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교체 가능성 높지만, 복병도"
        2012년 01월 14일 10: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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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호철 교수는 "현재로서 정확히 예측하는 건 어렵지만, 정권 교체의 가능성은 높아졌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권 교체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교체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1세기 한국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가를 놓고 국민적 토론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2012년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며 선거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대안 체제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호철 교수(사진=레디앙)

    자기 반성 없는 ‘좌경화’ 신뢰 못해

    손 교수는 또 현재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통합당 등 구 정치세력들이 ‘좌경화’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과거 정책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자기 반성을 하지 않으면 신뢰할 수도 없고, 의미도 찾을 수 없다며 정치권의 ‘말로만 좌클릭’에 경계감을 표했다.

    그는 또 선거에서 가정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단일 변수는 여전히 ‘지역 요인’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진보진영의 민족주의 진영과 평등파 쪽이 북한 문제를 놓고 ‘빅딜’을 함으로써 통합의 기운을 높이고, 21세기 진보가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통합진보당은 ‘최악의 조합’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진보진영 통합 무산의 가장 큰 책임은 진보신당 내 독자파에 있지만, 이른바 노심조의 무원칙한 탈당이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레디앙>은 최장집 교수 인터뷰에 이어 손호철 교수를 만나 정치 이념 문제와 최근 정치 현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0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강대 손 교수 연구실에서  2시간여 동안 조현연 성공회대 교수가 진행했으며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도 함께 했다.  

    사회과학자와 의사

    – 1993년 출간된 『전환기의 한국정치』에서 선생님께서는 “나는 내 연구가 ‘안타고니스트’(antagonist 주인공의 적대적 경쟁자)의 역할을 하는데 만족하며, 철저하고 투철한 안타고니스트는 그 나름대로 어설픈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 주인공)보다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 지금도 마찬가지다. 역사라는 게 꼭 주인공만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반영웅도 필요로 한다. 역사는 정반합의 흐름 속에서 발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 역할만이 아니라 비판자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회과학의 역할은 의사의 역할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의사는 병원에 종합 진단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간도 괜찮고, 대장도 괜찮고, 위장도 괜찮은데 폐암으로 죽습니다.”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는 것을 지적하는 게 의사의 역할이다.

    의사의 역할이 건강에 대한 조기 경보 기능을 통해 불치병으로 발전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면, 사회과학 그리고 사회과학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 현상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과 비판적 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방 50주년이던 지난 1995년에 조중동에서는 대한민국 판 역사의 종말론을 펼쳤다. 그들은 비판적으로 한국 현대사를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들은 북한과의 대결은 이미 끝났고, 남한의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군사독재 시절에 가지고 있었던 정치에 대한 최소한의 콤플렉스가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조장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후 이른바 ‘전후 최대의 국란’이라는 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아 나라가 거덜 난 경험을 겪었다. 한국판 역사 종말론과 같은 미화론이 결국 비판적 지성을 마비시켰을 때 어떨 결과 오는지는 97~98년 당시 위기가 잘 보여주고 있다.

    힘들 때 생각나는 두 사람, 정운영과 김수행

    개인적으로는 외로울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이 두 명 있다. 돌아가신 정운영 선생과 지금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계신 김수행 선생이다. 그들은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후 세대에 뿌리를 내리게 한 분들이다.

    그 두 분은 소위 민주대학이라고 불리던 한신대학교에 재직하다가, 민중신학으로 유명한 안병무 교수 같은 분들과 학내 문제로 충돌하다가 결국 해직됐다. 그때 그 분들은 “박정희나 전두환하고 싸우다 잘리면 민주투사라도 되지만, 최고의 민주투사한테 잘린 우리는 뭐냐?”라는 얘기를 했다.

    또 떠오르는 사람은 윤한봉씨 같은 사람이다. 광주는 한국사회에서 소수였다. 그런데 그는 광주에서 광주 지역주의를 비판한 소수의 소수였다. 대구에서 대구 지역주의를 비판하면 민주투사지만, 광주에서 DJ나 호남을 비판하면 한나라당 프락치 얘기를 듣던 시절이었다.

