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조적 노동계급 숭배 단호하게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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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2월 02일 02: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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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경제적 측면

    세 나라 정권의 진보적 전망을 여는 사회경제적 조건은, 사회주의 혁명에 대한 교조적인 맑스주의 비전과 맞지 않았다. 맑스 이론이 예측한 것과는 달리, 조직된 노동계급이 진보세력이 집권하는 투쟁에서 전위나 사회적 중심세력이 되지 못했다.

    비프롤레타리아, 혜택을 못 받는 계급들이 주도적 역할을 했고,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의 강력한 사회운동을 전개했다. 그들이 베네수엘라에서는 1989년 2월 나라를 뒤흔들었던 봉기에 참가했다. 비공식 부문의 노동자와 공식 부문의 소기업 미조직 노동자로서 정치, 문화 엘리트들에 의해 오랜 기간 하찮은 존재나 좀 덜 하찮은 존재로 무시되어 왔다. 이들은 단체협약과 많은 경우 노동법의 혜택은 물론, 국가 차원의 대의권도 보장받지 못했다.

    진보집권 이전 수년간의 사회적 격변이, 온건 정부 하의 브라질, 우르과이와 다른,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의 보다 급진적인 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1980~90년대 세계화와 구조조정에 따른 신자유주의 정책이 비공식 경제의 확대를 초래했고 일자리 투쟁이 행동주의적 사회운동과 민중적 소요에 가려져 노동운동이 약화되었다.

    남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투적 노조주의 노선을 걸어왔고 정권과 자본으로부터 자주적인 조직으로서의 오랜 역사를 가진 볼리비아의 광산노련과 노총이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정부 하의 민영화와 자동화로 인해 현저히 약화되었다.

    베네수엘라 노총(CTV)도 1997년 신자유주의가 반영된 노동법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그 법안의 초안 작성을 돕기까지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차베스 대통령을 퇴진시키려는 주요 기업조직과 결탁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총파업을 벌리기도 했다. 차베스는, 혁명과정의 노동계급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맑스주의 주장을 의문시함으로써(최근 그의 입장을 수정했지만)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노동자의 저항에 대응했다.

    비공식 부문, 소외 계층 혜택 강조

    21세기 사회주의 이론가들은 교조적인 맑스주의의 노동계급 숭배를 단호히 거절한다. 이는 "늘어나는 비공식 부문 등 다른 근로민중들을 무시하는, 비생산적인 노동자로, 사실상의 룸펜프롤레타리아로 보는 특권적" 견해라는 것이다. 세 정부의 정책과 담론은 한결 같이 국가의 의사결정과 문화생활에서 소외와 반 소외 민중들의 참여, 공식부문 노동자와 같은 혜택을 누릴 자격을 강조한다.

    오리엔테이션도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에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현저한 특징의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전통적인 맑스주의의 특별한 강조와는 다르다. 프롤레타리아는 경제시스템에의 결합만이 아니라 노동조합 구조로 대표되고 있다. 조직화 경험과 이론이 많이 부족한 소외, 반 소외 부문의 통합 실현에서 제기되는 도전은, 여러 측면에서 조직노동자들의 이익 대변보다 더 많은 일을 요구했다.

    세 나라 지도부의 사회적 성격은 다양성, 복잡성, 내부 긴장이다. 이런 경향은, 산업사회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부르주아에 대항하는 강력하고 결집된 프롤레타리아를 형성한다는, 지난 수십 년간의 교조적인 맑스주의 운동에 영향을 미쳤던 맑스의 예측과 배치된다.

       
      ▲대중 연설 중인 차베스.

    양극화에 관한 전통적인 맑스주의 시각에 따르면, 비프롤레타리아, 비특권 사회부문은 결국 거의 없어지거나 우선권이나 이익을 둘러싼 날카로운 내부 갈등 없이 다른 형태로 프롤레타리아와 동맹을 맺는다. 그러나 세 나라 좌파진영의 심각한 균열은,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모든 사회부문의 단결과 화합을 당연시하는 "민중"이란 개념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사회적 이질성과 이해관계 상충은, 특히 볼리비아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좌파가, 나라를 뒤흔든 2000년 물 전쟁과 2003년 가스전쟁에서 원주민운동, 농민조합, 노동조합, 야자수 농민운동의 단결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2006년 이후 모랄레스 정부가 이들의 단결과 지지를 얻어내는 것보다 더 쉬웠다.

