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영화 역습,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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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4월 17일 03: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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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청와대와 정부가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차질 없이 정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화답하듯 국토부는 KTX 민영화를 위한 사업자 선정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당의 총선 승리로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업들을 자신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총선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상황에서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지하철 9호선의 기습적인 요금인상 공고는 시민사회에 민영화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키는 사건으로 떠올랐다. 만약 국토부가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인상 방침을 사전에 알았다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라고 지하철 9호선을 말렸을 것이다. 지하철9호선 측은 ‘총선이 끝난 마당에 정치적 고려에 따른 요금인상 계획 연기 방침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이미 계획하고 있었던 요금 인상안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 사진=진보정치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지점은 따로 있다. 당장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인상 방침에 따른 논란이 아니라 그동안 진행되어온 민간투자 방식이 이대로 지속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 사회적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정부와 기업이 말하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 도입은 그 취지와 명분에서 사회 전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업에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해주고 민간의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비용 절감은 결과적으로 시민들의 부담을 줄여 정부, 기업, 시민이 모두 윈윈하는 정책이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민간자본의 수익 창출이 최고의 목표로 전환되면서 민자사업은 재앙으로 전이되고 있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편법과 비리가 횡행하고 정부 재정을 눈 먼 돈으로 착각하고 이권에만 매달린 사람들의 카르텔이 견고하게 형성되어 사회의 중요한 축을 훼손시키는 일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은 일반 시장경제의 흐름과 상당히 다른 패턴의 재정운용 방식을 갖고 있다. SOC 부문이 그동안 공공 부문의 책임으로 건설되고 유지되었던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시장경제의 논리와 방식으로 투자와 이윤 확보가 시도될 경우 인천공항철도에서 보여지듯이 민간 재벌이 단물만 빼먹고 엄청난 적자를 공기업에 떠넘기거나, 지하철 9호선처럼 과도한 요금으로 시민들을 압박할 것이다.

    일본형과 유럽형

    SOC 부문, 특히 철도산업은 초기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선로나 역사, 차량 등의 기본 시설과 운용 장비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고, 이 비용은 장기적인 운용 과정에서 회수되는 특징을 갖는다. 때문에 철도의 건설과 운영에 관한 합리적인 재원의 분담 방식이 요구된다.

    철도관련 SOC에 대한 투자에 대비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하나는 ‘일본형’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형’이다. 일본과 유럽의 철도요금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각각의 사회가 갖는 사회문화적 특성으로 인하여 그 지원 방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대비되는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가 감당하는 교통요금의 바탕에는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본의 경우 철도 민영화의 성공 사례로 알려지고 있고, 실제로 철도산업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철도 전문가들은 철도산업의 특성상 흑자를 내는 것이 쉽지 않고 또한 이런 문제를 단순히 흑자나 적자의 논리가 아니라 철도의 사회경제적 필요성과 역할, 철도가 창출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으로 경영상의 문제를 탈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일부 민영철도가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 사회의 특징은 에도시대를 거쳐 메이지 유신을 거치며 현재에 이루기까지 사적이면서 가부장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근대 유럽이 시민사회로 발전하면서 사회적 공동체의 중앙기관인 국가의 역할이 강조된 반면 일본은 백성의 생활을 보장하는 단위로서 국가보다는 사적 공동체가 그 책임을 맡았다. 일본의 근대화와 전후 복구과정에서 기업들은 일본 국민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 단위가 되었고, 이것이 신자유주의가 도입되기 전까지 ‘가족같은 직장, 정년까지의 고용보장’ 등으로 일본사회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일본, 생산활동 철도요금 기업 부담

    이런 문화 속에 일본 철도는 민영화된 일반 철도의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일본의 철도요금은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철도요금이 사회적 저항없이 유지되는 비결은 무엇인가? 그것은 국가의 보조금이 아니라 기업이 교통요금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사적인 이용이 아닌 생산활동을 하기 위한 모든 철도요금을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임시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시간당 임금 외에 교통요금이 지불되고 있다. 이렇게 지원되는 교통요금은 이용한도가 차면 개인이 추가분을 지불해야 하는 정액제 시스템이 아니라 실제 이용한 만큼 보전되는 것으로 상당히 파격적인 제도다. 만약 이러한 기업보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본사람들의 교통이동권은 심각하게 침해 받을 것이다. 이렇게 처리된 기업의 교통 보조금은 연말에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통해 정부 지원이 이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이용자가 많은 철도회사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자를 못 면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와 같이 일본은 기업이 공적부조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철도투자에 대한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특히 일본은 철도회사의 자립채산과 이윤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운임수입을 통하여 자본비와 운영비뿐만 아니라 적정이윤을 확보하는 설계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정부는 각종 철도투자기구를 설치하여 막대한 보조금을 지불하고 있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

    유럽의 경우에는 철도를 공공재로 분류하여 공적보조와 적자의 보전을 기본으로 하는 공공수송정책을 취하고 있다. 네트워크 인프라의 특성상 어느 특정 부분의 부실이 결국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한계비용운임결정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것은 철도의 사회적 역할과 사회경제적 효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교통혼잡비용과 환경오염비용 등 도로교통 대비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철도의 특성을 반영하여 투자원칙을 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직장인은 월 6~8만원 정도의 교통비를 지불하고 서울에서 평택 정도의 통근 거리를 통근열차와 버스에 대해 제한 없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이 비용 중 취업자들은 회사에서 50%를 지원해주고 있다.

