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 통합진보당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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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4월 16일 11:2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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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에 대한 평가는 해당 시기의 시대정신에 비춰 내려져야 한다. 4.11 총선 또한 마찬가지다. 가령 87년 12월 대선은 경제 상승기에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에 정치제도의 변화, 정치세력의 교체가 중심적인 평가 기준일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패러다임 전환기, 체제 전환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정보통신 문명의 발달, 지역에서 세대로의 전략적 지형의 변화, 시대적 감수성을 달리하는 다양한 집단의 공존,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의 출현 등 현재 상황은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지판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이다.

지판의 불안정은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향후 수년에 걸쳐 재구성될 것이다. 따라서 대선 승리라는 중요하지만 단기적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 정치세력 등의 성장 정도와 이들이 사회의 주류를 형성해 가는 과정 등 보다 긴 안목에서 평가해야 한다.

필자는 위의 관점에서 4.11 총선을 평가해 보겠다. 그리고 그에 기초하여 민주진보진영의 역할과 과제를 뚜렷히 해 보겠다.

   
  ▲4.11 총선 이후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근혜 위원장.(사진=새누리당) 

1. 반MB의 이완, 새로운 패러다임의 부재

2008~2010년까지 반MB연대의 주요 내용은 민주주의의 파괴, 수출 대기업의 성장에 따른 트리클 다운의 붕괴와 관련이 있었다.

민주주의의 파괴는 전통적인 반MB진영인 20~30대와 40대의 연대를 촉발했고, 정치적 기류에 민감한 수도권을 자극했다. 한편 트리클 다운의 붕괴에 따른 저소득층의 경제지반 약화는 전통적인 범여 지지층 중 저학력 중고령층의 이완을 가져왔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50대의 투표율이 낮아진 것은 외형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10.26 이후 박근혜의 출현은 08~10년 사이 반MB의 위 두가지 내용을 희석 또는 왜곡시켰다. 박근혜는 MB와 자신을 차별화함으로써 민주주의 파괴라는 MB의 원죄로부터 벗어났다. 여기에 박정희 향수와 결합된 70년대식 ‘성장장주도형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자극했다.(박근혜가 주장하는 가령 ‘한국적 복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박근혜의 지지 기반이 박근혜로부터 도출했던 내용이 보다 중요하다)

MB와 박근혜를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MB는 강남의 부유층을, 박근혜는 영남의 저학력.저소득층을 대변한다. 한국 사회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경제적으로 최상층과 하층이 친여 성향인 반면 중간층이 친야성향인 점이다. MB로부터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던 저학력, 저소득층이 박근혜로부터 박정희의 향수를 발견하고 여기에 결집했던 것이다.

반면 08~10년 시기 민주진보진영의 패러다임은 반MB와 복지였다.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MB=박근혜라는 등식은 단기적으로 보면 선거 전반을 압도할만한 담론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표적을 이동하지 않고 MB=박근혜라는 등식에 집착한 것은 민주진보진영의 무능이나 무신경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민주주의의 파괴라는 유효한 쟁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점이다. MB=박근혜 등식이 성립하기 어려웠어도 민주주의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였고, 선거의 승패 여부를 떠나 한국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본질적인 문제였다.

그런데 민주진보진영은 첫째, 민간인 사찰, 방송파업 등 중도층까지를 포괄할 수 있는 유효한 소재를 제쳐두고 한미FTA, 강정 마을과 같은 중도층에 부담스러운 의제를 과도하게 부각시켰다. 둘째, 선거에 매몰되어 전체 정치전선을 확대.발전시키는데 소극적이었다.

복지의제는 2011년 정치혁명을 촉발시켰던 중요 의제였다. 8.24~10.26 정치혁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에서 촉발되었다. 그러나 이번 4월 총선의 관점에서 보면 복지의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먼저, 정책과 담론의 구체성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2011년 선거 승리 과정에서 실물적 이익을 얻은 20대의 투표율이 높아진 반면 반MB의 가장 강력한 지지대오였던 30대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 다음으로는 한미 FTA와 같은 고도의 정치적 감각을 요구하는 의제들이 종합적인 대안없이 과도하게 쟁점화되면서 40대의 불안과 의구심을 자극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새누리당은 그것이 복고적이든 그렇지 않든 10.26 이후 성장주도형 개발경제라는 진전된 이슈를 제기한 반면 민주통합+통합진보당은 과거 담론을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4월 16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 회의.(사진=민주통합당) 

