를 봤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많이 공론화된 것은 아니지만 주목할 필요가 있는 다른 측면도 있다. 이번 선거는 크게 나눠 우리사회 범 자유주의세력과 진보우파 그리고 민족주의 세력이, 서로 공유된 담론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창비 그룹의 2013년 체제 프로젝트를 음양으로 공유하면서 진행한 정치 과정이었다. 

    2013년 체제는 정교한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 핵심적인 특징을 갖는다. 하나는 기존의 민주 대 비민주 틀에서 다시 정치적으로 ‘민주’를 회복하고, 여기에 더해 남북 관계가 결합된 프로젝트다.

    그 틀에서 보면 정권교체를 통해서 차기 정권 임기 내에 남북연합까지 달성할 수 있어야 된다는 구도이다. 하지만 이 구도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 세력이 묵시적으로 공유된 것의 균열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의 구도에서 다수당 지위 확보가 중요했는데 그게 무산됐다. 연말 대선 승리도 불투명해졌다. 2013년 체제의 기본 구도가 망가진 것이다.

    노동정치 입장이나 진보좌파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들 입장에서 보면 자유주의+진보우파가 반MB 전선을 이끌어 갔던 헤게모니 전략에서, 이 전략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성격으로부터 자신들의 가치가 배제된 프로젝트였다.

    그런 점에서 노동정치와 진보좌파의 교두보를 만들 수 있으려면 노동의 중심적 역할이 있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결과, 대중적으로는 민주노총과 진보신당을 포함한 좌파 정치세력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전혀 의미 있는 대응 못했다고 본다.

    정리해보면 이번 총선에서 보수는 자기 방어에 성공했으나,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우파 세력은 2013년 체제 공유 프로그램이 망가졌다는 점에서 실패했다. 진보좌파의 입장에서 보면 계급, 노동 가치의 교두보를 만드는 것에 실패했따. 전체적으로는 보수의 성공이며 이는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총선 결과 전화위복 될 수도

    조희연 이명박 정권의 잘못과 이에 대한 광범위한 민심 이반이 있었기 때문에 심판론이 기본 프레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심판론 그 자체보다는 대안적 희망이 제시돼야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었는데 (야권에서) 이런 것을 보여주지 못해서, 이반된 민심은 박근혜의 보수혁신 프로젝트에 전유된 것이다.

    그 동안 심판론은 두 번이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2010년 지방선거과 10.26 보궐선거 때 심판론으로 야권은 승리했다. 이미 ‘우려먹은’ 것이다. 희망이 연결되지 못한 심판론은 충분한 동원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2013년 체제는 중도 자유주의 세력이 구상했던 것으로, 이에 대한 상당한 장애물 조성된 것이다. 여야가 총선 결과에 대해 ‘박빙의 패배’를 바란다는 글도 있었던 것처럼 이번 결과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위기적 측면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자학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임영일 교수(사진=임진희) 

    임영일 나는 자학하지 않는다.(웃음)

    조희연 총선에 오기까지 다양한 세력들이 자기 혁신을 하면서 준비해왔다. 민주통합당은 중도자유주의 혁신 프로세스를 진행해왔으며, 노동과 진보정당은 지난해부터 (통합 움직임 등을 통해) 일련의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이런 것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도자유주의 정치세력이 개혁과 혁신을 통해 정치적 경쟁력을 제고시킨 것은 시민운동이 해준 일이다. 작년 상반기에 만들어진 ‘내가 꿈꾸는 나라’ 등 시민사회 내부에서는 논쟁도 있었지만 ‘수권적 대안정당 육성론’에 합의를 봤으며, 이는 2013년 체제론의 연장에 있다. 시민정치운동의 독자 노선은 소수 의견이었다.

    시민사회의 다수 세력인 이들이 친노 세력인 혁신과 통합에 합류해서, 이를 징검다리 삼아 민주통합당에 들어간 것이다. 시민사회 주류가 건너간 상황이 됐다.

    개혁적 자유주의 성격의 시민운동이 개혁 자유주의 정당의 4월 총선 승리를 위한 자기 혁신 과정에 수혈 자원으로 작동했는데, 이는 정당 혁신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민주통합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경선 흥행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 일부가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것은 그 동안 시민사회 관성에 비하면 다행이라고 본다. 시민운동 세력은 7대 3 정도 비율로 중도 개혁과 진보 개혁으로 나눠지며, 개인적으로는 시민운동 세력이 진보로 가도록 노력도 했다.

    노동정치의 경우 세 단계를 거쳐 왔다. 한때 빅텐트론, 단일정당론 제기된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 논의는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이에 대응해 노동, 진보 중심의 단일정당론이 나왔다. 여기에 노동과 농민단체가 적극 개입했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단일 진보정당 구축 큰 흐름 있었으나, 작년 9월 4일 진보신당 당 대회에서 통합안이 부결되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다. 즉 온건 좌파 대 급진 좌파, 다수파 진보정당 대 소수파 진보정당들로 분립된 것이다. 그리고 다수파 진보는 개혁주의의 일 분파와 결합했다. 이게 세 번째 단계다.

