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 지도부없는 무정부상태"
        2012년 02월 01일 11: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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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지난달 26일 저녁부터 약 4일간 당대표 업무를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대표는 1일 오전 8시 통합진보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강원도당, 서울시당, 경북도당 창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어제 월요일 공동대표단 회의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당의 통합과 총선 승리를 저해하는 여러 일들이 당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예방하거나 바로잡을 수단이 없는 현실 앞에서 너무나 심각한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이며 “우리 당은 지금 중앙당 지도부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무정부 상태에 빠져 있다고 저는 진단한다”고 토로했다. 

    유 대표는 “여러 불리한 조건 아래서 의회권력 교체와 원내교섭단체 확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비록 넉달 임기가 남은 과도기간 공동대표단이라 할지라도 기민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그러나 대표단에 (총선 예비후보) 조정 노력을 요청하고 그것을 존중하기로 한 전국운영위의 결의와는 달리 공동대표단의 조정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당무 거부의 사유 중 하나가 4.11 총선에 출마할 예비후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표단의 조정노력이 수용되지 않기 때문임을 밝혔다. 울산 동구의 경우 공동대표단의 조정안이 한 후보에 의해 거부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뉴스토마토>는 지난 31일 통합진보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유 대표가 오늘 아침 이 문제를 강력하게 경고하고 거제도에 내려간 것으로 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라고 귀띔했다”고 보도했으나, 유 대표는 이에 대해 “거제도에 갔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후보경선 규칙과 관련한 불만 때문이라는 일부 보도는 부분적으로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유시민 공동대표는 “진성당원제의 원리에 입각한 경쟁! 이것은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우리 당을 지배하는 기본원리로서 그 막강한 지위를 되찾을 것”이라며 “적어도 앞으로 넉 달 동안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배려가 우리 당을 지배하는 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창당 초기 진성당원제의 원칙과 당대표단의 리더십 간의 조화가 문제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한 유시민 공동대표는 “어떤 분들은 ‘특정 정파의 횡포’를 거론하지만 저는 이런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 누구도 전체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가운데 개별적 애당심과 개별적 신념, 개별적 이익이 상황을 지배하는 일종의 ‘무정부 상태’, 중앙당 지도부가 권한으로 상황을 통제하지도 못하며 자발적 협력을 토대로 당을 운영하지도 못하는 상태, 그래서 모두가 불만을 느끼면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상태”가 현 통합진보당의 상태라고 분석했다.

    한편 천호선 통합진보당 공동대변인은 "이미 해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언론 보도가 일부 맞기는 하지만 유시민 대표의 당무 거부는 일하는 방식이 다른 조직이 처음 함께 일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조정 문제뿐 아니라 당 운영 전반에 대해 이견이 있음을 시사한 대목으로 보인다.

                                                      * * *

    [유시민 공동대표 글 전문]

    존경하는 통합진보당 당원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공동대표 유시민입니다.

    제가 당무를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하여 간략한 보고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이런 소식을 들으시게 해서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지난 주 목요일 저녁부터 당 대표 업무를 놓아버린 것은 사실입니다.

    강원도당, 서울시당, 경북도당 창당대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어제 월요일 공동대표단 회의도 제가 참석하지 않아 열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거제도에 갔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닙니다. 후보경선 규칙과 관련한 불만 때문이라는 일부 보도는 부분적으로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핵심은 아닙니다.

    제가 당대표 업무를 내려놓은 것은, 당의 통합과 총선 승리를 저해하는 여러 일들이 당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예방 하거나 바로잡을 수단이 없는 현실 앞에서 너무나 심각한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더이상 당행사에 가서 토크쇼를 하고 춤을 출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당은 지금 중앙당 지도부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무정부상태에 빠져 있다고 저는 진단합니다. 세 주체가 조금씩 다른 가운데 하나가 된 우리당을 이끌고, 여러 불리한 조건 아래서 의회권력 교체와 원내교섭단체 확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비록 넉달 임기가 남은 과도기간 공동대표단이라 할지라도 기민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입니다. 총선 후보를 결정할 때 합의 조정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통합을 할때 서로에게 한 약속입니다. 우리 공동대표 세 사람은 당의 내적 통합과 효율적인 총선 준비를 위해 극소수 선거구에 후보를 정하는 후보 조정안을, 그리고 열 곳이 되지 않는 선거구에 일반적 경선규칙에 비해 당원투표 비중을 조금 또는 대폭 약화시킨 경선규칙 조정안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대표단에 조정 노력을 요청하고 그것을 존중하기로 한 전국운영위의 결의와는 달리 공동대표단의 조정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원만하게 경선이 치러지거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당의 통합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분명한데도 그렇게 되었고, 우리 공동대표들은 당사자들에게 간곡하게 호소하는 것말고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광역 시도당과 지역위원회 지도자들, 예비후보님들, 당의 각급 당부를 이끄는 간부들께서는 당의 내적 통합과 효율적 총선준비를 도모하려는 대표단의 노력을 별로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저는 느낍니다. 당 대표들이 무슨 권한으로 당원의 권리를 제약하느냐고, 당대표들이 뭐라고 진성당원제의 원리를 침해하느냐고 단호하게 항변합니다. 심지어 어떤 당 기구의 책임자는 독립기관이라는 것을 이유로 들어, 경선규칙과 선거관리와 관련한 당대표의 협의요청을 불쾌하다며 거부합니다.

