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 사회적 가치 회복시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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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2월 07일 11: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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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예술 행위를 통하여 현실의 억압적인 기제를 벗어나고자 판타지를 만들고 그것을 정서적 공감의 차원에서 공유한다. 예술은 인간의 능력 가운데 가장 탁월하게 훈련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화가는 형태와 색채로 세계를 재현하거나 심상을 표현한다. 가수는 소리로 소통하는 청각예술가이다. 시인은 문자언어와 구두언어를 가지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학영역의 예술가이다.

    송경동은 시 창작을 통하여 시민과 소통하는 시인이다. 그런데 시인 송경동은 자신이 속한 예술장르의 질서에서 한발 비껴나 있는 경계 위의 예술가이다. 송경동은 문학의 장 안쪽과 그 바깥쪽에 걸쳐 예술적 소통을 매개하는 행동하는 예술가이다. 예술가 송경동은 탈근대 시대의 예술가 주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 사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희망버스가 만들어낸 풍경들. 왼쪽 맨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래퍼 ‘한낱’ 공연, 새벽 풍경, 게이코러스 ‘G보이스’, 바닥의 분리수거함, 스스로 잘 노는 젊은 참석자들, ‘더 작가’ 천막.(사진=이안)

    송경동은 2011년 12월에 의미있는 예술상을 수상했다. 작년에 처음 수상자를 낸 구본주예술상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구본주예술상은 요절한 조각가 구본주의 예술정신을 잇고, 세대간 소통과 공감을 확장하며, 자유와 평등, 노동, 평화, 인권, 생명 등 진보적 가치를 옹호하는 예술을 활성화하는 하기 위하여 재정되었다.

    구본주예술상은 시각예술분야를 넘어서 우리사회 전체에 예술의 존재가치를 알린 송경동을 2011년을 빛낸 가장 아름다운 예술인으로 보았다. 예술과 사회의 연대, 예술의 사회적 가치의 회복을 추구하는 구본주예술상의 취지와 부합한 예술가로 송 시인을 꼽은 것이다. 송경동은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에서 벌어진 사회적 대립과 갈등의 현장에서 예술가로서 사회적 연대와 나눔을 이끌어낸 소셜퍼포먼스아트를 제안했고 이를 통하여 한국사회 자본주의의 위기를 넘어설 시민사회의 새로운 합의도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경동의 활동은 21세기와 같은 탈근대시대의 다원화사회, 정보화사회 속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했다. 근대 이후의 예술은 문화보편주의 시각 아래 포섭되었다. 시간과 공간의 맥락과 상관없이 전지구적으로 보편타당한 예술의 초월적 지위는 강력한 문화권력 중심의 소통기제로 자리잡았다. 다양한 주체의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 관한 미시적인 성찰보다는 거대담론 중심의 획일화한 예술담론이 예술을 삶의 영역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반성이 일었다.

    그 결과 미시적 차원의 지역적인 특수성이 탈근대시대 예술의 핵심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것은 제도예술의 보편주의에 대비되는 대안예술의 특수성이다. 미시적 차원의 특수한 예술적 실천은 20세기 근대예술의 한계로부터 탈주하려는 탈근대적 기획의 일환으로서 새로운 예술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송경동이 연루되어 있는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 사건은 단순히 한 사업장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적 특수성을 통하여 이 시대의 전지구적 보편성을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것은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고용과 피고용이라는 관계에서 나타나는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여러 영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서 대화와 타협의 길을 찾아낸 첨단의 이슈로 떠올랐다.

    송경동이 예술가로서 이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문제에 참여한 것은 예술가의 지위와 역할을 예술의 장 내부만이 아닌 예술의 장 바깥에서 확인하게 해준 매우 의미있는 행동이었다. 바로 이 대목, 그러니까 예술가와 일반시민이 첨예한 노동의 문제에 참여한 이 사건이야말로 탈근대 시대의 사회적 소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근대사회는 그 이전의 통합적인 사유와 감성, 실천의 영역을 체계적으로 분할했다. 그러나 후기산업사회 또는 정보화 사회에 접어든 탈근대 시대에는 서로 다른 영역간의 적극적인 만남이 가능해졌다. 근대의 분화/전문화 패러다임이 탈분화/통합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이행의 시대에 우리는 노동운동과 김진숙과 예술가 송경동의 아름다운 만남을 목도한 것이다.

