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이 편파보도 책임자 퇴진 제작거부에 나선 첫날(25일) 15분짜리 <뉴스데스크>가 방송되는 등 MBC 뉴스가 사상 유례없는 파행을 겪었다. 아침뉴스 이후 MBC는 하루종일 TV에서 뉴스를 방송한 시간이 25분에 그치는 등 사실상 지상파 방송의 역할을 못했다.
MBC는 25일 밤 <뉴스데스크>를 15분여를 방송했다. 평소 50분 방송한 데 비해 70%를 단축시킨 것이다. 뉴스 아이템도 스포츠와 날씨 소식을 빼고 10꼭지에 그쳤다. 그나마 앵커가 그냥 읽는 단신뉴스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27~30꼭지씩 하던 평소 방송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뉴스의 내용도 ‘기습폭설’, ‘폭설에 귀경길 혼란’, ‘휴일근무 연장근로…법개정’, ‘민원서류 발급 먹통’,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 ‘오바마 국정연설’, ‘전통시장 대폭 증발’, ‘티베트 유혈사태’ 등 이미 이날 대부분 알려진 얘기들 뿐이었다. 박희태 의장 보좌관 소환 소식은 간략히 단신으로 소개하고 끝냈다.
▲25일 밤 9시 뉴스데스크. |
MBC는 모두 250여 명의 취재기자가 있는데 이 가운데 130여명이 제작거부 참가로 빠졌고, 카메라기자들은 40여 명이 빠졌다. 일선에서 취재하는 기자들 전부가 제작 업무를 중단했기 때문에 사실상 뉴스 제작이 마비된 상태나 다름이 없게 된 것이다.
권재홍 앵커는 이날 클로징멘트로 “MBC 기자회의 제작거부 사태로 뉴스를 단축방송하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며 “빠른 시일 내에 뉴스 제작과 보도가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제작거부 때문이라는 말은 했지만 왜 제작거부를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스데스크를 방송한 시간을 대신해 <건강적색경보 SOS ‘구토와 구역질’>이 방송됐고, 드라마 <해를 품은달>이 10분 연장해 방송됐다.
<뉴스데스크> 외에도 MBC는 기자들이 전날까지 제작해놓은 뉴스가 방송됐던 아침 <뉴스투데이> 방송이 끝난 이후부터 이날 방송이 종료된 밤 1시25분까지 17시간35분 동안 뉴스를 방송하는데 25분을 할애한 것이 전부였다. (낮 12시에 10분짜리 뉴스, 밤 9시 <뉴스데스크> 15분)
▲MBC 뉴스 홈페이지. |
한편, 이같이 뉴스를 파행으로 내보냈는데도 시민·시청자의 지지와 응원은 되레 쇄도하고 있다. 이날 MBC 뉴스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는 “MBC 기자회의 무기한 제작거부를 지지합니다”(WJ4443) “양심 기자들, 잘한다!”(METT27) “MBC 뉴스를 벅차오르는 믿음으로 볼 수 있게 되길~!”(shooroop) 등 응원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누리꾼 ‘H2120618’은 “15분 이 아니라 5분만 해도 좋다!”며 “제대로된 뉴스만 나온다면 5분만 시청해도 좋습니다.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는지 국민들은 지켜보겠습니다”라고 성원했다.
아이디 ‘east feel’은 “아무리 긴 밤이라도 흘러가기 마련”이라며 “그 동안 시청자는 속물근성의 냄새로 가득한 헌신적인 ‘종복으로서의 뉴스를 보아왔다. 권력이 요구하는 틀에 맞춰 사건을 이야기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장치를 작동시킨, 경멸심을 자아낼 뿐인 극악한 싸구려언론 – MB씨(MBC)! 인간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걸어온 길 한가운데에는 피의 호수가 있다. 빼앗긴 붓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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