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로 시작돼서 안철수로 끝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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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4월 13일 11: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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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을 가장 간략하게 표현한다면 박근혜로부터 시작해서 안철수와 함께 끝난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강원도를 석권하고 충청도에서 과반 이상을 점하면서, 수도권에서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체 의석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이전 지방선거와 1년 전 도지사 보궐선거의 결과와는 판이하게 나타났는데, 이른바 ‘평창 효과’와 더불어 선거 기간 동안 세 번이나 이 지역을 방문한 박근혜 효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통합진보당, 수혜만큼 능력 보여주지 못해

가공할 만한 ‘박근혜 효과’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이 수도권, 특히 20~30대 젊은 층 유권자와 무당층 혹은 중간층을 견인하는 데는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한계 역시 분명하게 드러난 선거이기도 했다. 즉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 결집 효과를 이루는 데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외연을 확대하는 능력에는 여전히 의문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 승리 없이 대선에 성공한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 이번 선거의 관심사는 ‘통합진보당’의 성패 여부였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 이른바 ‘야권연대’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선거였다는 점에서 통합진보당은 그의 배타적 수혜자였다. 그렇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혜만큼의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또한 ‘선거는 구도’라는 속설이 절대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잘 보여줬다.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의 협상을 통해 획득한 무공천 지역은 모두 15곳이었다. 이 무공천 지역 중 성남 중원과 광주 서구을만을 건지는데 그쳤다.

또한 양당의 연대 성사 과정 역시 극적인 정치적 타협의 외양을 갖추기는 했지만, 촉박한 단일화 과정에서 ‘이정희 사태’와 같은 선거부정 사건이 나오는 등 ‘감동’보다는 ‘실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공동의 정책과 외연확대의 메시지를 통한 득표 추구 전략이 아닌 ‘반MB’를 정점으로 하는 공동의 적에 대한 낙선 전략이 갖는 궁극적인 공허함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이번에 통합진보당이 획득한 13석은 과거 제17대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획득한 10석과 비교할 때 양적으로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로민노당’이라는 평가를 넘어서기에는 매우 부실한 성적이다.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확보로 실질적인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 야권연대 전략적 방향 놓고 내홍 가능성

무엇보다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정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특정세력이 의석을 독식하다시피했기 때문에 대선과 야권연대의 전략적 방향을 놓고 과거의 내홍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유연성 간의 균형은 과거 민주노동당보다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즉 거대양당 간 힘 관계를 조율하며 독자성을 유지하는 전통적인 제3당보다는 민주통합당과의 연대를 통한 양적 열세를 극복하는데 더욱 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가장 궁지에 몰린 민주통합당은 우선 현재 지도부에 집중될 책임론을 어떻게 풀고 나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명숙 대표는 처음부터 대선 관리자를 자처하긴 했지만, 공천과정에서부터 명확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실패하고 당내외 비판에 대해 우왕좌왕하는 등 야당지도자로서의 ‘선명성’과 ‘변혁적 리더십’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당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역시 국회의원 당선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대선주자로서 보여주어야 할 리더십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물론 ‘이정희 사태’에서 문제 해결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박근혜가 당내 공천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보여준 ‘돌파력’과 비교해보면 그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권 심판의 성격을 기본적으로 갖는 총선에서, 그것도 이명박 정부 4년이 가져다 준 국민적인 삶의 질의 악화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보편적 복지에 대한 일정한 사회적 합의, 그리고 선거를 앞두고 터진 일련의 권력형 비리 및 민간인 사찰사건과 같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이는 지도부 사퇴와 같은 인적 정비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의 사회투자국가의 박근혜 버전인 한국형 복지국가에 증세 없는 복지확대라는 수세적 대응으로 복지경쟁 자체를 스스로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렸고, 지역주의 의제는 몇몇 ‘지사’들의 헌신의 영역으로 떠넘겨 버렸다. 대선과 민주당의 정책, 그리고 지지층 확대에 대한 매우 전략적인 수정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 지지층 확대 전략적 수정 동반돼야

진보신당과 녹색당은 지역구는 물론 정당투표에서 2% 득표에 실패함으로써, 재창당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진보신당은 청소노동자를 비례대표 1번에, 탈핵·탈삼성을 메인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선거기간 내내 여야모두 민간인 사찰문제에 집중하고 있을 때, 쌍용차의 22번째 희생자와 함께 하며 쌍용문제를 상기시켰고, 제주강정마을 투쟁에 합류하는 등 ‘다른 진보’를 보여주고자 한 점은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지지층이 결집하는 선거에서 평상시 정당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함으로써 합당세력의 ‘탈당사태’와 군소정당 배제구도를 극복하는 실패했다. 하지만 좌파블럭 연합이라는 과제가 이미 진보신당의 일정표에 전제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결과는 오히려 좌파통합 일정에 당위성과 속도감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은 정당득표에서 0.48%를 기록했다. 두 군데 출마한 지역구에서는 3%에 조금 못 미치는 득표를 올렸지만, 탈핵과 농업을 전면에 내건 ‘탈근대 정당’의 출발을 알렸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녹색당의 등장은 후쿠시마 원전사태와 같은 계기적 상황도 많이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진보정치 내부적으로는 구진보정당이 적록연대 혹은 적록정치로의 전환에 실패한 탓도 크다. 녹색당과 진보신당을 비롯한 ‘비통합진보’세력을 어떻게 ‘새로운 진보’로 정치세력화할 것이가 하는 로드맵이 좌파통합 과정에서 숙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두에서 강조했듯이 이번 선거결과는 주춤하던 박근혜 대세론을 급반등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박근혜 입장에서는 MB와 생산적인 결별에 성공했다는 뜻이고, 야권 쪽에서 보면 대선에서 정권심판론은 더 이상 통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메시지보다 메신저 신뢰가 우선

정국은 이미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새누리당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 후보는 8월 안에 선출하게 되고, 4월 안에 대선 예비후보를 등록 운영하게 되어있다. 통합민주당은 현재 당헌 규정을 지킨다면 6월 안에 대선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총선 패배로 인한 당내 수습 과정을 거쳐야 하고, 대선 후보군 설정도 가시화시키기는 무리가 따른다는 점에서 새누리당과 비슷한 8월 경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유권자들은 메시지 자체보다는 메신저에 대한 신뢰를 우선시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훌륭한 메시지라도 메신저가 믿음직하지 못하다면 지지받지 못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안철수 대안이 급격하게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는 제19대 총선 결과를 통해 대선후보로서 유력할 뿐만 아니라 야권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등장했다. 글 맨 앞에 밝힌 제19대 총선이 안철수와 함께 끝났다는 것은 이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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