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가 있는 곳에 그들이 있다"
        2012년 03월 22일 09: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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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통합당과의 선거 연대에 이은 양당 경선에서 보여준 선전으로 고무돼 있던 통합진보당은 관악을 문자 파문 등 잇단 악재에 크게 곤혹스러워 하고 있으며, 민주통합당의 이정희 대표 사퇴 압박과 일부 후보들의 경선 불복 선언으로 두 당의 선거 연대도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통합진보당은 성추행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던 윤원석 후보(전 민중의 소리 대표)가 사퇴를 했으나, 이정희 대표는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혀 위기적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통합진보당의 잇단 악재의 내용과 성격을 알아본다.

    민주통합, 관악 사태에 묻어가기 문제 제기

    첫째 관악을 문자 파동.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이 경선을 하여 이정희 대표가 근소하게 승리한 것으로 공식 발표되었다가, 김희철 의원의 경선결과 불복과 무소속 출마선언, 이정희 대표 측 인사의 여론조사 조작을 요청하는 문자 사태가 발생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 사건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이 가지고 있던 내재적인 불안정성과 문제점들이 드러난 것이라는 의견이다.

    여론조사 자체가 ARS방식이든 대면전화조사이든, 조사 대상자의 연령, 지역, 유권자 여부가 100% 확신할 수 없고, 이번 사건이 보여주었듯이 조사 대상자의 조작된 답변을 거를 수 있는 장치가 없으며, 나아가서는 전화번호 자체에 대한 개입까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완벽하게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라는 ‘절차’와 ‘형식’의 결과를 참고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단일화 선거연대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여론조사가 100% 정확하다면 굳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었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이 야권연대의 상징 지역이고 여론의 관심 지역이었던 곳에서, 또 도덕성이 가장 큰 생명이었던 진보진영의 대표 인사 측이 부도덕한 조작에 관련되었기에 크게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서울 관악을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고, 경기 덕양갑, 서울 노원병, 서울 은평을의 소위 빅4지역에서 경선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 후보들의 ‘덮어씌우기’, ‘묻어가기’식의 문제 제기와 불복 선언으로 확전되면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아름답다고 자찬했던 선거 연대 틀에 심각한 금이 가고 있다.

    청년비례 선출 시비 뇌관 여전

    둘째 청년 비례 대표 선출과정의 문제점. 통합진보당의 곤혹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 내 비례대표 선거 과정과 개표 과정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청년 비례대표 선거 경우는 투표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온라인 투표를 관리하는 관리자에 의해 소스파일이 변경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소스파일은 데이터가 저장된 프로그램 본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소스파일을 변경한다는 것은 투표 결과의 데이터까지 손을 댈 수 있는 문을 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투표함을 미리 열어본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투표함을 열어보기만 한 것인지, 투표 결과에 대한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등 모든 가능성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현재 통합진보당은 청년비례 투표와 관련하여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투개표 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정당 내부의 문제이지만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결정적 하자가 있었단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파장을 우려하여 통합진보당 측에서는 입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폭발력을 내장한 폭약 안의 뇌관은 제거되지 않은 상태다.

    선거 결과도 정치적으로 해결?

    셋째 전체 비례 대표 투표과정의 문제점. 청년비례 후보 선출과 함께 전제 비례후보 선출과정에서도 심각한 문제점들이 발생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비례후보 투표가 끝난 지 3일이 지난 후인 3월 21일이 돼서야 투표 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다. 

    현장 투표의 개표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선거인 명부의 숫자와 실제 투표인 숫자가 일치하지 않거나, 온라인과 현장투표에 이중 투표한 경우도 있는 등 투표 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청년 비례의 경우는 온라인 투표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의혹이 발생하였다면 현장 투표에서는 투표 관리 능력과 시스템에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온라인 투표에서 여성명부 1위와 2위의 결과가 현장 투표에서 뒤집어졌고, 일반명부 2위와 3위도 현장 투표의 유효 여부를 둘러싸고 상당한 혼란을 겪은 것이다. 이것은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순위 체제가 복잡해, 여성명부 1위와 2위는 전체 비례 순번에서는 1번과 9번을 배정받게 되고, 일반명부 2위와 3위는 전체 비례대표 8번과 10번을 배정받게 되는 등 당선권 안에 들어가느냐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격화되었던 것이다.

