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노동자 함께 할 정당 아닌 듯노사정위 정권 장식품 수준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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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3월 27일 11: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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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콩 볶듯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경남 김두관 지사를 급하게 만나는 약속이 잡혔다는 이유로 시간은 제한되었다. 그는 이석행 민주노총 전 위원장과 함께 민주통합당 선대위 평등노동본부 공동대표를 맡았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많이 전달하고 싶은 탓인지, 질문과 답변 방식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길게 이어갔으며, 기자는 중간에 끊거나 끼어드는 식으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이정희 대표 사퇴 등 민감한 분위기 탓인지 통합진보당 인사와 인터뷰가 힘들다는 기자의 얘기에, 이용득 위원장은 마침 전날 자신이 참석했던 야권연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얘기를 전해줬다.  이 위원장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기도 하다.

"어제 야권연대와 관련된 자리가 있어서 갔는데, 이정희 대표가 거의 지시하다시피 요구를 하고 있더라. 그래서 내가 ‘분위기에 좀 안 맞는 얘기를 하겠다. 지금 양당이 통합 논의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양당 입장이 엄연히 다른 것도 있는데, 너무 무리한 요구 하는 것 아닌가. 통합이 아니라 연대 논의를 하는 것 아니냐’ 뭐 이런 얘기를 한마디 했다. 그런데 한명숙 대표는 야권연대가 깨질까봐 말조심을 하면서 벌벌 떨고 있더라. 그래서는 안 된다.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찾아가는 것이 야권연대인데, 참 아쉽고 답답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3월 26일 오후 1시 30분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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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입장에서 보면 새누리나 민주나 비슷

정종권 : 이번 총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은 민주통합당 창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민주통합당 내부 공천과정에서 비례후보는 3명(11번 한정애, 12번 김기준, 23번 문명순), 지역구 후보는 2명(경기 부천갑 김경협, 충남 당진 어기구)을 공천받았다. 결과에 대해 만족하는가? 나아가서는 민주통합당 창당에 참여했던 한국노총의 정치적 목표는 무엇이었나?

이용득 : 나는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을 많이 확보하는 것에는 큰 욕심이 없었다. 왜냐면 노동계에서 준비된 사람이 많지도 않고, 또 국회의원이 많다고 해서 꼭 우리의 목표와 방향이 제대로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은 정당의 의사 결정기구에 적극 참여하면서 노동을 존중하는 정당,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민주통합당도 개개인으로 보면 크게 기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노동의 입장에서 보면 다 비슷비슷한 사람들이다. 대부분 법조인 출신이고, 관료 출신이고 학자 출신이다. 각 계층과 부문을 대표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그들을 그냥 놔두면 노동에 대해서 제3자적 시각 외에는 더 발전이 안된다. 그래서 당 안에 들어가 모든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면서 한국노총과 이용득이 하려고 하는 방향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힘만으로 어려우니까 정치의 힘을 빌려 해보자는 생각이다.

한국노총 출신 공천자는 지난번 한나라당과 정책연대 할 때의 4명보다는 넘어야 한다는 상식적 요구를 한 것이고, 더 이상의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에서 지역구 공천하는 것을 보니까 민주통합당은 노동자 후보를 보호해주고 같이 가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최고위원들을 보니 공천의 잣대가 고무줄 잣대였다. 누구한테는 지나치게 짧고 엄격한 잣대이고, 누구한테는 길고 느슨한 잣대였다. 내면을 보니 지도부들이 자기 사람들 심으려는 것이 목적인 것 같았다. 또 어떤 면에서는 이념과 정서의 획일성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진보신당처럼 이념정당이라면 이념적 통일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지만 수권정당을 목표로 하는 정당이 지나치게 이념적 기준을 강조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었고, 또 어떤 때는 그 기준도 고무줄처럼 늘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거는 아니다 싶었다.