    한국사회에서는 보수주의, 냉전적 보수주의자들이 주류였다면 자유주의 세력은 소수였다. 물론 정권교체 경험도 있고, 과거 민주화세력이 주류가 되고, 프로타고니스트가 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냉전 주류 민주화 소수 그 중에서도 자유주이 세력 소수라면 진보정당 진보독자 운동은 소수의 소수. 아직도 그런 세력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소수인 자유주의 세력에서도 진보의 독자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소수의 소수일 수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민족주의 계열이 다수인 진보진영에서도 또 소수가 되다보니 소수가 한 네 번 정도는 붙어야 내 위치가 설명될 수 있을 거 같다. 힘들고 외로울 때도 많지만 그런 만큼 지적 자극이 항상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나라당 발본적 혁신, 민주통합당 무장해제 만나면?

    – 선생님께서는 최근 칼럼을 통해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 한국정치인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 “정작 문제는 12월 19일이 아니라 그 이후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올해 선거에 대한 전망과 함께, 대선 이후 정국과 관련해 주목해봐야 할 지점들에 대해 짚어본다면?

    = 사회과학의 기본적 생각이 다윈적 자연과학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 모델은 과거 현상들을 일반화하고 법칙화하면, 그 법칙성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사회과학도 사회 현상을 일반화하고 법칙화하면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흔히 카오스 이론 이야기 많이 나오고 있다. 자연과학에서까지도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사회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변수가 너무 많은 한국정치를 예측하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고승덕 의원이나 오세훈 전 시장 때문에 발생한 일들 때문에 정권 교체 가능성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한나라당이 발본적인 자기혁신을 하는 반면, 민주세력이 안일하게 대응하거나 무장해제하면 정반대 경우가 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꼭 이길 거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사실이다.

    한나라당 5년 세월 동안 역사적 후퇴가 심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잡는 정권교체가 중요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정권교체를 할 거냐가 중요하다. 내가 12월 19일이 아니라 그 이후가 문제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한 말이다.

       
      ▲사진=레디앙

    핵심은 민주세력 실패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

    과거 민주화 세력 집권 10년 동안의 시장주의 정책에 따라 사회양극화가 심화됐고, 그 결과로 민주와 운동세력은 양극화와 무능의 대명사로 찍혔다. 결국 2007년 서민들이 서민정당이라고 주장했던 민주당 대신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묻지 마’ 지지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5년은 그것을 개선시키지는 못하고 오히려 더 심화시켰다. 다시 민심 이반 현상이 일어나고 이번에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해 ‘묻지 마 비판’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것이 민주세력의 집권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과거 정책으로부터 발본적인 변화 없이 또다시 사회 양극화를 가져온 정책을 지속한다면 이들이 집권해도 또다시 민심이반이라는 악순환 패턴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내가 지난 2007년 대선 논쟁 당시 반어법 표현으로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의 집권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문제의 핵심을 결국 민주세력의 잘못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있다는 것을 민중이 겪어봐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렇게 되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선거, 한국사회 미래 대한 치열한 논쟁의 장 돼야

    바로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만약 민주개혁 세력이 집권해도 여전히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또다시 사회양극화와 1 대 99 사회를 만든 정권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권교체는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하면 대선에 이길 것인가, 어떻게 반MB, 반한나라당 연합 만들어서 이기게 만드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요즘 얘기되는 2013년 체제건, 2012년 이후의 사회든, 그것이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으로 ‘좌클릭’을 하고 있는 중이다. ‘보수’라는 단어를 빼자 말자라는 논란도 벌어졌다. 이것은 한국사회 미래에 대한 한나라당 버전의 대응이다.

    민주통합당 같은 자유주의세력은 그 세력대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통합진보당이라는 진보와 자유주의세력의 연합정당은 또 나름대로 중도 좌파적 대안을 제시하고, 진보신당 등 나머지 순수한 진보정당들도 대안을 내놓으면서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한다.

