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청거리는 유로존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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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1월 17일 01: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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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머리에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불거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번 글에서 남부 유럽 재정 위기가 서유럽 중심부 국가들을 강타하고, 이것이 다시 동유럽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진단해 본 바가 있다.

    그 이후 유럽 정상들이 외견상 한층 강화된 재정 통합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합의에 이르고 유럽중앙은행 차원에서도 긴급 유동성을 지급하는 조치를 취한 이후 유럽 재정 위기는 잠시 진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 발행 부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둘러싼 그리스 정부와 서유럽 민간 채권자들의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고, 미국의 신용 평가 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최근 유럽 주요 국가들의 신용 등급을 강등하는 조치를 취하자 국제 금융 시장이 다시 요동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유럽의 재정 통합에 관한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유럽 중앙은행이 어떤 조치를 취했었는지 그리고 왜 다시 지금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지를 지난 해 11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주요 사건들을 되짚어보며 분석해 보고자 한다.

    유럽 정상들의 강력한 재정 통합 방안 – 처음부터 잘못 설정된 목표

    지난 해 10월 말 주요 채권 국가들과 그리스 정부는 재정 위기 타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그리스 정부가 발행했던 국채의 50%에 상당하는 서유럽 민간 은행 보유 채권을 손실 처리하는 데 합의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전제로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 정부에 대한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소위 민간 부문의 부채 조정 합의(Private sector involvement; PSI)는 그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이 어떻게 해결될지, 그리고 만약 실제로 그 조치가 취해졌을 때 그리스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관한 당시의 숱한 비관적인 논의와는 무관하게 일시적으로 남부 유럽발 재정 위기를 수습하는 방안인 양 받아들여졌다.

    이 합의를 뒤로 하고 유럽 정상들은 다시 11월 중순부터 ‘재정적으로 보다 강력한 통합에 기초한 유로 통화권’(fiscally integrated eurozone)에 관한 일련의 협상을 진행했다. 그리고 12월 초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주요 유럽 국가들의 정상들은 유로존 참여 국가들의 적정 재정 적자 규모를 줄이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애초 2012년 말까지 유럽연합에 가입한 총 27개 국가들이 전부 새로운 조약에 합의하는 방안을 선호하였다. 그러나 각국 정부들이 새로운 조약을 심의하고 자국의 의회를 통해 비준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 그리고 이 방안이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이탈리아 정부가 당면한 긴급한 채무 위기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 국가들만이라도 새로운 조약안에 합의하자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였다.

    이와 더불어 양국 정상들은 (1)그리스 재정 위기 타개 방안 가운데 하나로 합의된 것과 같은, 민간 채권자들에게 채무 탕감 조치를 수용할 것을 강요하는 조치를 앞으로는 취하지 않을 것 (2) 17개 유로 통화권 국가들이 건전 재정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 (3)유럽 재정 안정 기구 (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 EFSF)를 대체하는 유럽 안정 메커니즘(European Stability Mechanism; ESM)을 애초 2013년에서 2012년 중반까지 확대 신설할 것 등에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안에 대해서 금융 시장 분석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수의 경제학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보다 강력한 재정 통합’이라는 구상이 처음부터 잘못 설정된 목표였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유로 통화권 내에서 재정 적자 폭이 가장 컸고 빈번하게 공식적으로 허용된 재정 적자 한도를 넘겨 정부 지출을 해왔던 나라는 역설적이게도 독일이었다. 정부 부채가 유로존에 가입하기 이전부터 높았던 이탈리아를 잠시 제외한다면,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의 남부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재정 적자 규모를 엄격하게 조정해왔다.

    게다가 그리스에서 현재와 같은 형태로 정부 채무 위기가 불거지게 된 것은 미국발 금융 위기가 남부 유럽 국가들로 향하던 단기 금융 자본의 신용 대부를 급격하게 축소시키고 이에 따라 발생한 민간 은행 및 비은행 금융 기관들의 도미노 파산 위기를 그리스 정부가 나서서 구제한 데 있었다.