    정보화시대의 사회적 소통은 산업화시대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근대적 패러다임의 소통기제는 고유한 장의 논리에 기반을 둔 일방향적이며 단선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매체환경으로 인해 정보의 생산과 매개, 그리고 유통의 방식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예술 또한 마찬가지이다. 출판과 공연, 전람회 등으로 이뤄졌던 문학과 음악, 연극, 시각예술 등의 고유한 질서는 온라인과 디지털, 영상 등의 매체환경으로 인해 그 이전과는 매우 다른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송경동의 경우 시인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다. 근대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그는 출판사를 통하여 시집을 출판하고 비평의 장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문학의 장에서 인정하는 문화권력의 한 축으로 존재하는 예술가이다. 그러나 송경동은 그러한 문학장의 질서를 넘어 탈근대시대의 융합예술가로 거듭났다.

    송경동의 예술적 실천은 개념예술(Conceptual Art)의 차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그것은 주로 회화와 조각 등과 같은 특정 양식의 물질생산으로 국한되어 있던 시각예술 분야에서 전통적인 매체의 예술작품을 생산하지 않고도 예술가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전달하는 무형의 예술행위와 새로운 소통방식 등을 지칭하는 예술흐름이다.

    특히 인간의 행위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보는 퍼포먼스아트(Performance Art)의 경우에 개념예술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퍼포먼스아트는 공연장이 아니라 전시장이나 거리 등에서 예술가의 몸짓을 보여주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그 행위의 장소를 고유의 예술장이 아닌 사회의 장으로 확산한 경우를 가리켜 소셜퍼포먼스아트(Social Performance Art)라고 한다. 소셜퍼포먼스아트에서 말하는 사회의 장이란 단순히 전시장이나 카페 공간의 바깥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장과 대비되는 의미에서 쓰인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경우 스쾃(Squat)은 하나의 장르개념으로까지 인식되곤 한다. 스쾃은 비어있는 집을 무단점거하여 생활공간으로 사용하던 산업화시기의 전통을 예술가들이 이어받은 무단점거한 후 작업실로 사용하는 (메타)예술행위이다. 스쾃은 잠깐의 퍼포먼스가 아니라 일정기간의 거주를 전제로 하는 실재상황이다. 오늘날 파리에는 수백개의 스쾃아틀리에가 존재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사유지나 공유지를 무단점거하는 행위는 엄연하게 불법행위이다. 그러나 프랑스 특유의 똘레랑스는 예술가들의 스쾃을 유쾌한 도발로 간주해 서로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이면서 독특한 문화로 인정하고 있다. 송경동이 제안한 희망버스는 유럽의 스쾃과 마찬가지로 상호충돌하면서도 공존하는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준 한국사회의 거대한 퍼포먼스아트였다.

    모더니즘예술은 예술과 사회의 접합지점을 형성하지 않는 탈접점의 예술을 추구했다. 이른바 순수와 참여 논쟁이 근대 이후 예술담론의 가장 첨예한 의제로 자리잡은 것은 전근대적인 예술이 이미 충분하게 일상생활과 예술, 종교와 예술, 정치와 예술 사이의 접합지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전근대시기의 예술은 사회의 전영역과 뒤섞여 삶 속의 예술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근대시기의 예술은 그 이전까지의 유용성, 즉 쓸모있는 물건이나 행위로써의 예술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이탈한 예술 고유의 본질적인 문제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본격 모더니즘예술은 완벽하게 탈접점의 예술을 추구했다. 탈근대시대의 예술은 탈접점의 예술을 접점의 예술로 전환하고자 한다. 요컨대 사회적 의제와 예술적 실천을 결합함으로써 접점을 형성하는 것이 탈근대적 예술의 핵심이다.

    송경동의 예술은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를 이용한 시 창작행위를 낭송이나 출판과 같은 예술작품의 발표로 연결하는 문학장의 소통기제를 넘어서는 개념예술이다. 송경동의 개념예술은 비물질적인 예술생산이자 소통으로서 사회적 장에서 다양한 영역의 시민들과 소통한 사회적 행위예술이다. 그는 희망버스라는 소셜 퍼모먼스를 제안하고 실천한 아티스트이다. 희망버스는 자본주의사회가 처해있는 심각한 위기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수많은 시민들이 함께 만난 예술행위이다. 송경동은 그 만남을 주선한 사회적 예술행위의 매개자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예술과 사회의 접합지점을 찾아나서고 그 경계영역에서 두 영역 간의 상호소통을 만들어내는 접점의 예술가이다. 송경동은 예술적 실천을 예술영역 내부의 것으로 한정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사회적 소통의 기제로 확장하는 탈근대 시대의 융합예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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