    이런 경로로 갈 수밖에 없었나 하는 안타까움은 아직도 많이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세 번째 선택 결과가 다수파, 소수파 진보정당이라는 정치적 현실이 확인됐다. 여기서 위기는 두 가지로 드러난다.

    하나는 다수파 진보정당의 노동자정당 정체성이 큰 도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 마산, 창원의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부터 지역적 기반이 균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의석수는 약진했지만 진보정당의 노동자 정치성은 약화되는 역설이 성립됐다. 두 번째는 노동좌파, 급진좌파가 정치적으로 주변화됐다는 점이다.

    진보정치 재구성 전략이 복수 진보정당의 분립구도로 귀결되면서, 이러한 위기적 요인이 현실로 드러난 셈인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손호철 교수(사진=임진희) 

    기이하고 기이한 선거

    손호철 수요일 선거였는데, 목요일에 출장을 갔다. 격주 월요일 <경향신문>에 칼럼을 쓰는데, 이번이 내 차례였다. 나는 민주당이 이길 거라고 썼는데, 새벽에 보니까 졌다. 다시 써서 보냈다. 나는 이번 선거가 기이하고, 또 기이하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정치라는 건 알다시피 객관적 조건과 주체적 대응의 결합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객관적 조건은 정권에 대한 불만, 한국판 워터게이트로 불리는 불법 민간인 사찰 등으로 집권당이 1백석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통합당이 정말 무엇을 한 것인가? 한명숙, 김용민은 민주당에 위장 취업한 새누리당 비밀당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표를 잃기 위해 몸부림친 두 달이었다.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면서, 혁신에 몸부림치는 야당 모습을 보여준 데 반해, 민주통합당은 기득권 가진 여당의 배부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 충격적이고 기이한 선거가 된 것이다.

    시민운동 세력도 그렇다. 2000년 총선 당시 시민사회는 낙선운동을, 진보진영은 반신자유주의를 내세웠다. 당시 민교협은 두 쪽을 다 도와줬다. 당시 시민사회는 쿠데타 세력과 부정부패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다 낙선시킨다는 기준을 세웠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 보면 유죄판결 받은 사람 다 공천 줬다. 민주통합당의 문제를 지적하기 이전에 시민운동 세력도 웃긴다. 자신들의 원칙을 버렸으며, 민주통합당을 개혁과 혁신으로 이끌어가는 것도 실패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민주통합당은 대승을 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민주통합당이나 시민사회 진영에서 이런 행태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표가 많이 나온 것이 기이하다. 만약에 대선에서 야권이 이겨도 여소야대 상황이다. 이는 중요한 결과다. 이런 구도를 변하게 하기 위해서 유일하게 기대를 할 수 있는 곳이 검찰이라는(웃음)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셈이다.

    심판론의 대상, 과거 정권이 저지른 것

    보통 우리는 투표의 종류를 회고 투표와 전망 투표로 나눠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회고 투표가 먹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세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회고 투표는 심판론을 말하는데, 이명박 정권을 향한 심판 대상(한미FTA, 강정 해군기지 등)의 상당 부분은 그 이전에 민주당이 저지른 부분이다. 따라서 심판론의 메시지는 ‘클리어’하지 않았다.

    두 번째 너무 일찍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왔다는 점이다. 이는 박근혜 체제가 너무 빨리 왔다는 의미다. 보통 총선은 현재 정권에 대한 심판론, 대선은 향후 전망을 중심으로 의제가 설정되는데, 이번에 박근혜 비대위가 나오면서 민주당보다 혁신적으로 보인, MB가 아닌 박근혜 선거가 됐다. 그리고 한미FTA, 해군기지 문제를 야권이 물고 늘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낸 것도 작용했다.

    2013년 체제론을 얘기하는데 이건 체제론도 아니다. 무슨 5년마다 체제론이 등장하나. 이건 정권론일 뿐이다. 문제의식은 좋지만 정치적 민주화, 냉전적 남북관계 극복이라는 것은 결국 2008년 넘어서기에 불과하다. 핵심적으로 중요한 신자유주의 체제로서의 97년 체제 극복에 대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럴 바에 왜 2013년 체제라는 용어를 쓰나. 그냥 반MB하면 되지.

    이번 총선 과정은 정책 선거가 실종됐다. 사실은 2010년 지방선거 등을 거치면서 복지, 한미FTA 반대 등 민주통합당은 일종의 좌경화 길을 걸었다. 과거 10년 동안 자신들이 시행한 정책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으면서 ‘포퓰리즘 좌경화’를 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 동안의 ‘좌경화’가 허구적이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오히려 2~3년 전보다 더 퇴행했다. 그들의 무상복지 발언 등이 허구적이라는 걸 폭로한 선거라고 본다.

