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내 반여성주의 행태 단호히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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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4월 02일 09: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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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이반’은 최초 2002년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성소수자 모임으로 출발하여, 민주노동당 성소수자 위원회를 건설하는 토대가 되었으며, 이후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데도 일조한 바 있으나, 현재는 특정 진보정당에 조직적으로 속하지 않은 재야의 성소수자 모임입니다.

    ‘붉은 이반’은 민주노동당(현재는 통합진보당) 당원인 성소수자와 진보신당의 당원인 성소수자 그리고 특정 정당 소속을 선택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은 성소수자 회원들과 또 이러한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는 비성소수자들이 회원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정체성에 입각하여 우리는 총선과 대선이 이어지는 2012년, 생존을 판가름할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진보정당, 특히 ‘진보신당’에게 ‘우군’으로서 뼈아픈 충고를 하고자 합니다. 아래와 같은 질문과 충고는 ‘진보신당’에 대한 지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우리 회원들에게는 매우 중대한 과정임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1. 진보신당은 누구의 정당인가?

    결국 정치란, 한 정치 세력이 누구와 한편이 되며 누구를 위해 복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진보신당은 과연 누구의 정당인가?

    물론, 이 질문에 대해서 진보신당은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기타 등등의 정당이다”라는 대답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 진보신당이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활동해왔던 헌신성과 진정성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한편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라는 말로 뭉뚱그려지는 ‘기타 등등’의 일원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진보신당의 대답은 결국 표가 되면 ‘모두’를 위해 복무한다는 보수정당의 그것과 형식만 다를 뿐 사실상 동일하다.

    그렇다면 진보신당은 과대 대표된 민주노총 의존의 ‘노동자 정당’이라는 진보정당의 구태를 넘어서 진정 우리 사회의 억압받는 노동자, 서민, 사회적 약자의 정당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2. 정당을 만들어갈 주체는 누구이며, 어떻게 주체를 형성해갈 것인가?

    무릇 정당이라 하려면, 그것도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이념적 진보정치세력을 자청하고자 한다면, 그 정당엔 기본적인 강령적 합의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이 합의를 조직 전반에 확산시킬 수 있는 당내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 진보정당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이러한 강령적 합의와 시스템의 확보는 뒷전이 되고 “빨리 몸집을 불려서 집권 가능성을 높이자”라는 경향이 우선되어 왔음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진보정당 내에서 발생해서는 안 되는 문제들을 발생시켜 왔으며, 그러한 문제들은 오히려 진보정당의 성장에 해악이 되는 결과를 낳아왔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지난 2년간 진보신당 내에서 벌어졌던 ‘낙태 논쟁’과, 이 논쟁을 통해 당내 정치집단으로 등장한 ‘공동체실현가치모임'(이하 공가실)에 주목하게 된다. 이 ‘낙태 논쟁’에서 공가실에 의해,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허울좋은 ‘생명’의 명분으로 무시당했고, 여성의 삶에서 낙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생명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낙태를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이기주의"로 일축당했다.

    심지어 당론인 낙태 비범죄화와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 인정을 재확인한 당 대표 후보 선본의 입장에는 "장애아는 낙태해도 좋다는 이명박의 발언에 진보신당이 동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딱지가 붙여졌다.

    이 과정에서 여성위원회와 장애인위원회 등의 당내 공식 기구들은, 공가실 식으로 상상된 ‘당 질서’를 해당 위원회의 실무자 마음대로 어지럽히는 관료주의적 부정의 산실로 계속적인 공격을 받았다. 그들은 그들 식으로 상상된 ‘당 질서’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과격한 계급주의적 언어들을 동원하여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그 과정에서 계급적 주제와 비계급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위계화하였다. 그러면서도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장애인’까지도 그들의 낙태반대 명분에 동원하려 하다가 장애인위원회로부터 그런 동원을 하지 말라는 반대 성명까지 받고도 "실무자 개인의 농간"으로 치부하려 했다.