    경기도 지역 후보경선에 어처구니없는 혼돈을 일으켰던 1월 30일 밤의 사건은, 벌써 일주일 전부터 그와 유사한 혼란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징후를 알고 미리 막아보려고 애썼지만, 이런 저의 우려를 전달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대표단의 어떤 결정도 누군가 당원의 권리, 예비후보의 권리, 또는 자기가 가진 당헌당규상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제대로 집행되지 않습니다. 물론 모두가 나름대로는 진보정치의 원칙을 지키고 당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믿으시겠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그 반대의 효과를 냅니다.

    저는 전국운영위원회 회의나 당대표단 회의 모두 발언에서 이런 어려움을 완곡하게 말씀드리면서 당을 위해서 대표들의 결정이 때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용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드렸지만 별로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 모두가 당 대표인 저의 역량이 부족한 탓임을 잘 알지만, 그래도 대표가 역량이 부족하면 당의 간부들과 지도자들, 당원들께서 그 부족함을 메꾸어주시지 않겠나 희망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그러난 저의 능력은 그런 도움을 받기에도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성당원제의 원리에 입각한 경쟁! 이것은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우리 당을 지배하는 기본원리로서 그 막강한 지위를 되찾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아무 이의가 없습니다. 그러나 세 주체가 조금씩 다른 그대로 통합하여 총선을 치러야 하는 과도기간에 그 원리를 실현함으로써 우리당의 성공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공동체의 번영을 가져온다는 고전파 자유주의자들의 신념만큼이나 허망한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이 과도기간에는 최대한 협력하고 최소한만 경쟁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적어도 앞으로 넉 달 동안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배려가 우리 당을 지배하는 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특정 정파의 횡포’를 거론하지만 저는 이런 진단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정파가 있기라도 하다면 불행중 다행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특정정파’와 대화하고 교섭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 우리당은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누구도 전체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가운데 개별적 애당심과 개별적 신념, 개별적 이익이 상황을 지배하는 일종의 ‘무정부상태’, 중앙당 지도부가 권한으로 상황을 통제하지도 못하며 자발적 협력을 토대로 당을 운영하지도 못하는 상태, 그래서 모두가 불만을 느끼면서 누군가를 비난하는 상태 말입니다.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시도당과 지역위원회, 각급 당부의 지도자 여러분,
    당과 국민을 위해 역사를 위해 헌신하려는 예비후보 여러분.
    저희 세 공동대표를 믿고 따라주실 수 없겠습니까?
    조금 못미더워 보이더라도, 자신의 판단이 더 옳다고 확신할지라도,
    이번 한 번만큼은 눈 딱 감고,
    이정희 대표를 믿고,
    심상정 대표를 믿고,
    그리고 유시민 대표를 믿고,
    대표단의 판단과 결정, 권고와 호소를 받아들여주지 않으시렵니까?

    당무를 다시 붙들어야 할지, 저의 고민은 이 순간까지도 끝나지 않는군요.
    그러나 우리가 가는 이 길, 통합과 혁신으로 대중적 진보정당을 세움으로써 한국정치를 바꾸어 국가의 정의와 시민의 자유를 실현하는 이 길이 역사의 명령임을 저는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아직 이 길을 힘차게 열어나갈 능력이 부족할까 두려울 뿐입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믿고 사랑합니다.
    저희 공동대표들을 믿고 사랑해 주십시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죄송한 공동대표 유시민이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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