    이처럼 21세기 한국사회의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가를 놓고 국민적 토론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2012년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단순히 반MB, 반한나라당 정권 쟁취를 넘어서서 21세기 신자유주의 대안체제 논쟁을 활성화시키고, 이걸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교육하면서, 가치연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반한나라당-반신자유주의의 2중 전선

    – “MB의 ‘악마화’와 반MB 투쟁의 ‘신성화’ 모두를 경계해야 한다.”, “한국에서 최대 정파는 ‘무당파와 기권자.’ 그 사람들을 묶어낼 잠재적 기반이 이제 보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의 정당체제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는데.

    = 반MB 투쟁과 반신자유주의 투쟁이라는 2중 전선에 대해 더 큰 고민 있어야한다. 한나라당부터 시작해서 여기저기서 정당의 ‘좌경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는 역사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 이후에 이명박 정권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반MB 투쟁을 얘기했지만, 그것 못지않게 김 전 대통령이 했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그건 본인이 대통령 재임 당시 추구했던 모델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허황된 신기루였는지 말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8년 월스트리트 위기는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해줬다. 당시 정권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든지, 잘 모르고 그랬다든지 얘기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자신을 따른 사람들이나 민주주의 세력들이 새로운 대안, 새로운 체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유연한 진보론 펴면서, 우리를 굉장히 낡고 경직된 진보라고 비판했다. 그때 핵심적인 논쟁 중 하나가 한미FTA의 투자자 국가 제소 조항이었다. 우리는 그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한미FTA는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그들은 아무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 당시 그런 주장을 했던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갑자기 표변하여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데, 그런 식의 말 바꾸기는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과거 정치적 유산에 대한 평가와 자기반성을 기초로 해서 대안을 제시해야지, 그런 것이 없으면 곤란하다.

    지역주의, 아직도 결정적인 변수

    – 선생님께서는 “한국 선거의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아직까지도 ‘민주 대 반민주’도, ‘진보 대 보수’도, 부상하고 있는 세대도 아니고, 지역주의”라고 말씀하셨다. 최장집 선생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정치적 결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셨다. 왜 지역주의 문제를 결정적 변수로 중요하게 바라보는지?

    =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정도가 약화되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요인이 중요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일 변수로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것은 지역주의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사람들이 세대 문제를 갑자기 얘기하는데, 2002년 대선 때 이미 세대 문제로 난리가 났었다. 촛불도 마찬가지다. 학자들이나 언론도 모두 건망증을 가지고 있다. 촛불은 2008년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효순, 미선 ‘사건’ 때도 촛불은 있었고, 2004년 당시 노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촛불은 있었다. 그런데 그 촛불들은 다 어디로 갔나. 2007년 대선 때 그 촛불들은 침묵을 했거나, 이명박을 지지했던 역사적 경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2002년 대선 때도 방금 언급한 것처럼 세대 문제가 뜨거운 이슈였다. 2030이니 5060이니 하는 얘기가 그때 나왔다. 나는 그 당시 구체적인 자료를 놓고 세대 균열지수를 뽑아봤다. 인상적이 수준이 아니다.

    20~30대와 50대가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비율의 차이는 약 25%포인트 수준이었다. 이런 수치는 그 전보다는 높아진 것이다. 세대 균열이 커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역주의 균열은 훨씬 커서 65%포인트 수준이었다.

    계급적 변수? 앞으로 높아지겠지만 가난한 사람이 통합진보당이나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비율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비율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여기서 나오는 차이가 지역주의에서 나오는 차이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주목해야 될 부분은 계급적인 문제가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인데, 97년 대선에서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김대중 후보를 찍고, 부자일수록 이회창 후보에 투표했으며 이들의 균열지수는 15%포인트 정도 차이가 났다. 하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이 지난 후인 2007년 대선 때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이명박을 찍고, 오히려 부자가 정동영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지 모르겠으나 사회경제적 이슈가 중요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세대와 지역 문제는 계급 문제와 중첩돼서 나타난다. 그럼에도 단일 변수로는 지역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민족주의 계열과 평등파 ‘빅딜’ 필요

    – 선생님께서는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북한의 문제는 더 이상 사르트르의 논리에 기초해 침묵하고 있기에는 이미 용인의 수위를 넘어섰다, 진보진영은 북한의 반역사적인 왕정식의 세습정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야”한다고 말씀하셨다.