전태일을 자신들 울타리에 묶어놓으면 안돼

   
  

: 그런 구체적인 경우가 어떤 경우인가? 노동 후보의 기준을 가지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 노동 출신 문제를 가지고도 기준이 모호했다. 예를 들어 전북 전주 유희태 후보의 경우를 보면, 이 사람이 노동조합의 부장, 위원장, 연맹 부위원장까지 7년 반 했던 사람이다. 이후에는 은행에 복귀해서 지점장, 부행장까지 한 사람인데, 부행장을 했다고 노동후보가 될 수 없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노동조합 했던 사람은 평생 노동조합만 하고 있지 않으면 노동후보가 될 수 없다는 것인가? 노동후보를 결정하여 추천하는 것은 노동조합에서 조직적 과정을 거쳐서 하는 것인데 자기들 시각으로 노동후보가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 것은 노총이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 한국노총의 정치적 목표에 대해 말해달라.

: 조금 포괄적으로 답변하겠다. 하나는 정신적 측면이다. 한국사회에서는 노동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낮고 부정적이다. 노조 자신의 탓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조가 자신의 이슈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띠를 매고 투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이런 모습에 대해 언론이나 정부에서 부정적 인식을 유포시키고 증폭시킨 것도 한 요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태일 정신’을 강조하고 싶다. 전태일이라는 훌륭한 사람을 알고 있는 국민들은 1%도 되지 않는다. 운동권이나 시민사회에서는 전태일의 훌륭함을 잘 알고 있지만 국민적 수준에서는 아주 미약한 수준이다.

청계노조나 민주노총에서 전태일을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 묶어놓고 있는 탓도 있다. 전태일 정신은 사랑이고 박애의 정신이다. 투쟁만 하고 혁명을 일으키자는 것이 아니다.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남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전태일의 정신을 더 대중적으로 알리면서, 평범한 어린이들도 그의 삶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이소선 어머니가 매번 하시는 말씀이 노동자는 하나가 되어야 하고, 진보는 분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노동운동의 정신적 측면을 바꾸고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제대로 된 중앙노사관계 만들어야

: 민주통합당 창당 참여를 통해 이용득 위원장이 실현하고자는 또 다른 정치적 목표는 무엇인가?

: 제대로 된 중앙노사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사관계는 100%가 사업장 노사관계이다. 사업장 노사관계는 사업장의 이익를 위해 존재하고 활동하는 것이고, 중앙노사관계는 사회적 이익을 위해서 노사가 공동으로 대화하고 사업을 하는 것이다. 내가 한국노총 위원장을 3번째하고 있지만 의미있는 중앙 노사관계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민주노총은 중앙 노사관계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의 역사 200년을 돌아보더라도 사회의 발전을 이끌고 변화에 대응했던 것은 정부가 아니라 노사였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기존 기술이 퇴출되고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을 때, 그것을 가르친 것은 정부가 아니라 노사였다.

어차피 시장자본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시장의 주체는 시장을 잘 알고 있는 노조와 기업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이익을 위해 노사가 담당해야 할 의제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요즘 사회적 이슈인 복지 문제 그리고 이런 의제 외에도 환율이 서민 경제에 미는 영향과 수출 대기업에 유리한 환율인상과 그 결실의 사회적 환원에 대해 노동조합이 발언하고 주장해야 한다.

외국인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이들의 전체 고용규모와 노동조건 등은 한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나 노동조건과도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책임 있게 논의해야 하는데, 이런 것을 다루는 중앙노사기구가 없는 것이다.

"노사정위 쓰레기 수준으로 전락"

: 위원장의 인식은 이전에 한국노총이 주도적으로 주장해서 만든 노사정위원회나 현재의 중앙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가 깔려 있는 것 같다. 대단히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 중앙노사관계는 없었지만 이와 유사한 틀을 만들려는 시도들은 한두 번 있었다. 첫째, 김대중 정권 때인 IMF 구조조정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이를 대화를 통해 풀기 위해 추진되었 노사정위원회는 그 당시에는 일정한 의미도 있었고 활용도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고, 법에 의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기는 하지만 의미 있는 주제를 다루는 것은 없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변질되고 훼손될 수밖에 없는 기구가 되어버렸다.

2008년 김대모 교수가 노사정위원장으로 임용될 때 청와대의 일개 비서관인 이영호에 의해서 ‘직무 수행 중 문제가 생기면 사임하겠다’는 서약서 제출을 강요받았다. 사표를 미리 제출하고 임용을 받은 것이다. 임기 중에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잘라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노사정위원회는 정권의 장식품 수준을 넘어서 쓰레기 수준으로 전락해버렸다.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방식으로 중앙 노사관계의 정립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 실패했다고 하는 또 한 번의 시도는 무언가?

