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고노동자, 김형탁 그리고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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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3월 07일 10: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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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회삿돈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 6개월과 벌금 20억 원을 선고했다. 또 이 전 회장 어머니인 이선애 전 상무도 징역 4년과 벌금 20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됐다. 이번 판결은 재벌 세습을 위해 일반주주와 회사에 손해를 끼쳐온 재벌가에게 경종을 울리는 단죄이다.

    태광그룹 이호친 회장 징역형과 노동자 투쟁

    하지만 재벌들의 탐욕에 경종을 울린 태광그룹 사건 뒤에는 2004년부터 노조 파괴를 위해 해고된 흥국생명의 해고자들의 피눈물이 있었다. 우리들은 해고 이후 숱한 집회와 기자회견, 단식 그리고 1만배 등 부당함에 맞서 저항해왔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2001년 10월, 흥국생명은 2005년 1월 미래경영상의 이유로 흑자 상태에서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흥국생명은 IMF 이전까지만 해도 3천3백여 명의 직원을 가졌으나 지금은 500명도 채 안된다. 그 직원들은 강제로 희망퇴직서를 쓰거나, 정리해고나 징계해고를 당했다.

    이호진 회장은 불법과 편법으로 오로지 자신의 재산만 증식했다. 심지어 횡령한 회삿돈을 초등학생 아들의 불법적인 경영권 세습을 위해 사용했다. 반면, 해고자들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7년 동안 살인과 같은 해고의 고통과 손배 가압류 때문에 이혼으로 가정이 파탄 나고, 우울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지난 2월1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태광산업, 대한화섬, 흥국생명 해고자들과 사무금융연맹 조합원들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엄벌을 촉구하면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흥국생명에서 첫 번째로 해고된 김형탁 전 흥국생명노조 위원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은 "진정한 반성은 피해자에 대한 반성과 구제"라고 밝혔다.(사진=ⓒ오마이뉴스 김득의)

    흥국생명이 200억원의 부동산을 구입해도, 경영권 세습과 일감 몰아주기를 위해 만든 오너회사에 아웃소싱을 해도, 법원은 전년도 대비 흑자폭이 감소한 것을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인정하고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그런 핑계는 이번 재판을 통해 거짓임이 밝혀졌다. 노동자에게는 살인과 같은 해고를 남발하는 와중에도 회삿돈을 뭉텅이로 횡령했던 것이다.

    흥국생명노동조합은 이미 2003년에 회사의 불법 행위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회사는 각종 의혹과 범죄 사실들을 로펌의 힘을 빌어 치밀하게 법의 그물망을 피해왔고, 이를 고발한 노동자들은 보복으로 해고까지 시켰다. 너무나 억울하다. 우리는 이런 불공평한 세상을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반MB 구호에 해고 노동자들은 없다

    2005년 흥국생명에서 해고된 여성노동자는 세월이 흘러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정리해고를 당한 아픔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다”고 지금도 토로한다. 재벌들의 탐욕으로 인해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이러한 절망과 아픔을 그 누가 치료해줄 수 있을까?

    국회의원을 뽑는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건만 그분들이 이러한 아픔과 고통을 치료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 왜냐하면 지난 해고기간 동안 숱하게 국회의원들에게 아픔을 청원했지만 외면당해왔기 때문이다. 정리해고에 대한 법원의 판례가 ‘도산회피설’에서 ‘경영합리설’로 바뀌고 있어 최소한 정리해고법만은 고쳐야 한다고 정치권에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에 있어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동업자였다. 어쩌면 그들이 김진숙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으로 올라가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와 그 이후 21명의 죽음에 대해 공범일 수도 있다.

    반MB는 있지만 신자유주의의 희생자인 우리들은 없다. 명망가는 있지만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온 우리들은 보이지 않나보다. 그래서 또 다른 김진숙이 또 다른 85크레인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될 것 같아 두렵다.

    지금 대한민국의 재벌들은 대대손손 경영권을 세습하고 있다. 부가 세습되는 것을 넘어 학벌과 직업까지 세습되는 사회로 가고 있는데,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의 고통과 정리해고의 칼바람까지 자식들에게 세습할지 모르겠다.

    부의 세습과 정리해고의 세습

    최소한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야만적인 고통이 대물림 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말로만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정리해고법과 비정규직양산법을 고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절실하다. 재벌의 탐욕과 싸우면서 회사까지 짤린 김형탁 전 흥국생명 위원장은 그러한 절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믿을 수 있다.

    그는 미국이 이라크를 폭격할 때 전쟁을 반대하면서 바보같이 인간방패를 자원하여 달려갔다. 그리고 2004년 해고를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진보정치를 위해 의왕·과천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다. 그 직후 6년 간의 긴 해고 기간이 시작되었다.

    흥국생명 해고자들이 대법원에서 패소했을 때 그는 억울함과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선뜻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단식을 하면서 1만배 절을 올렸다. 태광그룹 재벌의 탐욕을 고발하고 단죄하기 위해 본사 앞 거리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법원 앞에서 몸을 던졌다.

    우리 해고자들은 김형탁이 여의도 국회에서 재벌들의 탐욕을 고발하고, 정리해고의 야만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폭로하는 장면을 그려본다. 그의 목소리는 바로 우리들의 절규이자 우리들의 피눈물이다. 해고자들은 의왕·과천에서 김형탁을 당선시키고 곧바로 흥국생명으로 복직하는 최선의 꿈을 꾸고 있다. 수많은 사무금융노동자들의 염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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