    온라인에서 300여표 차이로 여성 1위였던 오옥만 후보가 현장투표에서 450표 가량 뒤지면서 최종적으로 여성 2위가 되어 비례대표 9번 순번을 받고, 온라인에서 일반명부 2위였던 노항래 후보와 3위였던 이영희 후보의 순위도 결과적으로 뒤바뀌어 각각 10번과 8번을 배정받게 된 것이다.

    이번 비례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투표인 명부에 표시된 투표인 수와 실제 개표 결과 나타난 투표인 수가 서로 다른 지역이 거제를 비롯한 7곳에서 발생했다. 통합진보당 중앙선관위는 이를 유효표로 인정할 것인지, 무효표로 처리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상당한 갈등을 겪은 후 결국 7곳 전부를 무효 처리하였다.

    상대적으로 이영희 후보 지지표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 7곳의 현장 투표가 무효 처리되면서 노항래 후보가 최종적으로 25표를 앞선 것으로 확정되었다. 하지만 이영희 후보측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면서 논란이 끝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는 노항래 후보가 8번이지만 10번으로 배정받기를 ‘요청’했고, 이 요청을 대표단이 수용하고 이를 중앙선관위에 전달해 최종 확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의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될 사안을 관련 후보가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다고 선관위의 방침이 무력화되고, 특정 후보가 ‘양보’해서 순위가 바뀌었으며, 이를 대표단이 인정하는 등 공정하게 처리돼야 할 선거 관리까지 정치적으로 처리했다는 ‘초상식’적 조치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 눈보다 정파 이해 앞세운 행동들

    넷째 핵심 인사의 성추행. 민주당이 무공천하고 통합진보당이 야권단일후보로 이미 확정되었던 경기 성남중원의 윤원석 후보의 성추행 전력이 밝혀지면서 통합진보당은 또 다른 차원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노정시켰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 선거연대 협상을 진행하면서 경선을 통하지 않고 통합진보당에 전략적으로 배정해야 하는 지역의 하나로 성남중원을 처음부터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이것은 성남중원이 나름의 득표력을 발휘하는 지역이기도 하였지만 더 큰 이유는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역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의 협상에서 성남중원을 전략지역으로 얻어내는 것에는 치밀하고 집요하였지만, 정작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할 후보 당사자에 대한 검증 과정은 대단히 허술하고 형식적이었다는 점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이 문제는 윤원석 후보의 문제만이 아니라 창원의 손석형 후보 등 일부 광역의원이 현직을 중도에 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하면서 불거졌던 도덕성이나 책임성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내부적으로도 많은 문제제기와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은 출마를 인정했던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입으로는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지만 정작 내부 정파의 이해관계가 더 큰 기준이 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윤 후보는 사퇴했지만 이 사태의 부정적 영향력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주목할 만한 일은 최근 불거졌던 통합진보당 4가지 사태, 이정희 대표 측의 문자 파문, 청년비례대표의 온라인 투표과정, 현장 투표를 포함하여 투표 전반을 책임졌던 선관위의 선거관리 문제, 성남 중원 후보의 성추행 전력 등에 통합진보당의 당권파, 그 중에서 핵심인 특정그룹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통합진보당 당원의 다음과 같은 분노는 특정 정파에 대한 정치적 반대와는 무관하게 당 안팎의 상당수 사람들의 분노를 대변한다. "말로만 듣던, 당 내에서만 악명을 떨치던 자주파의 묻지마 승리주의가 그 추악한 몰골을 드러내며 통합진보당을 한꺼번에 쓰레기 하치장으로 처박아버렸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경기동부연합? 입이 있으면 말하라? 민중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 이러고도 그대들이 지고지선인가?"

    2008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과정에서 불거졌던 패권주의의 의혹과 우려는 과거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형이다. 그리고 그 현재의 모습은 과거와 달리 국민들의 가시권 안에서 드러나고 있으며, 그 부정적 폐해는 진보진영 전체에게 타격을 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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