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경운동에 진일보한 담론을
    2012년 01월 22일 12: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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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가뭄 때문에 케냐에서는 1000만 명이 기아에 직면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소 150만 마리가 죽었다. 전세계 바다는 만년설이 녹아 1970년대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지구의 계절은 달력을 앞서가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기후변화 위기의 징후들이다.

『기후정의 –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에 맞선 반자본주의의 대안』(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이안 앵거스 엮음, 김현우/이정필/이진우 옮김, 이매진, 20000원)은 위기에 직면한 지구를 위해 ‘우리’가 사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던 기존의 기후변화 담론과 달리 ‘우리’보다 먼저 ‘정치’와 ‘경제’가 바뀌어야 하고, 지구를 파괴하며 거짓 해결책으로 우리를 회유하는 자본주의에 맞서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 책은 피델 카스트로와 우고 블랑코부터 기후정의네트워크와 비아캄페시나까지, 1990년대 초반부터 2009년까지 전세계 반자본주의 활동가와 단체들이 기후변화에 관해 논의한 저술, 기사, 성명서, 연설문 등을 주제별로 모아놓은 책이다.

출범할 때부터 줄곧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담론과 정책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데 집중해온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들은 기후변화에 관한 진단과 처방을 순수한(?) 환경 문제로 접근해온 한국 환경운동에 균형 잡히고 진일보한 담론이 형성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번역했다. 99퍼센트를 위한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기후변화, 에너지 문제, 식량 위기 등의 근본 원인과 진정한 해결책을 찾아 나선 것이다.

녹색 자본주의에 맞서는 생태사회주의

1부와 2부에서 피델 카스트로, 이안 앵거스, 옥스팜 인터내셔널, 비아캄페시나, 식량주권을 위한 닐레니 포럼 등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가난한 국가들과 민중들이 겪고 있고 앞으로 겪게 될 기후변화의 피해에 관해 얘기한다. 특히 피델 카스트로는 소비사회가 잔혹한 환경 파괴의 근원적 원인이며, 부의 불평등한 분배와 부정의에서 굶주림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3~5부는 기후변화 대응의 주류적 견해에 관한 비판적 접근을 통해 기술적 해결책과 탄소시장 등 자본주의적 해결책의 문제점에 주목한다. 먼저 사이먼 버틀러는 세계의 빈곤층이 너무 많이 출산하고, 인구 조절이 지구 온난화의 해결책이라는 신맬서스주의를 비판한다.

그리고 이안 앵거스는 1968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이래 “사회과학자들이 천연자원 문제를 평가하는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된 <공유지 비극>을 비판한다. 또한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의 주도 아래 벌어지고 있는 바이오연료 생산 붐과 탄소 포집ㆍ저장 기술을 분석하며 환경 위기를 극복할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오염자들끼리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탄소시장 창출에서 희망을 찾는 많은 환경주의자들을 비판한다. 자본주의는 녹색화될 수 없으며,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자본주의에 내재한 성장과 오염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6부에서는 ‘남반구의 외침’을 들을 수 있다. 기후변화의 주된 피해자는 남반구의 민중과 전세계의 원주민이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지구 대지를 보호하라”며 호소했고, ‘라틴아메리카 운동’, ‘원주민 기후변화 국제포럼’, ‘기후변화 원주민 지구회의’는 기후변화 해결에서 원주민의 의견과 참여를 배제하지 말라고 주장하며 완전하고 유효한 참여를 요구했다.

주로 제3세계 사회·농민·원주민·여성 그룹과 선진국의 좌파 세력이 참여하고 있는 ‘기후정의네트워크’도 기후회의에서 사라진 것은 ‘정의’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아메리카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은 5차 미주정상회의 결과를 용납할 수 없다며 전면적인 토론을 제안했고, 볼리비아는 부유한 국가들이 생태 부채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우고 블랑코는 인류를 구원하려면 우리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7부와 8부는 기후변화 위기의 진정한 해결책으로 생태사회주의에 주목한다. 녹색운동 내부에서 마르크스주의 사상의 전파와 마르크스주의 좌파 내부에서 생태 사상의 전파라는 두 개의 평행한 정치 조류 사이에서 자라난 생태사회주의의 목표는 자본주의를 다른 사회로 대체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 수단의 공동 소유가 자본주의적 소유를 대체하고 생태계의 보전과 회복이 모든 활동의 중심이 되는 사회를 지향한다. 또한 생태사회주의는 아주 다양하게 펼쳐지는 반주본주의 운동으로, ‘녹색을 더 적색으로 그리고 적색을 더 녹색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회의실과 조약 협상으로는 환경 파괴를 멈출 수 없으며, 대중운동과 정치행동, 계급투쟁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다. 유엔과 몇몇 국가만 참여하는 국제 기후정치 시스템은 이미 무능하다는 것이 증명됐으며, 그 대안으로 전세계적으로 기후정의가 확산되고 있고, 그 중심에 생태사회주의가 있다.

                                                  * * *

기획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2009년 8월에 창립한 에너지ㆍ기후 분야의 진보적 민간 싱크탱크다. 우리 사회의 에너지 전환 방향을 선도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노동자ㆍ농민ㆍ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 http://enerpol.net

엮은이 : 이안 앵거스

국제적으로 유명한 생태사회주의자다. 1960년대부터 다양한 좌파 정치조직에 관여했으며, 캐나다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안 앵거스가 편집인으로 있는 온라인 저널 《기후와 자본주의(Climate and Capitalism)》는 기후정의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전략적 사고들을 제공해왔다. 또 《소셜리스트 보이스(Socialist Voice)》의 편집인, 《사회주의자 저항(Socialist Resistance)》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생태사회주의 국제 네트워크(Ecosocialist International Network)’의 공동 창립회원이기도 하다. 이안 앵거스가 엮은 《기후정의(The Global Fight for Climate Justice)》는 2009년에 영국에서, 이듬해에 캐나다에서 출판됐다.

역자 : 김현우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과정에 있다. 관심 주제는 계급과 사회운동, 도시정치, 대중교통, 거버넌스의 민주화 등이다. 지은 책으로 《착한 에너지 기행》(공저), 《탈핵》(공저)이 있다.

역자 : 이정필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서울지역 대학원 총학생회협의회, 민주노동당, 에너지정치센터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있다. 관심 주제는 생태사회주의, 에너지 개발, 에너지기후정의, 정의로운 전환 등이다. 지은 책으로 《착한 에너지 기행》(공저), 《탈핵》(공저)이 있다.

역자 : 이진우

환경정의, 진보신당 녹색특위 등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고려대학교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공부 중이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관심 분야는 기후정의, 기후변화협약, ODA, 국가 에너지ㆍ기후변화 정책 등이다. 지은 책으로 《착한 에너지 기행》(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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