: 내가 제기하는 중앙노사관계는 정부가 빠진 노동자와 사용자로 이루어지는 노사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노사정이 모이는 순간 정부 밖에 안보이게 된다. 사용자도 정부 편, 공익도 정부 편, 노사정과 공익 중 노동 측을 제외하면 다 정부 입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노사정공’이 아니라 ‘노정정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빠진 노사만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노사가 이런 독립적 기구를 만들고 정부와 별개로 독립 재정을 마련하여 사회적으로 대화를 하고 노사가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100년 전부터 진행한 것이 바로 고용보험이다. 고용보험의 재정은 노사가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고용보험의 운영 주체가 노사이다. 정부가 아닌 것이다. 노사 외에 정부도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는 정부가 고용기금의 운영비를 출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 대부분의 서구에서는 고용보험의 주체가 노사이다.

정부 빠진 중앙노사관계가 중요

고용보험은 그 규모가 작년 1년치만 하더라도 5조 6천억원에 이른다. 노사가 이 기금을 가지고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활동을 하고,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등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가 노동자의 재훈련과 재배치 계획을 추진할 수 있는 규모인 것이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하는 일이 뭐냐면, 건물을 사는데 사용하는 등 자신의 쌈지돈 취급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작년에는 기금이 모자란다고 국무회의에서 22% 증액 징세를 결정하였다. 돈을 내는 주체가 누군인데, 맘대로 증액하고 맘대로 낭비하고 있는지 화가 난다.

   
  

직업안정센터 등 노동부의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국고예산이 1조원에 못 미친다. 현실은 노동부 예산의 5배가 넘는 돈이 고용보험기금이고, 이것으로 대부분의 노동부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노사의 재정이고 정부는 빠져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고, 그래서 내가 노동부의 기피인물 1호가 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런 주장을 해서 만들어진 것이 한덕수 총리 시절의 노사발전재단이다. 그런데 정부가 빠진 노사 민간기구로 만들고 재정도 국고지원이 아니라 우리가 낸 고용보험기금에서 사용하겠다고 하였는데, 정부는 노사정 기구로 만들어버리고, 국고에서 20억을 인건비와 운영비로 지원해주면서 고용보험에서 지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역대 노사발전재단의 역대 총장은 고용노동부의 관료들이 역임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노동부 산하 기구가 되어버리고, 사업도 노동부의 사업 일부를 이관해서 하는 것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래서 노사정위원회나 노사발전재단의 2번의 시도가 다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노동조합 뺀 복지 논의 말이 안된다

: 중앙노사관계의 의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 2011년 상반기 한국 노사 협조율이 142개 국가 중 140위라는 발표가 있었다. 이채필 장관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노동정책과 노사관계가 발전되었다고 주장하는 그 결과가 아프리카의 노사관계보다도 못한 가장 낙후한 수준의 140위인 것이다.

요즘의 글로벌 노사관계는 중앙노사관계를 인정하는 것이지, 사업장 노사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에서는 산별체제이기 때문에 기업별 노사관계가 없는 곳도 많다. 사업장 노사관계도 노조법을 개악시키면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도 했다. 그래서 시스템적으로 중앙노사관계를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고, 사실 이런 내 주장에 이수영 경총회장도 동의를 했는데, 정부 눈치를 보느라 침묵했었다.

중앙노사관계를 바꾸면 대한민국 사회의 많은 부분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 제대로 된 노동정신의 확립이나 사회적 이익을 위한 노사 공동의 활동이 가능하다. 노동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도 바꿀 수 있고, 10% 남짓한 노동조합의 조직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양대 노총의 차이를 좁히면서 양대 노총 통합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럴 때 노동조합이나 노동의 목소리가 커지고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힘도 강해지고 빨라지게 된다. 사회 공동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틀거리가 만들어지고 대화의 풍토도 만들어지는 것이다.

