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이들 따뜻한 마음 나눈 연대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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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1월 18일 11: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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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희망텐트촌’은 죽음의 공장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냉기를 녹이는 ‘연대의 정’으로 모처럼 따뜻했습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작된 쌍용차 ‘희망텐트’를 지원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의 정을 나누기 위해 12월 말 제안된 ‘붕붕바자회’는 이런저런 일정과 핑계로 1월 초가 되어서야 준비되기 시작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까페와 트위터를 통해 알리기 시작했는데, 너무 늦게 시작한 탓인지 바자회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참여하는 마음들이 눈에 띄게 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백기완, 신영복 선생님께서 서화를 보내주시고, 방송인들과 사회단체, 민중가수들이 소장품을 내어주신다는 연락을 받아 민망한 장터가 되지는 않겠구나 싶었습니다.

    13일 아침 일찍 평택공장으로 달려가 흩날리는 눈발과 바람을 비닐로 가리고, 보내주신 물품들을 장터로 날랐습니다. 그런데 물품 목록에 없는 소포들이 비좁은 쌍용차지부 노조사무실에 가득했습니다. 부산에서, 광주에서, 대전에서, 서울 곳곳에서 이름 모를 따뜻한 마음들이 소리 없이 배달되었습니다.

       
      ▲장터에서 물건을 진열하며 바자회 준비를 하는 모습.

    이름 모를 따뜻한 마음들이 배달되다

    소포상자에는 깨끗하게 세탁하고 다림질해 가지런히 접혀있는 옷가지들, 누군가에게 선물하려고 했을 법한 넥타이와 기념품들, 손으로 한 땀 한 땀 떠서 만든 모자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한 농부는 올해 재배한 유기농쌀과 찹쌀을 1kg씩 다마 두 박스를 보내왔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내어 보내준 따뜻한 가슴들이 스산한 공장에 온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이윤엽, 유연복 판화가의 정성 가득한 판화, 방송인 김미화 씨가 보내온 옷, 김제동 씨의 등산복과 니트와 정성스레 싸인한 책, 공지영 작가의 친필 도서와 니트, 85호 크레인에 올랐을 때 썼던 김여진 배우의 모자, 변영주 감독의 티셔츠와 장난감들이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외로운 노동자들 곁에서 노래로 위로하고 함께 하는 민중가수 김성만 씨는 클래식 기타를 내놓았습니다. 민중가수 박 준 동지의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담긴 기타케이스를 비롯한 물품들, 재능교육 유명자 지부장이 상품으로 받아 내놓은 솟대는 희망을 찾아 싸우는 이들이 서로 나누는 연대의 정이었습니다.

    전국에서 달려온 연대 막걸리

    장터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할 무렵, 막걸리 박스가 하나 둘 배달되기 시작했습니다. 장터에 막걸리가 빠질 수 없었습니다. 13일은 금속노조의 간부들이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해 올라오는 날이었기 때문에 양조장에서 갓 만들어진 싱싱한 생막걸리를 받아올 수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공문을 보내 절차를 밟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 함께 했던 노조 간부들에게 전화를 돌렸더니 모두들 흔쾌하게 받았고, 얇은 호주머니를 털었습니다. 순천, 광양, 광주, 목포, 울산, 포항, 진천, 소백산, 신창, 치악산, 평창에서 달려온 생막걸리가 장터에 진열되었습니다. 천주교 전주교구에서 한 신부님이 ‘천둥소리’를, 경기의 어느 분이 ‘가평 잣막걸리’를 보내주셨습니다.

    전국 14개 도시에서 온 막걸리와 기륭전자 조합원들이 구워낸 해물파전이 연대 장터의 기운을 북돋았습니다. 한 자리에서 전국의 막걸리를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갖게 된 ‘주당’들의 입들이 즐거웠고, 예기치 않은 막걸리 품평회가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희망버스의 연대가 이어진 바자회

    장터가 활기를 띄고 있을 무렵, 익숙한 남녀 커플이 짐을 한보따리 들고 나타났습니다. 같은 희망버스를 탔던 젊은 연인이 가족과 친지들에게 얻은 아기 옷과 유아용품을 정성스레 챙겨왔습니다. CBS 정혜윤 피디와 심보선 시인은 옷장을 뒤져 입을 만한 옷가지들을 왕창 들고 늦은 밤 장터를 찾아 늦게까지 즐거운 수다를 나누었습니다.

    정성들여 가져온 물건들이지만 연대의 장터에서 비싸게 팔수는 없었습니다. 옷가지들은 3천원에서 1만원에 팔았고, 다른 기증품들도 기쁜 마음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멋진 구두 한 켤레를 만원에 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밤 12시, 아직도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나타나 85호 크레인의 쇳조각으로 만든 팬던트를 건네준 김진숙 지도위원의 선물로 인해 참가자들은 새벽까지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장터의 바자회를 밤새도록 지켜준 인천대 학생들, 말없이 연대 막걸리 장터를 맡아준 노동자들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 죽음의 공장을 따뜻하게 지켰습니다.

    2차 연대 장터 28~29일 재능교육에서

    붕붕바자회는 이렇게 행복하게 끝났고, 수익금은 전액 쌍용차지부로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물건이 많이 남아있고, 지금도 곳곳에서 따뜻한 마음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능교육 투쟁 1500일이 되는 1월 28~29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2차 바자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재능교육과 쌍용자동차를 필두로 탐욕스런 자본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화에 쓰러진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장기 투쟁을 하고 있는 코오롱, 콜트콜텍, 풍산마이크로텍, 대우자판…

    2차 바자회는 이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합니다. 재능교육을 출발해 13일 동안 평택까지 걸으며 연대와 마음을 나누는 ‘희망뚜벅이’ 행진이 1월 30일 재능교육을 출발합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단으로 함께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제 곧 설입니다. 일터와 가족에게 돌아가야 할 노동자들이 차가운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1차 붕붕바자회에 함께 하지 못한 많은 분들의 마음을 받고, 가난한 이들의 풍요로운 마음을 나누는 행복한 장터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보내실 곳 : 서울 중구 정동 22-2 경향신문사 13층 전해투(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이메일 hopebus@jinbo.net 트위터 @hope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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