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정규직 노동자들 정치 주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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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3월 15일 10: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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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은 15일 청소용역 노동자인 김순자(57세)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을 비례대표로 공천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지난 2007년 일방적 계약해지에 맞서 정몽준 국회의원 사무실 점거투쟁과 천막농성 등 끝에 복직투쟁에 승리한 바 있다.

    15일 현재 진보신당 비례대표 공천자로 공개된 인사는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 장혜옥 전 전교조 위원장, 청소노동자 김순자 지부장이며, 비례 후보 순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음은 김순자 지부장 출마선언문 전문. <편집자 주>

                                                    * * *

    교수들도, 정몽준도 우리 얘기 듣지 않아

       
      ▲김순자 지부장. 

    올해는 제가 울산과학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살아온 지 꼭 10년째가 됩니다. 스무 살 청춘부터 청소노동자로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 청소노동자였습니다.

    그러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하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청소노동자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 받았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했습니다.

    그저 보이지 않는 정도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것입니다. 2003년, 50만 원도 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청소 일을 시작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7년 동안 일하고도 67만 원을 받았던 2007년 어느 날 학교 측과 계약한 용역업체는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했습니다.

    대학교라는 곳의 교수라면 많이 배운 사람들이고, 학교는 신성한 곳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부당한 계약해지를 호소하자 시대의 양심이어야 하는 분들은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교직원들은 우리를 차가운 맨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정몽준 이사장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억울함을 설명하려고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를 학교 본관 앞에 천막을 치면서 시작했습니다. 그 싸움에 울산지역의 많은 노동자분들과 다양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연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는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2년, 저와 동료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계약직입니다. 1년 일한 사람이나 10년 일한 사람이나 똑같이 시급 4500원인 용역업체 청소노동자입니다. 그런데 당적도 없던 제가 선거를 앞두고 쉽지 않은 결심을 했습니다. 진보신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출마할 결심을 했습니다.

    비정규직 현실 바꿔내고 싶다

    제가 출마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 번째로 정치는 돈 많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주로 하는데, 그들이 우리를 절대 대신해줄 수 없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도 직접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전국의 수많은 청소노동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청소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현실을 바꿔내고 싶어서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단지 개인의 고민과 선택이 아니라 저와 함께하는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코앞에 닥쳐있는 노조 임단협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저는 더 큰 희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동료들은 기꺼이 동의해주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노동자의 현실을 대변해 준다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로서 10년을 지켜봐도 현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떠한 권리도 없는 상태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 스스로 찾을 때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노동자가 직접 정치를 하는 세상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노동자 정치가 이 나라에 깊이 뿌리내리길 바라며,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출마합니다. 진정한 노동자 정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진보신당을 지지해 주실 것을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바로 우리가 스스로 정치의 주체로 당당히 나섭시다.

    청소노동자 김순자

                                                    * * *

    김순자 지부장은?

    – 1955년 7월 6일 울산 언양 출생
    – 반곡초등학교 졸업
    – 반곡초등학교 동기회장
    – 2003년 울산과학대 청소용역업체 입사
    – 2006년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조 가입
    – 2007년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
    –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장(현)
    –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조 부위원장(현)
    – 울산지역 청소노동자 배움터 ‘노동이 아름다운 빛나는 학교’ 운영위원(현)
    – 더불어숲 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현)
    – 현대중공업 경비테러 문제해결을 위한 울산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현)

    – 2006년 7월 효정재활병원 간병사 원직복직투쟁 연대
    – 2007년 2월 23일 조합원 전체 계약해지에 따른 해고, 탈의실에서 부당해고 철회 농성 시작
    – 2007년 3월 7일 학교직원 80여명 동원해 농성 조합원 강제 퇴출, 본관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 시작
    – 2007년 4월 27일 정몽준 국회의원 사무국(울산 동구) 점거농성
    – 2007년 5월 9일 63일간의 천막농성 끝에 복직 합의로 투쟁 승리
    – 2007년 12월 세계인권선언기념 국가인권위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
    – 2008년 삼성SDI, 홈에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연대
    – 2008년 12월 미포조선 사내하청 정규직화 굴뚝농성 투쟁 연대
    – 2009년 6월 청소대행업체 편법운영, 연대노조 탄압 규탄 투쟁
    – 2009년 7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노동탄압 분쇄 투쟁 연대
    – 2010년 3월 울산대학병원 청소노동자 노조활동 연대(민주노총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의료연대지부 울산민들레분회)
    – 2010년 5월 최저임금 인상, 생활임금 쟁취 캠페인 활동
    – 2010년 6월 울산제일고 급식조리원 부당해고 철회 투쟁 연대
    – 2010년 11월 이경훈 현대자동차지부장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점거파업 연대동지(권우상 전 연대노조 사무국장) 폭행 규탄 활동
    – 2011년 5월 울산지역 청소노동자 배움터 ‘노동이 아름다운 빛나는 학교’ 활동
    – 2011년 6월 울산지역 공공부문 청소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활동
    – 2011년 10월 더불어숲 노동인권센터 ‘산재보상 권리찾기 지원사업’활동
    – 2011년 11월 울산지역 ‘청소노동자 어울림 한마당’ 준비 활동
    – 2012년 3월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 임단협 투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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