복지를 보더라도, 노동조합과 노총을 빼놓고 복지를 논의하는 것이 말이 안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영국의 복지도 영국노총과 영국노총이 만들었던 영국노동당의 역할이 컸다. 북유럽 복지모델의 대표적 나라인 스웨덴에서도 그 나라의 모든 정당들이 스웨덴 LO(제조업 중심의 노총), TCO(화이트칼라 중심의 노총)의 영향권 하에 있다. 노동조합을 빼놓고 복지모델 얘기하는 것이 말이 안되는 것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복지 의제는 선거용 이슈 파이팅이기에 믿지 않는다. 총선이나 대선이 끝나면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언급했듯히 사람의 구성 하나하나를 보면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다 비슷하다. 노동세력이 들어가서 노동이 존중받고 노동 가치가 녹아있는 정당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한국노총은 정치 참여를 하는 것이다.

고용보험기금 운용 권한 노사에 줘야

: 위원장의 얘기는 두 가지 문제로 나누어서 더 논의되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노사관계의 파트너인 사업주들이 그러한 대화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또 노동을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최근 경제5단체에서 발표한 공동 성명서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 노동계 후보들이 우려할 정도로 많다는 것과 경제 성장을 위협할 정도로 복지논의가 과잉되어 있다는 비판 입장을 발표한 것을 볼 때 서로 엇나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점이다.

또 하나 대화의 중앙노사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별교섭이 실제적으로 가능하도록 법률이나 제도적 장치가 담보되어야 작은 진척이라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한 생각은?

: 경제5단체 입장을 탓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노사관계는 서로 따로 가는 분위기이고, 노사가 한자리에서 공동의 사회적 대화를 하고 파트너십을 형성할 상황이 아니다. 서로 딴 길 가는 것을 강요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또 같이 대화할 수 있는 사회적 틀거리나 장도 없는데 노사가 같이 가는 것도 이상한 것이다.

중앙노사관계는 모든 법과 제도가 완비된 이후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고용보험법을 바꾸어서 그 운영주제를 노사에게 넘기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정치권과 정부가 빠지고, 조직과 돈과 사람을, 그 중에서 재정을 노사가 공동으로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면 된다.

한국경제를 세계 13위권으로 끌어올린 것은 관료나 정치권이 아니고 노사이다. 고용보험기금에 대한 권한을 노사에게 주면서 실업과 고용 문제의 해소를 위한 방책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광양 포스코의 경우로 생각해보자.

대기업들이 FTA의 득을 보아서 300여명의 추가 고용이 필요하다고 할 때, 다른 측면에서는 중소상공인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통해 고용을 줄여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때 광양의 노사관계에서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원들의 직업훈련을 담당하고 이들의 고용을 현실적으로 보장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즉 노동부가 하는 일의 절반을 민간 노사기구의 역할로 넘겨주라는 것이다.

나의 멘토는 네덜란드 빔 콕 수상

: 이런 사고방식의 유사한 경우나 모델이 있는가?

: 내 이야기의 멘토 역할을 한 사람이 네덜란드의 빔 콕 수상이다. 지난달까지 이 분을 4번 만났는데, 네덜란드 노총 위원장을 10년 하면서 네덜란드 모델(폴더 모델)을 만든 사람이고, 재무부 장관 3년, 수상을 8년 한 사람이다.

2003년 이 사람에게 한국의 중앙 노사관계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고 하니 “한국에 노사관계가 어디 있냐? 한국에는 노사관계가 없다”고 했다. “사회적 이익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데,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하는데 노사관계가 어디 있냐?”는 것이다. 노사간의 파트너십과 공동 사업의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정부의 역할은 뭐냐고 물었더니, 정부는 노사가 그런 파트너십을 형성하도록 지원하고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했다. 당신네 나라는 정부가 왜 다 하려고 하느냐는 의견이었다. 노사가 그런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고 서비스해주는 작은 정부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특히 노동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고용과 실업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노동부 관료들이 다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고 국론 분열이고 사회적 불안정을 낳을 뿐이다. 정부가 할 일을 노사가 하고 그럴 때 노조의 사회적 책임성도 커지게 된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는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느낄 이유가 없는 것이다.

: 스웨덴과 네덜란드 모델이 한국적 상황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진 법과 제도, 노동조건과 정치환경 등이 한국에서도 유효한지 같이 검토되어야 할 것 같다. 노사간의 파트너십이라는 것이 ‘당위’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담보해줄 수 있는 ‘환경과 구조적 조건’이 있을 때 가능한데, 그 환경과 조건을 한국에서 만들 전략적 힘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러한 경로를 실현하기 위한 위원장의 고민에 대해 민주통합당이나 한국노총 내부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가? 이 공감대 정도에 대한 위원장의 평가와 판단은?