    그리스 정부는 파산 위협에 시달리던 자국의 은행과 비은행 금융 기관들을 구제하지 않고서는 금융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붕괴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었고, 불가피하게 공적 자금을 투입해 민간 금융 기관들의 채무를 떠안게 된 것이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민간 금융 기관들의 부채를 떠안게 된 그리스 정부의 부채를 유럽 중앙은행이나 유럽 재정 안정 기구가 나서서 전부 사들이거나 민간 채권자들이 부채의 만기를 연장하거나 탕감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유럽 중앙은행과 유럽 금융안정 기구는 이 모든 해결 방안을 체계적으로 거부해왔고, 결과적으로는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들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 즉 그리스발 재정 위기가 남부 유럽 전체의 재정 위기로, 더 나아가 유로존 전체의 붕괴 위기로 확대 파급되는 지렛대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 전개를 고려할 때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적자 한도를 대폭 줄이고 위반 국가들에 제재를 가한다는 발상은 중장기적인 대책으로서는 어떨지 못라도 적어도 당면한 긴급 상황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유럽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투입 조치의 한계 – 시간 벌기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유럽 정상들의 재정 통합 관련 협의 내용에 주의를 기울였던 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장-끌로드 트리체(Jean-Claude Trichet)를 대신하여 유럽 중앙은행 총재로 새로 부임한 마리오 드래기(Mario Draghi)가 ‘만약 유럽 정상들이 보다 강력한 재정 통합에 관한 합의를 달성한다면’ 지금까지 독일 중앙은행의 헤게모니에 밀려 유럽 중앙은행이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긴급 유동성 투입 조치들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국제 금융 시장에 던져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입장은 여러 차례 변했고 유럽 중앙은행의 주요 보직을 점하고 있는 독일 중앙은행 출신 통화주의자들의 영향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는 취임 일성을 통해 유럽 중앙은행이 영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취했던 것과 유사한 형태의 긴급 유동성 투입 조치 또는 최종 대부자로서의 중앙은행의 긴급 통화 정책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표명했다가 독일 중앙은행 인사들의 강한 반발이 일자 입장을 180도로 선회시키기도 했다.

    그러던 드래기 총재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변화시킨 것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던 유럽 금융시장의 일련의 사태의 전개였다. 유럽 정상들이 새로운 재정 통합안에 관한 협의를 진행할 즈음이던 지난 해 11월 말 서유럽의 주요 은행들의 주식 가격은 2007~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전세계로 번져나가던 시점에 유럽 은행들이 경험했던 수준으로까지 바닥을 치기 시작했고, 유럽계 은행들은 물론이고 미국내 은행간 단기 자본시장이 경색되는 모습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다시 비금융 기업들에 대한 민간 금융 기업들의 정상적인 신용 대부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영국계 금융 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즈는 일본과 미국의 주요 민간 은행들이 남부 유럽 국가들의 정부 부채는 물론이고 서유럽 은행들이 발행했던 각종 금융 자산들(주식, 채권 및 단기 어음 등)을 내다팔고 있으며, 유럽의 주요 비금융 기업들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사내 유보금 형태로 막대한 양의 현금과 현금으로 쉽게 환전될 수 있는 유동성 높은 금융 자산들을 축적하고 있다는 보도 기사를 집중적으로 싣기 시작했다.