    또 얼마 전 출간한 『현대 한국정치 ― 이론, 역사, 현실, 1945~2011』에서 분단체제론을 중심으로 머지않아 다가올 ‘통일정국’의 의미를 짚어보고, 통일지상주의를 넘어 남북한 문제를 동시에 사고하는 통일론을 펼칠 것을 제안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등장 이후 남북 관계를 전망할 때 주목해야 할 지점은?

    = “우리의 실천 현장은 여기고 지금 이때”라는 사르트르 논리에 기초해 그 동안 북한이나 사회주의권 국가가 아니라 남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핵 문제가 현실적인 핵심 문제로 등장했다. 내가 그 당시 충격을 받았던 것은 강재섭씨가 한나라당 대표일 때(2006~2008년) TV 화면에 비친 최고위원회 회의 장면이었다. 그 회의실 뒤에 붙어있는 문구가 ‘인권, 반핵’이었다.

    인권과 반핵이라는 진보적 담론이 어느 날 갑자기 냉전 보수세력들이 들고 나오는 담론이 돼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시 그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더 이상 침묵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북한 체제에 대해 진보적 입장에서 비판하는 것과 현실 정치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3대 세습 문제에 대해서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이정희 대표가 북한 비판은 도움이 안 된다, 북한 체제를 인정하지 않을 거냐는 식의 얘기를 했는데, 전혀 그런 문제가 아니다. 비판하는 것과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북한이 도덕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에 같이 하면 안 된다는 극우적 시각이 잘못된 것처럼, 북한과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비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시각도 비판받아야 한다.

    이번 김정은 체제 등장은 그런 점을 잘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냉전 보수세력이나 이명박 대통령도 가능하면 빨리 김정은 체제 안착을 바랄 수밖에 없었던 점을 잘 보여줬다. 북이 김정일 사망으로 삐걱 거릴까봐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도덕과 현실정치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정은 체제 등장을 보면서 느낀 건 개인의 죽음은 모두 불행한 것처럼 김정일 위원장의 죽음은 불행하다. 세습 문제 나올 때 얘기한 적이 있지만, 불행하긴 하나 김정일의 죽음이 남한이 선거 국면과 맞물리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선 국면에서 조문이니 세습이니 하는 논쟁 속으로 빠져들면 중요한 다른 이슈가 실종될 수 있다.

    통일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온 건 아니다. 북한의 민주화는 것은 북한 민중 스스로 힘에 의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뉴라이트가 하는 북한 민주화운동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북한 민중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나 고민해봐야 한다고 본다.

    진보신당이 통합 부결시킴으로써 결국 좌절됐지만, 민주노동당의 중심인 민족주의 계열과 진보신당의 주축인, 흔히 말하는 PD계열 또는 평등파가 어떻게 하면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3대 세습 문제가 불거졌을 때 민주노동당의 핵심 또는 강경 민족주의 사람들과 개인적인 세미나를 열고, 함께 토론도 한 적이 있다.

    세 가지 정도를 같이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민족주의자들도 북한 문제에 대한 성역 없는 비판을 해야 한다. 물론 남한 사회 문제점에 대한 비판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지속돼야 한다. 이것이 뉴라이트와 다른 점일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매개 고리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의 경우 국제적 고립이라든가 항시적 전쟁체제라는 조건에 환원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그런 조건에 기인하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한반도 평화와 북한이 느끼고 있는 군사적 위험에 대한 인식, 평화 체제 안착의 중요성 등에 대해 과거 민족주의자들 가지고 있었던 입장과 견해를 그렇지 않은 진보세력도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민족주의적인 평등계열은 북의 평화 체제 문제에 대해 더 많이 노력을 기울이고, 거꾸로 과거 민주노동당 중심의 민족주의 세력은 북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런 입장들의 ‘빅딜’을 통해 진보가 통합되고, 21세기 진보가 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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