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희망가 부를 수 있을까?
울산-아산-전주, 일제히 특근 거부
[현장편지] 용역경비 수석부지부장 폭행…정규직노조 연대로
    2012년 05월 21일 03: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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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겨울 25일 파업 때 이루지 못했던 꿈을 올해는 꼭 이뤄야죠.” 5월 19일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에서 만난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도 밝았습니다. 울산공장 80여 명의 조합원들이 주말과 휴일 특근을 거부하고 5시간을 달려왔지만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습니다.

2010년 겨울 25일간의 파업이 끝나고 해고된 후 생계를 위해 사라졌던 한 조합원은 깃발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점거파업을 이유로 최근까지 수배 생활을 했던 조합원을 1년 6개월 만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행복했던 25일의 기억을 되살리며, ‘어게인 2010’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정규직노조의 배신으로 울분을 토하며 농성장을 내려왔던 2010년 겨울과는 달리 2012년 여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름다운 연대’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그 첫 출발이 주말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의 가동이 일제히 중단된 사건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환한 얼굴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19~20일 울산, 아산, 전주공장의 특근을 거부했습니다. 회사는 7800여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했고, 최대 1580억 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파업에 대비해 물량을 비축해 놓으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은 것만은 분명합니다.

사건은 간단합니다. 지난 5월 17일 비정규직 노조간부들은 2차 비정규직 특별교섭에 참여하기 위해 공장 안으로 들어가다 100여명의 경비들에 의해 막혔고, 폭행을 당하며 차도로 내동댕이쳐졌습니다. 법으로 보장되어 있고, 노동부에서도 자유로운 출입을 허용하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현대차는 치외법권이었고,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과 노사 합의서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현대차지부 김홍규 수석부지부장과 노조 간부 30여 명이 정문으로 달려 나왔고, 노사 합의서 이행을 요구하며 출입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러자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모 용역경비과장이 김홍규 수석부지부장의 마이크를 빼앗아 머리와 얼굴을 내리쳤습니다.

회사 측 폭력으로 피를 흘리고 있는 김홍규 현대차 수석부지부장

이날 폭력으로 뇌진탕과 안면 타박, 코뼈 골절의 부상을 입은 김홍규 수석부지부장을 비롯해 6명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폭행 사건으로 이날 오후 열리기로 한 불법파견 2차 특별교섭은 5분 만에 끝나버렸습니다.

현대차 지부는 “마스크로 얼굴과 입을 가린 용역경비들에게서 술 냄새가 진동했다”며 사상 초유의 노동조합 수석부지부장 폭력만행에 맞서 19일과 20일 특근 거부를 결정했습니다. 노조는 공개사과와 책임자 처벌, 비정규직 출입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용역경비의 5.17 마이크 폭력 사건

김홍규 현대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4만 5천명 조합원의 투표로 당선된 대표자이며, 지부장과 함께 노조의 최고 책임자입니다. 만약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나 현대차 부사장이 노사 간의 갈등 과정에서 노조 간부에게 맞아 얼굴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아마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을 것입니다. 보수언론과 경제신문은 연일 폭행 소식을 전하느라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고, 수십 명의 노조 간부들이 구속되었을 겁니다. 2007년 1월 3일 현대차 울산공장 시무식에서 노사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소화기를 뿌린 사건으로 한 달 동안 언론은 미친 듯이 노조를 헐뜯었고,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5명이 감옥에 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 용역경비의 5.17 마이크 폭력사건에 대해 언론들은 ‘신형 싼타페 등 생산 차질’(한국경제), ‘현대차 임협 초반부터 암초’(울산매일신문), ‘잘나가던 현대차 노사갈등 몸살’(국민일보), ‘현대차 노사 ‘극한대립’ 치닫나’(아시아경제) 등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노조가 먼저 폭행을 가했다며 정규직노조 6명과 비정규직 박현제 지회장 등 7명을 고소 고발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 간부의 폭력 행위가 더 이상 묵과돼서는 안 되며 반드시 의법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회사 부사장이 마이크로 얼굴을 맞아 피를 흘렸다면?