2. 새로운 시대 변화

한국사회를 휘감고 있는 상황은 적어도 다음 세가지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첫째는 정보통신 문명의 발달과 정치제도의 개혁. 둘째는 세계경제의 위기와 한국경제의 국제적 포지션의 변화(미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 주도형 경제에서 서방 선진국 침체. 신흥국 특히 중국 성장이라는 조건에서 한국경제는 어떤 위치에 설 것인가?) 셋째는 저성장, 장기불황 하에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2010년 무상급식에서 출발된 경제 패러다임 논란은 8.24~10.26을 촉발시킨 ‘복지포퓰리즘과 보편적 복지’라는 구도로 일단락되었다. 8.24~10.26이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대적 맹아를 출현시킨 점이다.

첫째. 20~30대의 정치적 진출, 10.3 박원순-박영선의 야권 단일후보 경선, 나꼼수 열풍 등은 전통적인 엘리트 정치와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강력한 수혜자였던 민주통합당은 모바일 경선을 통해 이를 수렴하는 듯 하더니 공천 과정에서 철저히 기존 엘리트 중심의 공천을 통해 10.26의 정신을 훼손했다.

둘째. 안철수의 등장은 민주진보 진영의 접근 방식과는 다른 패러다임의 맹아를 보여주었다.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 자신들의 복지 정책을 어떻게 포장하든 야권연대의 보편적 복지는 부유층 증세를 통해 다양한 복지 수요를 해결하겠다는 비교적 단순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는 여타 부문이 안정된 조건에서 재원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제가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유효한 접근 방식이다. 그런데 앞서 지적한 것처럼 현재의 한국사회는 지판 자체가 흔들리는 패러다임 전환기이다. 따라서 대책 자체가 보다 근본적일 필요가 있다.

가령 20대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일자리의 양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이다. 같은 맥락에서 20대는 노동을 하고 있는데 그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과 인생을 담보할 괜찮은 일자리의 존재 여부가 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많은 청년들이 당장의 일자리 대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노동민주화, 경제민주화를 뛰어 넘어 한국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거기서 비롯되는 일자리의 성격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는 정보통신 문명이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개척할 청년들의 도전적인 창업정신과 그것을 통한 한국경제의 질적 도약을 제기하고 있는 점에서 분배의 방식과 재원조달을 문제삼는 민주진보진영의 논리적 틀을 뛰어 넘고 있었다. 이것이 20~30대에서 안철수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반면 야권연대의 경제 패러다임은 구태의연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첫째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관심 자체가 빈약하다. 야권연대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의 창출을 통한 민심의 획득보다는 MB에 대한 대중적 불만을 지렛대로 하여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만감에 빠져 있었다. 따라서 여야 1:1 구도를 만든다는 정치공학을 뛰어 넘는 참신한 컨텐츠를 내놓지 못한 것이다.

둘째. 대부분의 현안이 즉자적이고 단편적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정책은 민생과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종합적인 하나의 프로그램하에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미래적인 것과 과거적인 문제, 집중해야할 곳과 버려야할 것이 제대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이해를 합쳐 놓은 종합선물 세트와 같았다. 이 또한 당장의 선거 승리를 염두에 둔 단기적 관점과 관련이 있었다.

세 번째는 근본주의적 색채이다. 한미FTA나 강정마을과 같은 의제는 이후 한국사회의 미래와 관련된 매우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토론이 요구되는 심각한 문제였다. 국가권력을 두고 자웅하는 정치적 존재가 아니라 먼 미래를 위해 싸우는 사회단체라면 이들 문제를 두고 날카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총선에서 1당을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민감한 시점에 사람들을 충분히 설득할 시간과 여력이 부족한 조건에서 이를 섣불리 쟁점화한 것은 40대와 중도층으로 하여금 야권연대의 정치적 지도력에 의문을 불러 일으킨 패착이다.