    우리는 지금 진보신당 내에서 문제가 되고있는 이른바 ‘공가실’ 문제 역시 진보정당이 그 기본에 충실하지도 못하고 ‘몸집 불리기’와 ‘선거’에 목매달던 맥락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은 적절한 제어 혹은 통제의 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했고 오히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원 직접 민주주의 강화’라는 허울 좋은 역습을 당하고 있다.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구 민주노동당에서조차도 담보 되었던, 수준 이하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 민주노동당 수준의 자정, 교육 혹은 관리도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진보정치 세력은,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등 당사자가 존재하는 소수자 의제에 대해서는 적어도 ‘무조건적인 복종’의 태도라도 취해 왔다. 그 자체가 실상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세력 스스로도 소수자 의제에 대해 충분한 연구와 체화가 이루어지지 못했으니, 적어도 ‘모르면 일단 복종하고 배운 다음에 판단한다’는 태도라도 취해 왔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재 진보신당은, 과거 진보정당에서 이뤄지던 수준의 소수자 보호도 하지 못하고 이런 사안에 대해 엄연히 당 강령에 명시된 수준의 당내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 마디로, 정치세력으로서의 실력 자체를 의심할 만한 상황이며, 이 상황에 대한 처리 과정이 진보신당이 가진 가능성을 대외에 증명하는 중요한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우리는 본다. 이런 상태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면 진보신당은 향후 소수자 의제 전체를 당 강령에서 삭제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진보신당 내의 여성주의자들과 성정치 의제 담지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은 당 밖의 소수자들에게 과거 민주노동당 만큼도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당 내부에 ‘조직적’인 반여성주의 세력이 있는 상황에서, 어찌 외부의 여성주의, 성정치 세력의 지지 혹은 참여를 기대하는가? 우리는 진보신당이 진정한 소수자들의 편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며, 아니 더 나아가 진보신당이 우리 자신이기를 기대한다.

    3. ‘진보! 좌파! 정당의 건설’ 진보신당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가?

    우리는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많은 문제들이 사회 체제 즉 ‘자본주의’의 모순에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래서 계급문제는 당연히 ‘핵심의제’가 된다. 그런데 이 말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계급문제 외의 다른 문제는 ‘비핵심’적인 것으로 저절로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의 당사자가 존재하는 의제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환경이나 인권처럼 당사자가 없어 보이지만 결국 모두가 당사자인 의제들 역시 그렇다.

    자본주의/계급문제가 ‘핵심의제’라면, 그것은 마땅히, 계급문제 외의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 역시 계급적 입장으로 일관된 대응 논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계급문제 외의 다른 문제들을 인식한다는 것은, 계급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에도 변화를 불러와야 마땅하고 진보세력임을 자청하는 우리는 그 변화를 스스로 성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진보신당만의 문제는 아니며, 이른바 ‘전체 진보진영’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진보신당 역시 계급문제와 소수자 문제를 (우리 자신을 포함한) 대중의 삶에 어떻게 천착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갈 것인가를 종합적으로 풀어가야 할 책무를 면제받을 수 없다.

    우리는, 그야말로 무지개처럼 강령과 규약에 듣기 좋은 말은 다 써놓고 실제로는 소수자 의제들이 당사자들만의 문제로 치부되거나 늘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되는 그간 진보정치 세력의 과오를 진보신당이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진보신당은 4.11 총선을 맞아 ‘살아남기’에도 바쁜 현실에 놓여있다. 그러나 진보좌파정당의 건설은 선거 전후로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또한 우리는 선거 전보다는 선거 후에 함께할 세력과 미래의 문제가 남아있고 그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진보신당이, 제도․ 교육․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소수자들이 안전하게 함께 할 수 있는 당적 질서를 시급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이것은 진보신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여성주의적’인 행태들에 대해 당이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부터 출발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현재 이른바 ‘공가실’ 사건은 해당 당원들에 대한 서울시당 당기위의 제명 및 자격 정지 결정으로, 그러나 해당 당원들의 재심 청구로 인해 중앙당 당기위원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안다. 하여 우리는 진보신당 중앙당기위의 조속하고 엄정한 결정을 바란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지금도 진행 중인 진보좌파정당의 건설에 있어 우리의 문제 제기는 매우 필수적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리고 우리는, 새롭게 건설되고 힘차게 전진하는 진보신당과 우리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갈 것을 약속하며 위와 같은 충고를 보낸다.

    진보신당의 건투를 빈다.

    * 이 글은 진보적 성소수자 정치모임 ‘붉은 이반’의 이름으로 <레디앙>에 보내온 내용입니다. –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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