회사가 편집해서 올린 동영상에 맞서 노조가 동영상을 공개했고, 폭행의 정황이 확실한데도 현대차 회사가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회사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현대차 지부는 “사측의 도발은 노조의 3대 핵심 요구인 공정분배 실현,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비정규직 정규직 쟁취를 무너뜨리기 위한 의도적인 음모”라고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 겨울 25일간의 점거 파업 당시 농성 중단을 협박하고, 금속노조의 총파업 결정을 거부했던 전직 집행부와는 달리 현대차 지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적극적인 연대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썰렁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요 집회는 정규직노조의 참여로 점점 규모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특별교섭의 공식 요구안으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 25일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 3지회는 △사내하청에 노동하는 모든 노동자 전원 정규직 전환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 금지 등 6대 요구안을 확정했습니다.

그 전까지 현대차 정규직노조는 “2.23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불법파견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요구안으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최병승 조합원과 동일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요구안이 아니라 법을 지키는 것이라며 2년 이상이든, 2년 이하든, 직접 생산 공정이든, 간접 부서든, 1차든, 2~3차든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오랜 토론 끝에 정규직노조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6대 요구안의 의미

또 현대차 지부는 회사 측의 ‘협의’를 거부하고, 비정규직노조 교섭위원 6명을 포함해 32명이 참여하는 특별교섭을 요구했고, 지난 15일 1차 교섭이 열렸습니다. 문용문 지부장은 “이번 특별교섭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는 <함께 가는 길>이라는 회사 신문과 인터넷,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고,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라는 요구는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만 8조1천억 원의 순이익을 남겼고, 정몽구와 정의선 부자의 주식 배당액만 678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의 84%가 ‘노조 차원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찬성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가 확산되면서 현대차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협의 결과가 타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우리에게는 현대자동차 더 중요하다. 정치적 정략적 관점을 빼고 순수하게 했으면 좋겠다. 상호간 많은 시간과 끈기를 가지고 얘기하자. 불필요한 마찰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난 5월 15일 처음으로 열린 비정규직 특별교섭에서 현대자동차 윤갑한 공장장의 모두발언 내용입니다. 불필요한 마찰 없이 회사 내에서 조용해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과 정규직의 연대, 전국 노동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의 확산

기본급이 많지 않은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들에게 주말과 휴일 특근은 적지 않은 소득원입니다. 현대차 지부는 20만원에서 많게는 35만원까지 임금 손실을 감수하고 특근 거부를 결정했습니다.

돈의 노예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자존심을 지키고, 아름다운 연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였습니다. 현대차 지부의 한 간부는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전 공장의 특근 거부를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현대차 윤갑한 대표이사는 21일 담화문을 통해 “사내하청 해고자들은 합의 위반으로 우리 노사 간 갈등을 유발시켰다”며 “과거 사태처럼 우리의 일터가 외부세력에 의해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회사는 하청 해고자의 무분별한 행동을 손 놓고 쳐다봐야만 하는 것인가”라고 밝혔습니다.

회사의 지원금으로 유지되는 동호회까지 동원해 “특근 거부는 성급하게 결정될 문제는 아니다. 직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기습적으로 이뤄진 점은 유감이다.”라고 했습니다.

현대차는 대법원에서조차 ‘우리 직원’이라고 두 번이나 판결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외부세력으로 돌리며 ‘우리 노사 간 갈등을 유발시켰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이간질하고 있습니다. 특근을 하지 못해 아쉬운 정규직의 심리를 부채질해 노동조합을 흔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용역경비가 노조의 최고 대표자의 얼굴과 머리를 마이크로 내리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단 폭력을 일삼고 있는 현대차 회사에 맞서 당당하게 싸우고 있는 현대차지부에 대해 현대차 조합원들은 물론 전국의 많은 노동자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들려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름다운 연대의 노래, 희망의 노래가 탐욕스런 재벌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신음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될 것입니다.

필자소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전 금속노조 비정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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