경제부처에서 나를 경계한다

: 과거 노총 위원장 할 때 이런 얘기를 많이 했지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부 부처에서는 오히려 기피인물 취급을 받았다. 재계나 정부부처, 공안기관 등을 돌아다니면서 이런 얘기를 하고 다녔다. 정부 특히 경제관련 부처에서는 ‘경계해야 할 사람, 우리의 재정 권한을 뺏어가려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았다.

경제단체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건설적인 중앙 노사관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정부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소리 없는 동의라고나 할까. 정치권에서는 무슨 얘기와 주장을 하는 것인지 귀를 열고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솔직히 지금의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귀 담아 들을 사람이 없다. 그래서 한국노총이 이것을 정책으로 만들고, 민주통합당의 당론으로 관철시켜서 실행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외로운 외침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래도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 고용보험의 운영주체나 정부의 관료적인 운영권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총선의 공약으로 내걸고, 월급쟁이나 노동자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은데?

: 중앙노사관계가 그 핵심인데, 민주통합당이 노동공약에서 빼버렸더라.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뺏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라고 특별히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도 서구 사회처럼 노사가 주체가 되는 정치판을 만들어보자. 관료들에 의해서 왜곡되는 노사관계를 정치의 힘으로 바꾸어 보려고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민주통합당 미흡해도 수권 가능정당이라서

: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의 경우를 보더라도 의미 있는 노사관계 모델이나 사회협력 체제를 만들려면 개인이나 노동조합만 아니라 그것을 정치적 힘을 가지고 함께 실천해나갈 협력자로서의 정치세력, 스웨덴 사민당이나 네덜란드 노동당과 같은 정당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함께 창당한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는 정당으로 보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 한국노총의 비전과 전망을 실천하려면 여러 가지 한계가 있고 미흡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다수당이고 수권 가능한 정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주당, ‘혁신과 통합’과 함께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을 창당한 것이다. 정치세력화를 제대로 하려고 하는 목표는 애초에는 2017년까지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앞당겨진 것이다.

   
  

: ‘한국노총 정치화’를 위한 시도로 보인다. 영국노동당의 역사를 다룬 책 제목이 『한 노동운동의 정치화 이야기』였다. 그런데 한국노총의 정치화는 과거 2007년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1997년 민주당과의 정치연대, 녹색사민당의 독자 창당 등 여러 가지로 나타났던 것 같다.

이에 대한 평가가 먼저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이용득 위원장의 최근 시도는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협력 파트너를 바꾼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의견도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서는?

: 그건 확실한 차이가 있다. 나는 협력 대상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은 노동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될 수 없는 한계를 가진 정당이라고 본다. 부자들의 정당이고 대기업 재벌의 정당이라는 본질적 한계를 갖고 있다.

그때 한나라당 한국노총과 정책연대가 된 것은 2017년을 목표로 한 것이었고, 2017년의 정치적 선택은 지도부가 아니라 100만 조합원이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는 수많은 정치교육이 따라야 하는데, 아무리 정치교육을 하더라도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조합원 스스로의 정치적 경험, 실패의 경험이라고 하더라도 그 경험을 갖는 것도 커다란 정치교육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당시 52만 조합원들이 ARS 직접투표를 통해 정치방침을 결정하였고 60% 이상이 MB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조합원의 80%가 MB는 안된다고 하는 것이다. 시간은 걸렸지만 이보다 더 큰 정치학습은 없었다고 본다.

한국노총-민주노총 만나서 함께 해야

: 비행기 시간에 늦었다고 하니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 짧게 답변 달라. 정치세력화와 노동조합의 정치화에 대한 방침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달랐고 지금도 조금은 다른 것 같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두 노총의 정치세력화 방침이 서로 만날 수 있다고 보는가?

:  만날 수 있고 만나야 한다고 본다. 오늘 민주통합당 선대위 노동본부가 만들어졌는데 민주노총에서 일했던 동지들과 같이 공동본부를 꾸렸다. 노동은 같이 가야 되고, 지금처럼 갈라져 있는 상태라면 어려워지게 된다. 노동정책과 관련해서 한국노총과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과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진보정당의 성과가 한국노총이 바라는 ‘노동존중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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