    심지어 영국 중앙은행 총재인 메빈 킹도 유로존 재정 위기의 사태 전개에 따라 어쩌면 영국 중앙은행이 새로운 형태의 긴급 유동성 투입-양적 완화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선언했고, 같은 시각 폴란드 외무장관은 독일 정부와 유럽 중앙은행이 나서서 적극적인 확대 금융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유럽연합은 조만간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급기야 OECD는 “획기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현재의 남부 유럽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재정 위기 문제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파국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럽 정상들의 순진한 기대와는 달리 사태가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자 유럽 중앙은행은 우선 미 연준과 영국 중앙은행 그리고 캐나다와 일본 및 스위스 중앙은행의 협력을 얻어 11월 30일을 기점으로 중앙은행간 통화 스왑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계 민간 은행들이 은행간 상호 대부에 필요한 미국 달러화를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유럽 중앙은행이 해당 이자율을 낮추고 협력 중앙은행들이 유럽계 민간 은행들의 달러화 수요에 따라 추가적으로 유럽 중앙은행에 돈을 빌려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조치에 힘입어 국제 주식 시장과 외환 시장에서는 잠시 동안이나마 널뛰기 장세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 조치는 유럽 정상들이 새로운 재정 통합 방안을 합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벌어준 임기 응변의 조치에 불과했다. 유럽 중앙은행 총재의 말대로 이미 유럽에서는 “은행 간, 은행과 실물 기업 간 신용 대부 채널이 얼어붙고 있고, 중소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 각종 지표를 통래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12월 초 영국의 격렬한 반대에 부딛쳐 재정 통합과 국제통화기금에 대한 유럽의 분담금 상향 조정에 관한 합의가 불발로 끝나고, 임시방편으로나마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유로 통화권 내의 17개 국가들에 대한 보다 강도높은 재정 통합 조치에 합의하는 것으로 정상 회담이 끝이 났다.

    그리고 유럽 중앙은행 총재는 브뤼셀에서의 회담 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에 즈음하여 그동안의 회의적인 발언들을 뒤로 하고 전체 유럽계 은행들이 향후 3년 동안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이자율로 유럽 중앙 은행으로부터 유로화를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조치는 부실 자산에 대한 노출 위협 때문에 은행 간 단기 대출 시장이 얼어붙고 이것이 은행과 금융 기업들의 정상적인 신용 대부 기능을 위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담보물을 내걸고 유럽 중앙은행 창구에서 원하는 액수만큼의 긴급 유동성을 빌려 각종 신용 위협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은행들을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이 조치가 발표된 이후 불과 일주일 사이에 유럽계 은행들이 유럽 중앙은행에서 빌린 돈의 액수는 무려 489bn 유로화에 다다랐고, 그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 액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현재까지 유럽 중앙은행이 제공하기로 약속한 금액은 2007~08년 이후 영국의 중앙 은행과 미국의 연준이 긴급 유동성 장치(emergency funding facilities)라는 이름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의 주요 은행들과 비은행 금융 기업들에게 빌려주었던 유동성 액수에 미치지는 않는다.

