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후보 뽑힌 후 사라진 청년의제탁현민의 무서운 얘기는 허위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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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4월 03일 07: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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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

    지난 3월 30일 오후 5시쯤 1500여명의 학생들이 시청 동편, 플라자호텔과 프레지던트 호텔사이의 도로를 지나갔다. 같은 시각 시청광장 동편에는 청소노동자, 그리고 이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또 다른 학생들이 ‘등록금은 Down, 임금은 Up’이라는 이름의 연대집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400여명 남짓한 사람들의 집회는 1500여명의 한대련 소속 학생들의 행진이 지나갈 때까지 멈춰야 했다. 멈춘 것은 집회가 아니라, 2012년 대학생들의 행동과 요구일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요구와 행동은 왜 멈췄나?

    2011년 뜨거웠던 반값 등록금에 대한 요구와 행동은 신기하게도 청년비례대표와 청년 코스프레가 넘쳐나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멈춰버렸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청년의제가 선거를 집어삼킬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반값 등록금은 민주당 한명숙 대표가 외치는 것으로 넘어가버렸고, 청년들의 대표는 기존 정당에 의해 선발됐다. 거리의 투쟁과 세상에 울려 퍼졌던 우리들의 목소리는 "투표합시다"라는, 요란하지만 조용한 행동으로 바뀌었다. 일찍이 맑스는 『자본』에서 화폐물신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했다.

    “어떤 인간이 왕이라는 것은 다만 다른 인간이 신하로서 그를 상대해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그가 왕이기 때문에 자기들은 신하가 아니면 안 된다고까지 믿는다.”

    우리는 어느새 우리들의 투쟁을 망각해버렸다. 아래로부터의 요구로 관철시킨 반값 등록금은 박원순 시장을 잘 뽑아서 시립대에서 실현된 것으로 뒤바뀌었고, 그래서 대표를 바꾸면 반값 등록금이 실현된다라는 주객전도의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정작 그 의제를 만들어내고, 정치인들에게 압박을 가한 우리들의 운동은 사라졌다. 그것은 대학생들이 참여했던 수많은 집회와 투쟁을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정치인을 놓는 바보 같은 짓이다.

    그래서 저절로 열리는 투표장이 아닌 우리 손으로 광장을 열고자 Occupy 대학생 운동본부, 전국학생행진, 사노위 학생분회,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와 함께 "광장으로 달려! 330무한점령 프로젝트"를 대학생들에게 제안했다.

    뻔뻔한 대학, 청소노동자-시간강사 핑계

    투표가 아닌 우리의 광장을 열자라는 것 이외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또 있었다. 대학에서는 등록금 문제를 다룰 때 항상 청소노동자와 시간강사 핑계를 됐다. 시간강사나 청소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가 개선되면 등록금이 높아져야 한다든가, 등록금이 낮아지면 시간강사를 해고하거나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대학도 참 뻔뻔한 게, 10조원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시간강사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의 이해관계는 사실 같다. 대학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등록금은 올리고, 임금은 내리고 싶은 거다. 어차피 청소노동자나 시간강사의 임금은 누군가의 등록금이 된다. 여기에 함께 맞서 싸우고자 노동자와 함께 연대하는 흐름을 만들어내려고 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민주당과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서운 이야기 하나 더 해줄께, 이번 총선에서 이명박근혜가 승리하면 말이지, 시립대 니들 등록금 다시 올라가고, 김진숙… 다시 크레인 위로 올라가게 된다”

    31일 탁현민씨의 트윗이었는데, 정말로 무서운 이야기이긴 했다. 반복해서 이야기하지만 등록금 내린 건 박원순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투쟁이다. 박원순 시장은 결과일 뿐이다. 더 무서운 건 역사적 망각이다. 등록금 폭등은 10년간의 민주정부 시절에 이루어졌다. 이것은 팩트다. 팩트.

    너무 높은 등록금에 2005년 학자금대출 지원제도로 화답한 것이 노무현 정권이었다. 덕분에 많은 신용불량자들이 탄생했고, 학자금대출 잔액이 10조가 됐다. 그런데 탁현민씨 정도되는 사람이 마치 지금의 야당이 다수당이 되면 이런 현실이 바뀐다고 이야기하는 건 허위사실 유포에 가깝다.

