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주체 발견과 공동투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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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4월 13일 11: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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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예상과 달리 정반대의 결과를 남기고 4․11 총선이라는 선거 기계가 잠시 멈췄다. 이명박 정권에서 터진 숱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는 결과적으로 참패했다.

몸담고 있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내는 웹진에서 나는, 올해 양대 선거는 MB 심판론 중심의 회고적 투표 성향과 복지, 경제, 교육 등 주요 의제에 대한 반신자유주의적 정책 방향을 선호하는 전망적 투표 성향이 나타날 것이고, 과거와 달리 탈핵 의제가 부각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야권연대가 일정 정도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지나친 희망사항에 불과했는지 모르겠으나, 여지없이 틀렸다.

여러 차원에서 선거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 전문가인 ‘끝판 대장’ 박근혜이 구사한 새누리당의 현 정부와의 차별화 전략이 먹힌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정권 심판론보다 박근혜 대세론을 확인시키는 전망적 투표 경향도 눈에 띤다.

무엇보다 한명숙의 민주통합당이 쉼 없이 보여준 오만과 패착은 선거 막판 김용민 막말 파문으로 이어졌다. 결국 차려진 밥상을 엎어버렸다. 이러한 전세 역전은 낮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많은 유권자들의 투표 포기가 발생한 18대 총선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인 54.3%를 기록했다. 야권연대에서 희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현 정권 내내 불었던 심판론에 피로감을 느꼈던 것일까?

야권연대는 왜 실패 했는가

공천 개혁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야권연대에도 불구하고 정책 선거가 되지 못했고 스캔들의 정치가 난무했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는 이제 색깔만 바뀌었을 뿐이다. 민주통합당은 ‘말바꾸기’와 ‘물타기’ 주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아니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정책 변화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FTA와 해군기지 문제에서 ‘민주정부 10년’을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현재의 선거 제도에서 ‘국민의 명령’은 야권연대 승리가 아니라 새누리당 과반이었다. 수도권에서 68석 확보에 그친 점이나 강원․충청권에서 패배했다는 점은 민주통합당이 과반에 실패한 원인이 아니라 결과로 봐야 한다. 81석에서 127석으로 대폭 늘어단 의석수에 기뻐할 수 없는 당 사정이 딱하다.

13석(지역 7석/ 비례 6석)을 확보한 통합진보당은 교섭단체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나름 선전했다고 볼 수 있겠다. 제1야당에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됐다. 그러나 17대 총선보다 낮은 정당득표(10.3%)를 얻은 점, 울산과 창원 등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전멸한 점은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야권 단일화를 통한 지역구 의석 증가도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진보신당과의 연대가 성사되지 못했고 민주통합당과 한 몸이 되어 소용돌이에 휩쓸린 과정은 진보진영의 발전에 득이 됐다고 평가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렇게 민주통합당의 운명에 종속된 결과,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라던 기대는 물 건너갔다. 정당득표로 야권연대의 정권 심판이 성공했다는 데 위안을 삼을 수밖에(새누리당 42.8% < 야권연대 46.8%).

진보신당과 녹색당의 미래는

전국 단위에서 개혁적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의 첫 선거 연대 실험이 이렇게 끝났다면, 야권에 포함되지 못한 ‘군소정당’들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진보대연합의 한 축이 되어야 했던 진보신당은 거제에서의 약진에도 정당 득표 2.9%에서 1.1%로 줄어들어 앞날이 어둡다.

후쿠시마 사고라는 호조건에서 창당에 성공한 녹색당의 성과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0.5%에 못 미친 녹색당은 아직 녹색 가치가 주목받기 힘든 객관적 현실, 제도적 제약, 자체 역량 부족을 경험해야 했다. 아직까지 탈핵의 정치는 선거 앞에서 멈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이명박과 새누리당 심판으로 몰고 갔으나, 이명박은 침묵했고,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야권연대의 구도에서 빠져나가 과거는 잊고 대선으로 가자고 했다. 진보신당과 녹색당은 2.5정당 체제로 형성된 선거 틈바구니에 끼어서 조용히 선거를 마쳤다.

투표함이 봉인되고 개표 방송이 시작되면서 ‘타율성의 정치’로 전락한 정당은 이제 19대 국회 원구성이 끝나는 대로 18대 대선으로 향할 것이다. 그러나 진보–녹색 정치를 일궈내려는 노력이 이번 한번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전원이 꺼지지 않은 한 선거 기계는 주기적으로 움직일 테고, ‘정치의 죽음’을 구원할 자율적 영역과 사회운동이 정당으로 하여금 민중에게 권력을 이양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장의 선거 메달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정치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적, 사회적 주체의 ‘발견’이고 공동의 투쟁이다. 함께 찾아가면 된다. 이게 4․11총선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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