    독일 학생들, 열차 버스 무료 이용

    독일은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예만 보더라도 통학을 하는 학생들은 열차와 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사실 무료라기보다는 최근 인상된 연간 300유로(한화 47만원)정도의 대학 등록금에 포함되어 있는 학생회비에 교통비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공공교통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착돼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절대적으로는 교통요금이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는 높은 교통요금을 시민들이 부담하고 있다. 통근이나 통학을 하는 시민들의 교통비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이다.

    사회공공재에 대한 시민권적 인식이 부재하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에 정부나 기업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에서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높은 교통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심각한 일은 이런 상황에서도 문제가 개선될 여지가 보이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심에 철 지난 대안인 민영화가 있고 그 추진 방법의 일환인 민간투자사업이 존해한다.

    한국의 민간투자사업은 어떤 방식인가? 실상은 말만 민자사업일뿐 공공투자 재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행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이 30%에 불과하고 재정지원 30%와 정부보증으로 빌린 자금을 합하면 70%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민자투자사업의 실행원가가 총공사비의 60%에 불과해 사업시행자는 거의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사업을 수행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민간투자사업이 토건자본의 무한이윤 창출을 보장하는 창구로 전락한 것이다.

    민간 건설사들의 자체 원가 대비 실행 원가 비율을 보면 협약서 공사비의 56% 수준의 실제 공사비가 지출되어 공사비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민간이 하면 효율화되어 비용이 더 낮아진다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하게 고속도로의 경우만 보더라도 km당 평균 건설단가는 민간투자 사업이 약 220억원으로 국가가 담당했을 때의 157억원보다 40% 이상(km당 63억원) 높다.

    수의계약에 의한 사업자 선정과 발주처와 사업자 또는 사업자간 담합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민자 고속도로의 이용료는 도로공사가 관할하는 고속도로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어 있다.

    사회기반시설 뿌리째 흔들어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사회기반시설에 최근 십수 년간 엄청난 민간투자사업이 시행되었다. 이것은 SOC분야의 광범위한 민영화로 한국 사회기반시설의 뿌리를 통째로 흔들어 놓을 만한 일이다. 특히 시장 우선과 민간투자 활성화, 규제완화와 공기업의 민영화를 나아갈 지표로 삼고 있는 정책 담당자들과 토건자본의 강력한 결합은 한국의 SOC발전에 크나큰 해악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종 수치의 왜곡과 장미 빛 전망을 양산하며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은 정부보조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수요예측이 민간투자 사업의 경우 50% 이상 과다 측정되었다고 밝혔다. 정부와 토건자본은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고 향후 운영수입을 안정적으로 챙기기 위해 수요예측을 부불린다.

    이런 수요예측 부풀리기는 업체의 입맛에 맞게 용역보고서를 작성해주는 한국교통연구원과 같은 전문용역기관의 몫이다. 이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방식은 업체의 투자수익률을 산정해 놓고 교통수요예측을 역산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정책부재와 재벌 편들기가 극에 달한 것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KTX 민영화다.

    정부가 밝히고 있는 KTX 민영화의 내용은 지금까지의 민자투자사업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 이유는 애초 수서발 KTX는 철도공사가 갖고 있는 구조적 적자문제를 해결하고 철도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되어 있었다. 때문에 민간투자사업 대상도 아니었고 당연히 국가가 세금으로 기반시설 건설을 맡게 된 것이다.

    15조 국민세금, 통째로 재벌로

    그러나 토건재벌과 외국자본의 입장에서 영구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공적기반시설이 갖는 매력은 그 무엇보다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건설경기의 침체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창출과 역사 주변의 개발 이권까지 챙기게 될 경우 얻는 막대한 수익을 생각해볼 때 토건재벌의 입장에서는 사운을 걸고라도 도전해 볼만한 일이다.

    더욱 유리한 것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자처하며 기업에 모든 것을 넘겨줘도 아깝지 않아 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있는 지금만큼 유리한 시기가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런 사정 속에 15조원의 국민세금이 투자될 시설을 아예 통째로 재벌에 넘기는 일이 시도되고 있는 중이다.

    철도시스템은 그 필요성과 중요성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경부선 철도나 서울시 지하철이 하루라도 운행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벌어질 사회적 혼란은 이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 만큼 시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런 기반시설은 무엇보다 먼저 그 사회적 역할에 따른 공적 시스템이 확고하게 유지되는 바탕에서 수익성이나 적자구조 개선의 문제가 논의 되어야만 한다. 사회적 자산의 무분별한 민영화가 불러오는 것은 비단 재벌들이 특혜를 가져가는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의 양극화를 촉진시키고 민주주의마저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아 빈익빈 부익부 시스템을 고착화시키는데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철도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이 계층과 소득에 무관하게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동할 수 있는 기본권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간선철도망을 특정 재벌에 넘기려하고 있는 현실은 절망적이다.

    더군다나 불도저라는 별명에 걸맞게 사회적 반대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기를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KTX민영화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권의 속내는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한국 철도의 바람직한 발전전망에 대하여 정부와 의회, 철도전문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여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철도를 만드는 노력을 경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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