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라선 좌파정당 지지율 급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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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4월 18일 03: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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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경제가 1950년대에서 1970년까지 기적을 경험하였고, 당시 성장률이 선진경제라 일컬을 만한 나라 들 중에서 일본 다음으로 성장률이 높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03년과 2006년에 각각 5.9%와 5.5% 성장을 하는 등 2000년대 들어서도 유로사용국가(유로존) 평균 성장률을 뛰어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리스 시위대. 

    잘 나가던 그리스

    그리고 그리스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OECD 국가들 중에서 밤낮없이 일만 하다가 생을 마감한다고 할 정도로 노동시간이 긴 한국 다음으로 길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이 통계는 더욱 더 잘 안 알려져 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꺼내는 이유는 그리스도 한 때, 아니 위기 전까지 ‘잘 나갔고’, 그리스 노동자 민중들은 아주 열심히 일했다는 것을 객관적인 통계숫자로 보여주고 싶어서다. 즉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든, 혹은 이탈리아 자리에 아일랜드를 집어넣어서든, 아니면 둘 다를 집어넣어서든 만들어진,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면서 널리 사용된 PIGS(돼지들) 또는 PIIGS 라는 경멸적인 명칭이 유포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그리스의 실제 사정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아시아 위기 때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떠돌았는데 그 때는 정실자본주의 또는 연고 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문제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런 상징조작을 통한 위기국가에 대한 이지메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나 초국적 금융자본의 잘못은 은폐하고, 문제의 소재를 위기를 당한 해당 국가 국민들의 잘못으로 돌리고, 그래서 군말 없이 ‘개혁’을 수행하면서 위기부담을 전부 위기국가가 지라는 차원에서 진행된다고 해야겠다.

    그리고 이를 순조롭게 관철하기 위해 초국적 금융자본이나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금압하고, 투쟁하는 민중들과의 국제적인 연대를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술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술책은 여전히 이번 위기에도 일정하게 통해, 독일 유력지 <빌트>가 보도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들 중 33%만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 있는 데 찬성하고, 53%는 유로존에서 나가주기를 바란단다. 그리고 그리스가 개혁을 수행하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80%나 되었다.

    그런데 경제위기는 위기국가 국민들의 어떤 성향 때문이 아니라 구조 혹은 제도, 이도 아니면 정책 때문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유럽의 재정위기는 우선 구조적인 문제로서 유럽 대륙의 노쇠한 자본주의(장기이윤율 저하 경향 혹은 자본주의 정체경향)가 근원적인 문제고, 제도의 문제로서 유로화 도입(화폐통합)이 있는다.

    구제금융, 누구를 구제하는 것인가

    이로 인해 금융세계화가 한층 심화되면서 유럽 중심부 자본이 유럽 반주변부로 밀려 들어와 커다란 거품이 만들어졌고, 거품이 붕괴하여 위기가 도래한 이후 이 단일통화 때문에 평가절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수지균형으로 복귀하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위기를 심화시키는 정책, 즉 긴축정책도 문제다.

    긴축정책을 댓가로 2010년 5월에 제공된 그리스의 1차 구제금융은 효과가 없었다. 즉 재정적자는 구제금융을 제공할 때 예상한 만큼 줄지 않았고, 당연히 정부 부채는 예상보다 더 크게 늘어났다. 긴축정책으로 경제성장이 예상보다 더 하락해 세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줄어든 국내총생산과 늘어난 정부 부채 때문에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급증하였다.

    구제금융을 제공한 측은 구제금융이 끝날 시점에 그리스 정부가 금융시장에 당당히 등장해 정상적인 저렴한 이자를 지불하면서 국채를 발행할 수 있기를 바랐을 텐데 그럴 가능성이 없어지자, 2012년 3월 2차 구제금융을 추진하였다.

       
      ▲"IMF 꺼져라"는 구호에서 그리스인의 분노가 읽힌다.  

    구제금융을 제공한 대가로 수행해야 하는 긴축정책 때문에 몇 차례에 걸친 노동조합들의 총파업이 있었고 공산당을 비롯한 좌파정당들의 집회도 잇따랐다. 긴축정책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직접 피해를 보기도 하거니와, 긴축정책 자체가 효과가 없고 오히려 문제를 키운다는 케인즈주의자들이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주장이 애초부터 있었고,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어서 반대투쟁은 1차 때보다 더욱 격렬했다.

    우여곡절 끝에 2차 구제금융안과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 일부 탕감안이 타결되었다. 빚 탕감안은 민간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가격은 이미 시장에서는 헐값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국채 대신 새 국채로 바꿔주면서 원금을 53% 정도를 탕감한 것을 일컫는다.

    대신 그리스는 또다시 긴축정책을 받아들여야 했다. 단독으로 집권하고 있던 사회당에서 몇몇 의원이 이탈하면서 사회당만으로는 이런 입법사항들을 통과시키지 못할 지경에 이르자,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유럽중앙은행 부총재를 지낸 경제학자 출신 무당파 파파디모스라는 사람을 수상에 앉히고, 사회당과 신민주당이라는 중도우파 정당, 그리고 우파 정당인 라오스 당을 묶어 연정을 꾸렸다.

    신탁통치 총독

    이탈리아에서도 말썽꾼 베를루스코니가 사임하면서 마리오 몬티라는 경제학자가 수상을 맡았는데 이 사람은 수상으로 임명되기 위해 종신 상원의원이라는 자리까지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 경제학자들이 유럽연합의 ‘신탁통치 현지인 총독’이라는 것은 이들의 역할이 유럽연합 또는 독일이 요구하는 긴축정책을 관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잘 드러나고 있다. 아무튼 이런 ‘공작’에 당연히 유럽연합 등 채권자들의 손길이 작용했을 것임은 뻔한 이치라 해야겠다.

