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버리고 우경화하는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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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1월 16일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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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및 후보 9명이 한미 FTA 굴욕적 불평등 협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미 FTA는 폐기하고 원점 재검토를 하겠다는 것이 통일됐고 총선 승리하면 반드시 폐기하겠다.” 1월 15일 치러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민주통합당 대표로 선출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말이다.

그는 노동공약으로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 축소를 통해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며 ‘주 35시간 노동’을 약속했고, 재벌개혁과 부자증세를 약속했다.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약속한 문성근, 이인영 등 진보적 성향의 최고위원들이 당선됐고, ‘호남의 맹주’를 자처한 박지원은 4위에 그쳤다.

후보들은 이미 △노동조합법 전면 재개정 △비정규직 감축 및 차별 철폐 △실업 안전망 확충 등 7대 노동정책안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통합당이 ‘진보’와 ‘노동’의 색채를 더욱 뚜렷이 내며 ‘좌클릭’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한나라당의 좌클릭

이명박 정권의 부패와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도 재빠르게 진보의 색채를 덧붙이고 있다. 1월 12일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KTX 민영화 추진에 대해 “국민의 우려와 반대가 크니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고 했다.

비대위 산하 눈높이위원회는 ”정부의 KTX 경쟁 체제 도입 방침에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철도 민영화’라며 반대 의견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보고했고, 황우여 원내대표는 “세계 역사상 철도 민영화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4일 이명박은“선거철이 되면 포퓰리즘에 의해 국가 미래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며 KTX 민영화를 강행하겠다고 말했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이 한나라당 비대위를 비난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민주통합당과 함께 재벌과 부자 정당이라는 색깔을 지우며 ‘좌클릭’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우클릭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노동의 문제를 전면에 내걸고 1%를 위한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사회를 제시하며 노동자 민중과 싸워야 할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은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구 민주노동당은 정리해고법, 파견법, 비정규직법이라는 3대 악법을 만들었던 국민참여당과 합당하기 위해 이미 사회주의라는 강령을 내팽개쳤고, 합당한 이후 19대 총선공약 5대 핵심기조(주권 확립, 공공성 강화, 정치 개혁, 평화통일 추구, 생태주의 지향)에 노동문제를 제외시켰다.

통합진보당을 상징하는 로고에는 노동자-농민-서민에서 시민이 사라지고 재벌도 포함되는 ‘시민’이 들어갔다. 2000년 1월 창당 이후 12년 동안 민중의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던 진보정당 행사에 태극기가 등장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수 십년 동안 노동현장과 모든 행사장에서 진행됐던, 노동자 민중의 해방을 위해 싸웠던 열사들을 기리는 민중의례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후보단일화를 구걸하나

통합진보당은 15일 “민주통합당 새 지도부가 호혜존중의 야권연대 정신에 충실하여, 곧 진행될 총선 야권연대 논의에 진정성 있게 임할 것이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통합당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며 3대 악법을 만들고 한미FTA를 체결했다. 과거를 반성하는 척하더니 지난 연말 한미FTA 폐기를 위한 거리 투쟁을 외면하고 슬그머니 국회로 들어갔다.

‘금배지’를 달기 위해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와 대중투쟁을 외면하고 보수야당과의 거래를 넘어 연대를 구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통합진보당은 아무런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연대 ‘구걸’에 대해 이해찬 전 총리가 “이정희 대표가 관악으로 올 때는 경선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경선해서 이 대표가 이기기 어려운 조건이니 져도 좋다면 하고, 아니면 다른 쪽으로 옮기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해 통합진보당 대표에게 노골적으로 지역구를 옮기라고 주장할 정도다.

비정규직 외면·연대세력 쫓아낸 이경훈에 대한 침묵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연대세력을 쫓아낸 현대차 이경훈 전 지부장의 울산 남구 출마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침묵은 ‘노동’을 버린 진보정당의 상징이다.

이경훈씨의 출마에 대한 <참세상>과 <레디앙>, <변혁산별>의 잇단 보도와 비판, 비정규직 당사자와 트위터,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은 이경훈 출마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노회찬 대변인은 트위텃에서 “예비후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트위터를 비롯해 이경훈 출마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민중의소리>가 나섰다. <민중의소리>는 “진보정당은 하향식 공천을 하지 않는다”며 “이경훈 후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에 제기되는 비판의 대부분은 보수정당의 후보 선출 절차와 진보정당의 진성당원제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 이경훈 후보의 비정규직 투쟁 외면과 외부세력 ‘색출’에 에 대해 “전임 집행부들과 비교했을 때 실제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간 협력과 연대투쟁의 정도가 뒤졌다고 볼 수 없다”고 두둔했다.

부끄러운 기사

<민중의소리>가 통합진보당의 기관지가 아니지만 이경훈 논란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시각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통합진보당의 진성당원제는 6개월 전에 1만원만 내면 되는 제도로 현재 이경훈 후보는 조승수 후보측에 의해 ‘기획입당’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진성당원제를 들먹이며 이경훈을 옹호하고 있는 기사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다.

이 기사에 대한 트위터의 격렬한 비난은 이를 보여주는 증거다. 한나라당은 KTX 민영화에 대해 SNS의 반대 여론을 보고받고 반대 입장을 냈는데 들끓는 이경훈 반대 여론에 대해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심상정, 노회찬은 입을 다물고 있다.

통합진보당뿐만 아니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1월 말부터 시작되는 울산 남구 예비선거에서 이경훈 후보가 승리하면 그는 어떤 검증 절차도 없이 통합진보당 후보와 민주노총 후보가 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진보와 노동으로 색칠하고, 한나라당마저 좌클릭하고 있는 정치의 계절에 통합진보당과 노동운동은 돌이킬 수 없는 우경화와 반노동자의 길로 달려가고 있다. 2011년 겨울 현대차 자본의 탄압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배고픔보다 더 서글프고 고통스러웠던 이경훈 당시 지부장의 협박과 탄압을 기억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 더 절망스럽게 이경훈 후보와 통합진보당, 민주노총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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