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국경이 없지만 국적은 있다?
        2012년 01월 25일 09: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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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적 재일교포 최초로 한국 국적을 가진 남성과 결혼에 널리 알려졌던 리정애씨가 일본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3일 오사카 한국영사관에서 그가 신청한 여행허가서 발급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리정애씨의 남편인 김익씨는 "지난 23일 영사관 직원이 전화로 여행허가서 발급이 불허됬다고 알려왔다"며 "불허 사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조선적 최초 한국 남성과 결혼

    만약 리정애씨에게 여행허가서가 끝까지 발급되지 않으면 그녀는 국적문제 때문에 언제 다시 한국땅을 밟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결혼식 모습.(사진 제공=김익)

    만화 <재일동포 리정애씨의 서울 체류기>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한 리정애씨는 지난 2010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했지만 일본 정부가 재일 동포들에게 부여하는 ‘특별영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본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특별영주 자격은 4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일본 현지 입국관리사무소에서 갱신해야 하며 만약 갱신하지 않을 경우에는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자격이 박탈되고, 이 자격을 회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만약 리정애씨가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머물러 특별영주 자격을 상실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일본대사관의 말에 따르면 이후 리정애씨가 일본에 입국을 원한다면 체류하고 있는 나라에서 외국인 등록을 한 이후에 일본 영사관에서 단기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상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한국에서는 리정애씨가 ‘조선’이라는 국적으로 외국인 등록을 해 합법 체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리정애씨는 왜 여행허가서를 받고 한국에 들어온 것일까? 그녀가 법적으로 완전한 외국인이라면 외국인 배우자 비자(F-2-1)를 신청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결혼 직후 리정애씨가 외국인 배우자 비자를 신청하자 조선적 재일교포를 외국인 분류할 수 없다는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외국인도 아니고, 국민도 아니고

    법무부가 근거로 든 대한민국 헌법 3조 1항에서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여 북한주민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헌법에 따르면 리정애씨는 엄연히 한국 국민이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조선적 재일교포의 경우에는 국적을 판단하기 애매한 상황이고 한국으로의 귀화를 거부하는 상황”이며 “조선적 재일교포에 대한 여행 허가증 발행에 대해서는 소송도 진행됐지만 원고가 패소했다”고 설명했다.

    리정애씨의 남편 김익씨에 따르면 2010년 10월에 결혼을 위해 리정애씨가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도 모두 3차례에 걸쳐 여행허가서 발행이 불허되었다. 김익씨는 “처음에는 불허되었을 경우 아무런 통보도 해주지 않았다”며 “이 사실에 대해서 항의하고 언론에도 보도되자 영사관측은 그때부터 여행허가서 발급 여부를 구두로 통보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여행허가서 불허 사유에 대해서도 그는 “영사관 측에서는 구체적인 사유를 알려준 적 없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적 재일교포에 대해서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여행허가서 발급이 결정된다”며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는 단순 여행 목적으로 신청해도 여행허가서를 발급해주다가 이명박 정권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여행허가서 발급을 엄격하게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하여 외교통상부 여권과 법규계 관계자는 “조선적 재일교포에 대한 여행허가서 발급은 외교통상부 장관 재량에 맡겨진 것”이라며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에 의거하여 여행허가서를 발급하고 있지만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점등을 현지 영사관에서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리정애씨가 결혼 이후 1년 넘게 여행허가증을 갱신하며 한국에 머물렀던 것에 대해서도 "여행허가증 발급은 현지 사정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는 영사관이 결정하고 사후에 보고 한다"며 이번 리정애씨 입국거부 사건이 외교통상부 차원이 아니라 현지 주재 영사관의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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