    더불어 유럽 중앙은행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부분적으로 사들여 채권 이자율이 어느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 온 것이 사실이나, 그 전체 액수도 가령 미 연준이 2차례에 걸쳐 집행한 양적 완화에 비견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 초 유럽 정상들의 재정 통합 합의안 발표와 맞물려 유럽 중앙 은행이 지금까지 취해온 일련의 조치들은 영국 중앙 은행과 미 연준이 이미 시행한 바 있는 확대 유동성 투입 조치와 양적 완화 조치라는 방향에 큰 틀에서는 부합하는 전향적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그 규모와 효과성이라는 측면 모두에서 여전히 미지수가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다시 불거지는 유럽 재정 위기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리스 정부는 지난 10월 27일 있었던 주요 채권국 은행들과의 합의에 따라 정부 부채의 50%에 상당하는 액수를 탕감하고 부채의 만기일을 재조정하려는 협의를 해왔다. 몇 차례의 고비를 넘기며 해를 넘겨 진행되던 이 협의는 1월 12일을 기점으로 공식적으로 결렬되었다. 이 과정에서 심지어 그리스 정부와 부채 조정에 관한 협의를 해오던 한 헤지펀드 회사(Vaga Asset Management)는 국제 재판소에 그리스 정부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협상의 결렬은 남부 유럽발 재정 위기에 새로운 국면을 조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리스 정부에 대한 국제통화기금의 추가 재정 지원이 바로 이 민간 부문의 자발적인 부채 조정 합의의 성패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 보유 금융 기관들 간의 일시적인 협상 결렬이 아무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지속된다면,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 정부에 순차적으로 빌려주기로 했던 전체 지원액 가운데 일부를 더이상 제공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 경우 그리스 정부는 3월 만기일이 도래하는 채무를 갚지 못하고 국가 부도를 선언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1월 14일 미국의 신용 평가 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는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주요 국가들의 신용 등급을 강등하는 조치를 취했다. 물론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계 신용 평가 회사들은 유럽 연합 주요 국가들의 신용 등급 강등 가성성에 대해서 경고를 해왔고, 국제 금융 시장 참가자들이 이 요소를 이미 자신들의 투자 전략에 반영해 왔다고 많은 금융 시장 평론가들이 주장해 왔다. 그렇지만 막상 스탠더드 앤 푸어스가 이번 조치를 취하자 국제 금융 시장은 요동을 치며 다시 비관론이 득세하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스탠더드 앤 푸어스의 이번 발표는 유럽과 미국의 주식 시장이 폐장하는 주말 오후에 이루어졌다. 따라서 그 여파가 국제 금융 시장에 어떠한 파급력을 미치며 사태 전개를 추동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만약 이것이 그리스 정부의 임박한 국가 부도 사태 선언에 대한 우려와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 속으로 빠져든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리속에 그리면서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중단기적으로 떠올려 볼 수 있는 정책 방향은 대략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긴급한 사태 전개에 떠밀려 유럽 중앙은행이 추가적으로 긴급 유동성을 확대 투입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가 현실화된다면 유로존 은행들이 저리로 막대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한 지난 번의 조치를 넘어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미 연준과 영국 중앙은행이 그랬던 것과 같은 지극히 예외적인 형태의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유럽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 정책을 취하는 대신 ‘냉혹한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그리스의 국가 부도 선언과 유로존 탈퇴를 허용하고, 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탈리아 정부 발행 채권에 대한 지급 보증을 해주는 방안을 취할 가능성이다. 이 경우라면 유럽 중앙은행은 굳이 양적 완화라는 이름으로 큰 규모로 자산 부채를 관리하지 않고도 이미 존재하는 유럽 재정 안정 기금을 동원하여 이탈리아 정부 발행 채권을 매입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맺으며

    물론 이 모든 가능성들은 어디까지 논리적인 가능성일 뿐이다. 유럽 금융 당국이 어느 정도까지 효과적으로 ‘질서정연한 위기 관리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따라 사태 전개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유럽 중앙은행이 유럽 각국의 재무부 관리들과 독일 중앙은행 중심의 보수주의적 통화주의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과연 어느 정도까지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벌어질 예측 불가능한 사태의 추이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유럽 금융 당국이 그리스 정부 부채 탕감 협상 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변수이다. 지금까지 유럽 재정 안정 기구와 유럽 중앙은행 관료들은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간의 협상을 사실상 방임해 왔다.

    그러나 1월 12일의 협상 결렬이 시사하는 것처럼 정부 기관의 강력한 지도력이 발휘되지 않고서는 댜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민간 채권단의 입장을 조율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유럽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유럽 채권 국가와 유럽 중앙은행은 민간 부문의 부채 조정 합의 과정을 조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사태가 어떤 방식으로 수습 또는 전개될지와는 무관하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도 유럽발 파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2011년 한해를 폭죽으로 마무리하며 평온한 한해의 출발을 기원하던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는 달리 냉혹한 국제 정치경제의 현실이 너무나 빨리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 * *

    * 신희영은 신사회과학원(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경제학과를 졸업하고(경제학 석박사) 뉴욕 소재 재정정책연구소(Fiscal Policy Institute)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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