    이제 위기를 빌미로 민주주의를 잠시 유보한 채 구원등판한 파파디모스 정권은 2차 구제금융안을 처리하고 물러나게 되어 새로운 총선거가 5월 6일에 실시된다. 그런데 이 그리스 국회의원 선거에 전 세계 금융자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관심은 그리스 국민들이 긴축정책을 착실히 수행할 정권을 탄생시킬지 여부다. 여기서 그리스 정치세력의 변화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리스는 60~70년대 군부독재를 거친 이후(그리스 군부독재 시기의 좌파 인사의 암살을 다룬 영화 “Z”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사회당과 보수당인 신민주당이 정권을 번갈아 담당해 왔다. 그리고 이 두 정당은 유명한 두 정치 가문이 지배해왔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그리스 위기가 터진 것은 사회당이 거의 44%에 육박하는 지지로 단독 집권하면서(그리스는 제 1당에게 300석의 의석 중 50석을 지지율과 상관없이 따로 떼어 줘서 이것이 가능하다) 전 정권에서 재정적자 규모를 골드만삭스의 도움으로 속여 왔고, 재정적자 규모가 이미 발표된 것들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발설하면서부터다.

    사실 그리스에서는 재정적자 규모의 상당 기간 동안의 은폐와 뒤늦은 폭로 사건은 2004년에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 유럽연합의 지침과 관련해서 고질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든 위기에 직면하여 새 사회당 정부는 1차 구제금융과 이와 연계된 긴축정책을 시행하면서 지지가 폭락했다.

    2009년 총선에서 기록했던 44%의 지지율이 한 때 한자리 수의 지지율까지 폭락했으다. 현재는 10~15%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신민주당의 지지율이 20%를 넘나들면서 가장 높다. 파파디모스 수상이 이끄는 연정 세력, 즉 구제금융안을 찬성했던 사회당과 신민주당(라오스당은 지지율도 얼마 안되지만 2차 구제금융안과 긴축안 수용을 둘러싼 논의과정에서 연정에서 철수하였다)만의 지지율로는 안정적인 다수의석이 불투명하다. 이것이 국제금융자본과 국제금융기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편 이들 두 지배정당의 지지율 하락의 이면에는 좌파정당의 부상이 있다. 이를 약간 살펴보자.

    좌파정당의 부상

    그리스에는 세 개의 유력한 좌파 정치세력이 있다. 지금은 약간 달라졌지만 80년대 중반에만 해도 고르바쵸프의 페레스트로이카를 비판했던 완고한 공산당과 급진좌파연합, 2010년에 급진좌파연합에서 갈려나온 민주적 좌파가 그들이다.

    이들 모두는 사민주의 정당인 사회당보다 왼쪽의 이념지향을 가지고 있고, 그리스 구제금융안과 긴축정책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세 좌파정당의 지지율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공산당, 급진좌파연합, 민주적 좌파 공히 12% 내외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공산당은 위기 이전 8~10%보다 약간 상승한 것이고, 급진좌파연합과 민주적 좌파는 합해서 5%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했었지만, 둘로 갈렸으면서도 각각 12% 내외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주사회주의 경향의 민주적 좌파는 급진좌파연합에서 2010년에 소수 세력이 분할해 나온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지율이 폭등했다고 말할 수 있고, 이 조직의 대표 포티스 쿠벨리스(Fotis Kouvelis)는 유력 정치인 중 현재 호감도가 가장 높은 상태다.

    사실 유럽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보다 왼쪽을 차지하는 정치세력들이 이 정도의 지지를 확보한 것은 동구 붕괴 이후 첫 사례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전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그리스 현재 정치/이데올로기 상황이 딱 이를 말해주고 있다.

    결국 이런 좌파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기존 지배정당인 신민주당과 사회당이 독자든 연정을 통하든 안정 다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리스에서는 일주일에도 두세 번씩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이를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를 하고 있다.

    그리스, 좌파 연정이 어려운 이유

    한편 현재 신민주당 대표는 자신들이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를 하고는 있지만, 이 당에서 긴축정책을 비판하면서 갈려나온 ‘독립 그리스인 당’에 지지세가 분산되면서 최근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상태이고, 사회당과 연정을 통해서도 과반의석을 위해 필요한 36% 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세 좌파 정치세력이 연정을 구성할 수 있는가이다. 이 또한 몇 가지 이유로 현재까지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공산당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물론이고 유로존도 탈퇴한다는 입장이어서 다른 두 좌파 정당과 정책 기조가 다르고, 급진좌파연합과 민주적 좌파의 협력도 쉬운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진좌파연합의 대표가 다른 두 좌파 정치세력과 녹색당에게 소선거구에서는 선거연대를 하자고 제안을 했는데 민주적 좌파가 이를 거부했다. 두 세력의 분할은 권력투쟁 때문이었는데 그 앙금이 아직 가신 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치 상황으로 인해 일부에서는 1차 선거에서 안정적 다수를 확보한 정부 구성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2차 선거를 가야 할 것으로 추측을 하고 있다. 교착상태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그리스 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체로서 지지율은 급등했지만 분할되어 있는 좌파 정치세력들의 연대 여부가 그리스 국민들의 선택에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통에 처한 그리스 민중들을 대변한다는 좌파들이 “여기가 로두스다, 뛰어내려라”는 그리스 민중들의 명령에 복종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이해가 걸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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