    비슷한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원주민그룹과 농민조합이 별개의 패러다임을 준수하면서 충돌했다. 전자가 어떤 경우 재산 상속 금지를 포함한 원주민의 자치와 전통을 신성불가침으로 지키려 한다면, 후자는 사적 소유권을 허용한 1952년 혁명의 전통을 지키려 했다.

    실제 원주민들의 공동체적 이상은 때때로 원주민사회 구성원들의 자기이익과 마찰을 일으켰는데, 볼리비아 정부의 행정 집행과정의 복잡한 내부 모순을 입증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농민조합은, 원주민그룹의 공동체 재산과 권리 추구에 찬성해 몰랄레스의 토지 분배 계획를 비판하면서 볼리비아 동부의 "새로운 농장주"의 제도화를 요구했다.

    비슷한 뿌리의 비슷한 갈등 상황은, 1980년대~1990년대 신자유주의 조치에 저항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어 압력을 넣었던 광부들에게도 있었다.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등 일부 정치 활동가들과 분석가들은, 전통적인 노동계급은 심각하게 약화되었다고 주장하고 모랄레스 정부가 "사회운동 정부"라며 새로운 사회운동의 패러다임을 변호하고 있다.

    주민공동체, 협동조합 등 장려

    산업노동자 중심이 아닌 세 정부의 계급적 지향은, 그들이 추구하는 전략을 위해 의미를 가진다. 일반적으로 중간층 강화 정치와 사회 프로그램은 값비싼 경제적 비용을 요한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동체 위원회와 도시지역의 노동자 협동조합, 간혹 지출 대비 효과는 적지만, 이전의 의사결정에서 소외된 계층을 참여시켜 귀중한 학습 경험과 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에 많은 예산을 할당했다.

    이러한 정책 우선순위는, 1930년대 소련의 총력적인 산업화 기간, 1959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대약진운동 등 기존 사회주의의 생산 목표 중심과 다르다. 다양한 좌파와 중도좌파 정당들은, 소외와 반 소외 부문 중심의 정책, 경제적 목표를 초월하는 사회 프로그램 강조에 대해 암묵적으로나 명시적으로 비판적이며, 산업, 생산성, 노동계급에 대한 중시를 강조한다.

    2010년 차베스 연합정부에서 이탈한 ‘모두를 위한 조국'(PPT) 같은 사회민주주의정당과 에콰도르의 ‘민주좌파당(ID)이 이러한 담론을 선호하고 있다. 이들 두 정당은 기술적 능력과 효율성의 중요성을 비하하는 자기 나라 정부에 대해 혹평했다.

    더 좌쪽의 베네수엘라 트로츠키주의 파벌은 프롤레타리아 이념의 유산에 따라 빈민들을 위한 사회전략의 일환으로 경제 개발 비용 보다 더 많은 예산을 지원받는 노동자 협동조합에 대한 회의론을 퍼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약 5명을 묶어 만들어진 협동조합은, 노동법, 단체협약, 노조대표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고용한다.

    정부를 더 많이 지지했던 세 나라의 공산당들도 노동계급의 중요성을 폄훼하고 대정부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공산당 치하의 소련과 중국처럼 생산력 증대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세 나라는 상업적 기술적 관계를 다양화했다. 국제 거래에서 국영기업과 선진국의 다국적 블록에 가담하지 않은 민간기업 사이의 관계에 특혜를 주었다.

