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몬드라곤과 현대자동차 비교해보니
        2012년 01월 14일 05: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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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몬드라곤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 위치한 도시 자체를 가리키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1940년대부터 주임신부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의 주도로 시작된 협동조합운동과 제조업·금융·유통·연구·교육을 포괄한 협동조합 그 자체를 일컫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자를 선임하며 경영 전체를 관리·감독하는 체제인 몬드라곤은 1956년 노동자생산협동조합으로 시작했지만, 오늘날 해외에까지 생산공장(2010년 현재 77개의 해외 생산공장)을 갖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몬드라곤에서 배우자』(윌리엄 F. 화이트 지음, 김성오 옮김, 역사비평사, 17000원)는 한국에서 1992년 초판을 발행해 협동조합에 관심을 둔 사람들과 새로운 사회운동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절판되었다. 하지만 몬드라곤을 배우고 그곳에서 인류 미래를 위한 희망의 불씨를 보려는 사람들의 열망은 여전했다.

    20여 년 전의 번역을 좀 더 깔끔한 문장으로 다듬고 사진 자료를 추가하여 이제 새로운 장정과 편집으로 만나는 『몬드라곤에서 배우자』와,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몬드라곤의 변화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저자의 문제 제기를 담아 펴낸 『몬드라곤의 기적』(김성오  지음, 역사비평사, 13000원)은 더 큰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리고 이 책들은 한국의 협동조합과 기업지배구조, 고용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던져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 김성오는 몬드라곤을 좀 더 현실감 있게 설명하고자 자산 규모가 비슷하고 노동조합운동이 활성화된 현대자동차와의 비교를 시도했다.(물론 몬드라곤은 금융, 제조업, 유통, 교육·연구 부문을 포함한 기업 집단이고, 현대자동차는 단일 기업이므로 단순 비교는 무리할 수 있다)

    몬드라곤과 현대자동차는 자산 규모(몬드라곤 자산 53조 원, 현대자동차 41조 원)와 매출 규모(몬드라곤 매출 22조 원, 현대자동차 36조 원)가 비슷하고, 2000년대 들어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글로벌화 전략(몬드라곤 수출 비중 60%, 현대자동차 수출 비중 62%)을 펼치는 양태도 비슷하다.

    그러나 몬드라곤과 현대자동차를 회사 소유구조와 급여, 그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문제로 바라보면 많이 다르다. 가장 크게 다른 것은 소유구조이다. 몬드라곤의 회사 자본금은 노동자 조합원들이 소유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들이 주식 지분의 큰 비율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것으로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한다.

    또한 급여 측면에서 볼 때 몬드라곤은 조합원 노동자와 비조합원 노동자 간에 급여 차이가 없는 반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여 차이가 상당하다. 다시 말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몬드라곤에서만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책 표지 

    한국에서는 “성장이 이루어지면 고용이 확대될 것이다”라는 목표 아래 끊임없이 성장 위주의 정책이 펼쳐졌다. 저자는 고용 없는 성장은 죄악에 가깝다며 이를 비판한다. 그리하여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하다. 허접한 일자리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로! 한마디로 질 좋은 고용을 위한 성장!”이다.

    저자는 몬드라곤의 기업 목표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고용 창출’이었음을 강조한다. 즉 몬드라곤에서는 고용 창출과 기존 조합원의 이익이 부딪칠 때면 언제나 노동자 조합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고 고용 창출에 방점을 찍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성장의 목표를 ‘질 좋은 고용’에 둔다면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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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성오

    1983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7년간 노동야학과 노동 현장을 돌며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사회주의 이념을 전파했다. 1990년 사회주의 붕괴 이후 한동안 법륜 스님이 운영하는 절에서 기거하며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를 번역하고 협동조합주의자가 되었다.

    성공회대학교에서 5년간 협동조합을 강의하고 각종 협동조합 설립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년간 ‘노동자기업인수지원센터’의 대표로 일하며 부도기업의 노동자 인수를 자문했다. 현재는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주)아이알씨 조사연구소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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