       
      ▲점령했나, 점령당했나? 서울시청 앞 광장 점령자들의 텐트촌.

    탁현민이 말하지 않은 ‘팩트’들

    이건 뭐 민주당이 반값등록금 실현한다고 주장하니 그냥 넘어간다고 치자. 그런데 김진숙이 다시 크레인 위에 올라간다니. 바로 노무현 정권 때 김주익 열사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올라간 85호 크레인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김진숙과는 달리 김주익은 죽어서 내려왔다. 그의 벗 곽재규도 뒤따랐다.

    반성을 바라지는 않지만 이런 뻔뻔함은 그들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든다. 우리의 기조가 ‘분노하라, 연대하라, 기억하라, 점령하라’ 네 가지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대학생들의 현실에 대한 분노, 청소노동자 시간강사, 재능, 쌍차 노동자와의 연대,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기억, 그리고 우리의 광장을 열기 위한 점령이 우리가 3월 30일 광장을 점령하고 명동의 도로와 거리를 점령한 이유다.

    이런 우리들의 이야기가 너무 어려워서일까? <동아일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우리들에 대해 부정확한 기사를 썼다. ‘반값 등록금’을 우리의 요구로 쓰는가 하면, 한국대학생연합 소속의 회원들이 명동에서 거리를 점령했다고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경찰에 가로막힌 반값등록금 행진"이라는 기사 제목을 봤을 땐 뜨악했다.

    <동아일보>는 우리를 비판하기 위해서 현장에서 매우 정확하게 우리들을 관찰했다. 덕분에 "흡연과 음주로 점령 시위하는 학생들"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갔지만, 우리들의 주장과 내용을 비교적 정확하게 실었다. 기자들은 아마도 새로운 흐름의 운동에 대해서 별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현장취재보다는 보도자료만 보고 쓰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뭐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즐거웠다. 우리들은 Occupy답게 매우 불법적으로 집회를 진행했다. 광장잔디밭을 점령했고, 명동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했다. 밀리오레 건물 위에서 삐라를 뿌렸고, 우리가 하고 싶은 요구들을 외쳤다.

    “등록금은 내리고, 임금은 올려라!”
    “비정규직 철폐하라!”

    스펙 노동 중단 위한 대학 총파업?

    삐라 뿌린 친구들은 경비 아저씨에게 혼났고, 나는 시청직원과 경찰에게 기획자로 몰려 혼나는 수준이 아닌 사법처리가 될 것 같지만, 원래 합법적 틀에서의 싸움은 시시한 결과를 만들 뿐이다. 비록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들은 500명도 채 안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바라는 세상마저 작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명동 가투 후 스케일 크게 우리는 시청광장을 무대 삼아서 놀았다. 맥주파티를 열고 락 밴드와 랩퍼와 함께 시끄럽게 소리쳤다. 사고는 없었고, 다음날 아침 깨끗하게 치워서 시청을 청소하시는 분들조차 고생했다고 그만 됐으니 놓아두라고 할 정도였다. 물론 아직 300만 원 정도의 적자를 치우지는 못했다.

       
     

    그런데 돈 걱정보다 다음에 또 어떤 재미있는 판을 만들어 볼까가 더 큰 고민이다. 대충 누워서 생각해 놓은 건 5월 1일 서울점령자들이 전세계의 Occupy와 함께 총파업을 계획 중인데, 대학에서는 <스펙노동을 중단하라! 대학생 총파업>을 한번 해볼까 생각 중이다. 대학과 학원 도서관에서 뛰쳐나와 스펙 쌓기를 중단하는 대학생들의 파업을 벌이는 거다.

    물론 많은 이들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뭐 지금 대학사회가 재미없고 우울한 건 모두가 스펙 쌓기에 몰두하기 때문이라는 건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이왕 기업을 위해 스펙 쌓는 거 우리가 스펙을 잘 쌓을 수 있게 기업에게 돈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벌일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청년비례대표나, 투표처럼 볼만 던지지 말고 세상에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지 않은가? 광장으로 오라.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점령하자!

    PS) 이 글을 쓰는 와중에 같이 점령하고 싶다며 연세대 학생이 왔다. 와우! 입주자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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