야권연대의 이러한 약점은 양당의 근본적인 한계와 관련이 있다. 양당은 독자적인 강령과 비전, 종합적인 성찰과 반성에 의해 재구성된 정당이라기보다는 MB의 실정에 따른 반사 이익에 편승한 측면이 강하다. 또한 밑으로부터의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이해에 기반하기보다는 전통 엘리트 구조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덕분에 절박한 경제적 처지에 직면한 사람들 또는 새시대의 정치적 동력(특히 20~30대)과 분리되어 있었다. 결론적으로 양당은 차기 정권을 맡길만한 비전과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 폐기 서약서를 든 통합진보당 후보들.(사진=진보정치 / 정택용 기자) 

3. 다기한 정치세력에 대한 관점과 배치

대선 또는 그 이후까지 다양한 정치세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배치할 것인가를 논하기에 앞서 필자가 생각하는 역량 배치와 정치적 지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겠다.

첫째. 역량 배치와 관련해 서울.수도권의 20~30대와 40대 중 건전한 세력과 연대하여 한국사회의 종합적인 리모델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 지방, 50대와 일면적으로 단결하고 일면적으로 투쟁하되 궁극적으로 양자가 공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현대화, 정보화의 추세를 인정하고 그에 입각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되 지방과 50대 중고령층를 그러한 관점에서 재배치하는 양상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직접민주주의적 요소의 강화, 지식과 인적 자본의 중시, 건설적인 복지와 사회적 경제의 결합 등이 될 것이다.

둘째는 신흥국 특히 중국의 성장에 발맞춘 생산성이 높은 중규모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다. 한미FTA나 강정마을과 같은 사안들도 향후 한국이 남북관계와 동아시아에서의 포지션을 어떻게 설정한 것의 맥락에서 심각한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위 관점은 대강의 얼개에 해당한다. 아마도 보다 구체적인 부분은 수년 또는 10년 정도에 걸친 우여곡절 속에서 구체화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당장의 대선, 다양한 정치세력에 대한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박근혜를 정점으로 한 새누리당은 미래가 없다. 역사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순행하는가 역행하는가인데 박근혜와 친박은 친이계보다도 퇴행적인 집단이다. 단 박근혜의 복고적인 경향과 비타협적으로 싸우되 친박, 친이계 중 괜찮은 사람을 함께 고립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지금은 과거 독재시절처럼 독재에 유착했던 모든 사람들을 단죄하기보다는 보수세력을 약화시키되 인물과 정책을 중심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민주통합당 내의 진보적이되 실물적인 이해를 중시하는 정치세력을 중시해야 한다. 민주통합당 내의 호남계, 관료 출신이 문제의 하나라면, 진보적이되 구체성과 전문성을 갖지 않은 근본주의적 성향을 갖는 사람들도 문제이다. 안철수나 20~30대의 정치세력화가 명확하지 않은 조건에서 현실적으로 민주통합당을 개조하여 전후자 사이의 건설적인 연대를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셋째. 통합진보당은 해체시키거나 유시민 또는 심상정, 노회찬 등이 주도권을 잡은 형태로 개조할 필요가 있다. 통합진보당 내 민주노동당 계열은 박근혜 만큼이나 복고적인 세력이다. 정치노선이나 세력기반이 과거지향적이다.

울산.창원.거제 등 노동자 벨트의 몰락은 통합진보당의 노동중심성 약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에서 시작된 진보정치의 한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희, 유시민 등 대중성을 갖춘 인사들에 의한 이미지 정치와 야권연대로 명맥을 유지하다 4.11 총선을 기점으로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기형적인 정치세력으로 전락했다. 이런 정도면 민주통합당과 합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치세력 특히 진보정치세력의 운명은 세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지지기반과 지향의 뚜렷함에 달려 있다. 그런 면에서 통합진보당에는 미래가 없다.

넷째는 서울의 20~30대를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을 본격적으로 육성할 때가 되었다. 2011년 정치혁명, 2012년 4.11 총선이 보여준 가장 커다란 정치적 성과는 서울 20대의 집단적 결속이다. 2011년의 정치적 세례를 받은 서울의 20대는 영남 보수화 경향의 북상을 저지하며 그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사회의 기본 추세인 서울, 20~30대, 현대화.정보화를 대변하는 미래 세대이다. 안철수가 되었든 청년당이 되었든 또 다른 무엇이 되었든 이 세력의 성장 정도와 민주통합당의 건설적인 개조가 한국사회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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