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총선 방침 갈등 심화
        2012년 02월 27일 01: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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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조합원 10명 중 8명이 4.11 총선에서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 대상 정당으로 통합진보당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여론 조작"이라며 민주노총 내부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총선 방침을 둘러싼 조직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2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사회동향연구소(KSOI)에 의뢰해 22만여명의 민주노총 조합원을 대상으로 지난 25~26일 이틀 동안 조사를 한 결과 비례후보 지지 정당으로 통합진보당 79.8%, 진보신당 17.6%, 사회당 2.6%의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진보정당으로 규정한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사회당 3개 정당 중 한 개의 정당을 응답자들에게 선택하도록 돼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전화번호가 확인된 222,017명의 민주노총 조합원 중 23,994명이 응답해 10.8%의 응답률을 기록했으며, 조사대상 조합원 명부는 민주노총이 취합하여 사회동향연구소에 제공했다.

       
      ▲1월 3일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모습.(사진=노동과 세계 / 이명익 기자) 

    민주노총은 이번 여론조사 배경에 대해 지난 1월 31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4.11 총선 선거방침’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합원에게 직접 의사를 물어 정당명부 집중투표 정당을 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 이번 조사는 총선 방침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 방침’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는 이에 대해 “민주노총이 발표한 19대 총선 정당명부 지지 정당 조합원 ARS 조사 결과는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 집행 권력의 횡포에 따른 민주노조 단결 훼손의 사례로 길이 남을만한 패악이 될 것”이라며 “이번 조사는 일부의 의견을 전체의 의견으로 꾸미기 위한 여론 조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합원 선언운동본부는 또 “민주노총은 이번 ARS 조사에서 조사에 응하고 싶은 조직과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표본을 취합했다”며 “민주노총 내부의 다양한 진보정치 지향을 묵살하고 노동자 단결의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여론조사를 대행한 KSOI의 관계자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여론조사의 대상이 되었던 조합원 연락처는 민주노총이 제공한 것이기 때문에 표본집단의 편향성에 대해서는 답변을 할 수 없다”며 “설문조사 결과가 유의미한 것인지는 민주노총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박성식 부대변인은 “각 지역과 산업별로 조합원 명부를 작성하여 취합한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명부를 작성한 지역이 대상에 보다 많이 포함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명부에 포함된 20만명의 조합원은 현재 조합비를 내고 있는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한편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관계자는 “전화설문 방식의 여론조사의 경우 보통 응답률이 10%를 약간 넘는 경우가 많다”며 “민주노총의 여론조사 경우에는 의뢰한 측에서 명부를 작성해 제공한 상태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것 치고는 응답률이 저조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추진 방안은 향후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민주노총 조합원운동 본부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잘못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노동자 정치 실현과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단결투쟁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맞서 향후 민주노총의 총선 정치방침 결정을 놓고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27일 오후 2시에 열리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는 "통합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지지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현장 발의 안건이 올라가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진보신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70만 민주노총 조합원 중 2만여명의 응답을 두고 전체 조합원의 의견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다라서 "이 설문조사가 전체 조합원의 뜻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은 또 "민주노총 지도부의 통합진보당 밀어주기가 오히려 조합원의 다양한 진보정치 지향을 짓밟고 민주노총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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