    수렴형 정치로, 진보정당 어려운 조건

    이번 선거 결과 내가 주목한 것은 한국정치가 수렴형 정치로 간다는 점이다. 정치 모델로는 이탈리아형 다극체제가 있으며, 이런 조건에서 좌파 정당이 살아날 수 있다. 중도좌파가 중앙으로 가면 좌파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다. 만약 통합진보당이 우측으로 가면 진보적 지지층 상당수는 진보신당으로 간다는 얘기다. 이탈리아 경우 다극체제이기 때문에 사회당이 마음대로 우경화를 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수렴형으로 가면 중간층이 중요해지게 된다. 과반수 획득을 위해 항상 가운데로 모이게 돼 있다. 다당제의 경우 30% 지지율만 획득해도 된다. 이 경우 핵심 지지층을 위한 정책 정당이 될 수 있고, 나중에 정치연합을 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 경우 통합진보당 표도 민주당으로 수렴하고, 보수표는 새누리당으로 수렴하는 측면이 발견된다.

    진보정당 세력은 양극화됐다. 의석수는 13석으로 늘어났다. 87년 이후 가장 많은 의석이다. 지역구 경우 2004년 2석에서 7석이 됐다. 특히 수도권 호남 등에서 당선자를 내는 등 전국적 으로 분포됐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반MB 연합하면서 그 대가로 지역구 받아서 교섭단체를 확보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획득하면서 통합진보당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없어졌다. 민주당이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다. 또 계급적 성격의 강화가 아니라, 유시민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세력과 연대를 했음에도 (2004년보다) 정당 득표율이 줄어들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우경화됐으면 득표라도 늘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다음으로 노동자 지역에서 완패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제 통합진보당의 노회찬이나 심상정 당선자가 노동자 후보일까, 하는 부분에 의문이 일 것이다. 그들은 중산층이나 대중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일어나라 코리아’ 연상케 하는 광고

    선거운동 과정을 보면 일정 부분 득은 있다. 경부동부연합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이다.(웃음) 마지막 통합진보당 광고를 보면, 여고생 이정희와 엘비스 프레슬리로 변장한 노회찬 등이 나온다. 그걸 보고 떠오른 생각은 (97년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더)‘일어나라 코리아’ 광고였다.

    계급적 내용은 실종됐으며, 왜 선거를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진보적 메시지가 없다. 그냥 표만 달라는 탈계급, 탈노동의 부르주아 상품광고의 전형을 보여줬다. 그렇게 해서 표라도 많이 나왔으면 말을 안 하겠는데, 이것저것 다 주고 표도 잃은 것이다.

    진보신당의 경우 (재창당 절차는 밟고 있지만, 법적으로)당이 사라졌다. 진보신당 독자파들이 선거 이후 당이 없어지는 것이 통합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고도 반대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 정당 재편 논쟁 과정에서 비민주 대통합론과 빅텐트론, 진보통합론이 있었다. 나는 정치학자로서 선진보통합과 이를 기반으로 ‘좌경화와 탈패권주의’를 전제한 조건부 민주대연합이 가장 올바른 노선이라고 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시화된 것은 비민주 대통합이라는 최악의 조합이었다. 유시민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보다 더 우경화된 자유주의 우파인 국민참여당과 결합이었다.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 얘기할 때 유시민은 이를 포퓰리즘이라 비판했다. 국민참여당과 함께 하면서 민주통합당과 함께 못하겠다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럴 바엔 차라리 빅텐트론에 입각해 민주당 내 좌파 블록이 더 키우는 것이 나을 것이다.

    87년 이후 지속돼온 노동정치 실험 막내려

    진보통합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독자성과 순결을 강조한 진보신당의 독자파와 진보신당과 통합을 바라지 않은 민주노동당 당권파의 책임이 반반이다.

    진보정치를 말할 때 네 가지 수준이 있다. 첫 번째는 대중 정치인이다. 이른바 노심조라는 사람들을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가. 이 사람들이 떠나면서 (2008년 진보신당 정당지지율인)2.98%와 이번에 1.1%의 차이를 가져간 것이다.

    두 번째는 활동가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진보신당의 핵심 활동가들은 정파의 핵심으로, 이 사람들이 당의 힘이고, 조직이며, 당을 움직이는 생명과 같다. 그러나 진보신당의 문제점은, 민주노동당 당권파도 그랬지만, 활동가는 가졌지만 대중 정치인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세 번째 차원은 당원, 네 번째는 일반 유권자다. 이 네 가지 요인이 선순환돼야 하는데 진보신당은 두 번째를 중심으로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정치는 스타를 만들어내야 한다. 당원과 활동가들의 노력으로 스타를 만들어내고 이 스타들이 일반 유권자인 대중을 끌어오는 구조가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진보신당은 활동가와 당원의 일부만 남아 있으며, 스타와 대중들을 잃어버렸다. 전위정당이나 써클 수준의 정당으로 가려면 그래도 상관없겠지만, 대중정당으로 가려면 스타와 대중의 지지 없이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진보신당은 실패한 것이다. 녹색당은 첫 번째 실패를 가혹하게 겪었다.

    큰 틀에서 보면 87년 이후 지속돼온 노동정치의 실험은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끝났다고 본다. 한 주기가 막을 내린 것이다. (계속)

       
      ▲이광호 편집국장(사진=임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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