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조직 지도자, 보수정치 재수혈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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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1월 26일 06: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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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민주통합당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이용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남윤인순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대표(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가 임명되었다. 그리고 오늘(26일) 청년유니온 김영경대표의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출마설’을 접했다.

소위 한국사회의 주류 운동조직들인 진보적 대중조직의 대표들이 민주통합당의 지도부 혹은 공직후보로 출마한다는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정치가 아무리 후진적이고 천민적이라 하더라도 진보적인 대중운동 영역에서 조직을 만들고 대중들과 함께 투쟁해왔던 그들의 지도자들, 대중조직의 지도부들이 속속 보수정당(민주통합당이 보수정당이 아니라고 주장할 사람 있으면 나와봐도 좋다)으로 수혈되는것을 보면서, 아니 그 뻔뻔스러운 수혈을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 진보운동의 미래는 과연 있는 건지 나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운동의 우경화, 어찌 여기까지 왔을까?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가? 한국사회 여성문제의 핵심인 여성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이 어느 정부인가? 청년 비정규직과 실업문제도 마찬가지… 이 질문에 대해 이용득, 남윤인순, 김영경은 먼저 답을 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과거 자신들의 정부가 한 정치행위에 대한 진지한 평가와 반성조차 없고 그것을 탈바꿈할 대안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다. 단지 보여지는 것은 높은 지지율, 국회의원 당선가능성일 뿐이다.

사회가 아무리 진보적으로 변화하더라도 진보적인 당사자운동, 대중운동은 중요하다. 우리가 10여년 전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을 만들면서 운동과 정치를 결합시키고자 했던 것은 운동세력이 정치세력화로 연결되지 못했을 때 운동의 성과는 결국 모두 보수정치인들에게 돌아가더라는 뼈아픈 체험 때문이었다. 싸움은 열나게 하고 목숨을 바쳐도 성과는 보수정치가 고스란히 가져가는 것을 더 이상은 할 수 없다는 뼈저린 각성으로 진보정치를 시작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제 운동과 정치는 강제로 분리되고 있다. 운동할 사람과 정치할 사람도 강제로 나뉘어지고 있다. 소위 전문성이라는 이름하에… 다시 10여년 전처럼 싸우는 사람과 성과를 가지는 사람은 더욱 심하게 심지어 진보진영 내에서조차도 분리가 심화되고 있다.

그당시 우리가 고민했던 것은 노동자 출신, 대중운동 출신의 정치인, 국회의원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었다. 그들을 통해 새로운 정치, 노동자정치, 또 진보적인 대중정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노동자정치, 대중정치를 통해 다시 대중을 조직하고 그들과 정치를 함께 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것이 대중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는 길이고 이 참을 수 없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회운동정치라고 불렀다.

진보정당 미약함이 보수 수혈 면죄부 안돼

물론 진보정당은 지난 10여년간 그 실험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과 좌절, 실패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진보정당의 미약함이 곧바로 그들이 보수정당으로 재수혈되는 것을 정당화시켜주는 이유로 둔갑될 수 는 없다.

진보정당이 한국사회에서 미약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의 이면에는 낙후적인 한국적 정치환경과 선거제도, 대중운동진영 대표자들의 끊임없는 보수정치권으로의 수혈이 진보정당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탓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감히 말하건데 보수정당의 정치권으로 수혈된 대표자들을 보며 한국사회의 대중운동은 무엇보다 바닥정치를 다시 배워야 한다고 본다. 어느새 한국사회는 상층정치, 국회의원들만의 정치가 과잉대표되어 있다. 

정치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이 지방의원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행정을 배우고 지역정치를 배우는 것이 빠져 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모든 삶의 문제를 정치로 만들어가고 실천적으로 해법을 찾아나가는 생활정치가 빠져있는 것이다.

이래가지곤 정치란 건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늘 남이 대신해주고 유명 정치인이 대리해주는 대리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지역에서 이웃들과 함께 하는 정치, 그것이 빠진 정치는 관념의 정치, 머릿속의 정치요, 상층의 정치일 뿐이다.

여성정치는 남성들의 관념정치와 다르다며 생활정치를 그토록 강조했던 여성단체의 지도급 인사가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현실이 그래서 나는 더욱 씁쓸하다.

대중운동 바닥부터 다시 해야

오로지 국회의원이 하는 정치만 정치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 대중운동진영, 진보정당 내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국회의원이 되어 재력으로 능력있는 전문가들을 동원해 많은 법률을 만들고 주요 정치적 현안에 발빠르게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언론에 드러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보아온 익숙한 정치이다.

우리는 과연 이런 익숙한 정치를 하고 싶은 것인가? 무엇을 위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다른 정치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진보정치는 무엇이 달라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왔다.

또하나, 한국사회의 운동진영은 바닥부터 기는 대중운동을 다시 해야 한다. 대중운동은 각 부문에서 대중들이 처한 현실에서 시작해서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집단으로 조직하고 투쟁하며 성장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자본가들과 정부의 억압에 맞서 투쟁하고 여성들은 여성단체를 만들어 성차별에 저항하고 청년들은 유니온을 만들어 청년들을 비정규직 시장으로 내몬 정부와 개별사업주에 항의하는 투쟁을 해왔다.

그 투쟁 속에서 좀더 많은 노동자들과 여성들, 청년들이 조직되었고 그 힘을 모아 세력을 형성했으며 아직 조직되지 못한 그들의 이웃들, 동지들과 연대를 넓혀나가는 것이 대중운동 진영이 주되게 해야 할 일이다.

물론 모든 억압엔 정치가 있고 제도가 있다. 당연히 정치적 진출도 대중운동 진영의 과제이다. 그런데 어느새 대중운동 진영조차도 상층운동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든다. 모든 대중운동은 삶 속의 구체적 현실적 대중들의 요구를 조직하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밑으로부터 사람도, 과제도, 조직도 재생산되어야 한다.

대중운동은 바닥을 기는 조직운동을 수반해야만 건강해지고 진보적인 대중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민주노조 하나 만들기 위해 과거 선배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였는지 되돌아보면 금세 비교될 것이다. 비정규직을 외면한 현재의 정규직으로 대변되는 노동운동이 왜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느새 바닥부터 기는 대중운동을 외면하고 요령만 피우는 대중운동을 하게 된 건 아닌지, 대중운동 내에 노력과 정성은 없고 정치만 난무하지 않았는지, 우리 모두 함께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대중운동, 진보정당 관계 재정립

끝으로 대중운동과 진보정당과의 관계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이다. 민중운동 진영, 진보진영의 해묵은 숙제이기도 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동안 대중운동과 진보정치운동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 속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서는 진보정치와 진보적 대중운동(진보정당과 진보적 대중조직)이라는 두 수레바퀴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며 그 각각은 독립적인 자기 영역을 갖고 있으나 긴밀히 결합해야 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운동 진영의 지도급 인사가 정치적으로 진출할 때는 그들의 개인적 정치적 선택, 정치행위가 향후 자신이 속한 대중운동진영과 진보정당 혹은 진보정치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냉정하게 평가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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