    에너지, 교통, 통신 등 전략부문 국유화, 아웃소싱 관행 억제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는 오리노코 석유 벨트의 예비 탐사 보증을 위해 러시아, 중국, 벨라루스, 이란, 그리고 다양한 라틴아메리카 나라들과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여러 나라들와의 상호의존을 배우려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21세기 미국의 정치경제적 힘이 쇠락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들 나라의 몰수이나 몰수위협, 대립갈등, 국가의 사기업 통제(특히 외국인 기업)는 1930년대 이후 대다수 급진주의자와 민족주의자의 담론과 행동을 넘어서고 있다. 차베스 정부는 석유산업의 통제를 분명히 했고 2007~8년 전력, 철강, 시멘트, 통신 등 전략 부문을 국유화했으며, 그리고 아웃소싱의 관행을 억제하기 위해 투기 등으로 기소된 기업을 인수했다.

    볼리비아 모랄레스 정부는 몰수 위협을 이용하고 새로운 법률 준수 마감 시한을 못 박으면서 외국인기업이 국영 석유회사 ‘야치미엔토스 페트롤리페로스 볼리비아노스’사(YPFB)에 석유와 가스를 할인가격으로 판매하는 법률을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결론

    학자들, 정치 분석가들은 해당 국가의 조건의 차이를 강조하는 사람들과, 사회과학의 특성을 분명히 하고 국경을 넘어 일반화, 단순화하려는 사람들로 나뉘어져왔다. 마찬가지로 좌파이론가들도 나라의 전통에 초점을 맞추고 독특한 ‘사회주의의 길’을 인정하는 사람들과, 자신들의 주의주장이 불변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나누어진다.

    이 글은 여러 측면에서 역사적인 차이가 있지만 구조변화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유사 정책과 접근을 채택한 라틴아메리카의 세 나라들을 수렴했다. 그 기저에는 공히 전통적인 부문의 이익 위주에 도전하는 정치경제전략이 있다. 전통적인 노동계급보다 정치투쟁에 더 주도적 역할을 해온 일단의 사회적 그룹과 정체성, 그리고 낡은 질서 거부와 관련된 국가적 상징을 중시하고 있다.

    이 글은 사회민주주의, 기존 사회주의, 고전적 포퓰리즘의 경험과 비교하면서 후고 차베스와 에보 모랄레스와 라파엘 코레아의 유사성을 강조하려 했다. 세 대통령은 또한 정치적 갈등이 덜 첨예하고 미국과의 관계가 덜 대립적이며 사회주의를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하지 않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르과이의 비사회주의, 중도좌파 정부와도 현격히 달랐다.

    일부 사회과학자들은 라틴아메리카의 "핑크색 조류"를 "동질화 프로젝트"로 보는 것을 경계하고 일반화, 단순화가 아니라 다양성과 특수성에 초점을 맞출 것을 요청한다. 이 글 역시 다양성과 복잡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세 정부가 추구하는 노선과 부딪히는 어려움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중남미 신좌파는 “좋은 좌파”?

    첫째, 각자의 특수한 이해와 목표를 가진, 변화를 지지하는 사회적 그룹의 다양성과 그에 따른 (좌파를 괴롭히는) 내부 긴장을 논했다. 둘째, 기존 사회주의의 오류를 피하고 사회주의를 건설해나가는 과정의 시행착오에서 오는 정부의 어려움은 단순한 해법과 공식으로 무시했다. 셋째, 정부와 야당의 충돌과정에서 민주주의의 다양한 모델을 논하고 민주적 행위와 비민주적 행위의 경계를 둘러싼 복잡한 논쟁에서 요구되는 비판의 기준을 제시했다.

    민주주의에 관한 이러한 모순된 정의와 구체적인 조건에 맞는 적용은, 호르헤 카스타네다, 마리오 바르가스 로사 등 21세기 사회주의 비판자들이 규정한 "나쁜 좌파", "포퓰리스트", 권위주의 좌파로 단순화할 수 없는 복잡한 의미를 가진다.

    짧게 말해, 다양성과 복잡성이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의 정치적 환경을 특징짓는다. 세 나라가 첨예한 사회정치적 양극화, 급진적 민주주의 정치체제, 그리고 반자본주의 담론과 민족주의의적 외교정책을 표방하는 정부와 같은 기본 특성을 공유하고 있지만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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