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편에 채널 뺏겼다” 지상파, 케이블에 첫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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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1월 11일 07: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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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 계열 방송사가 최근 케이블쪽이 종합편성채널에 채널을 배정한다는 명목으로 지상파쪽 채널 번호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무단으로 방송을 한다며 이 케이블 사업자를 고소했다. 종편 채널에 밀린 지상파가 채널 편성권이 있는 케이블을 상대로 첫 소송을 하는 것이어서 향배가 주목된다.

    KBSN, MBC플러스미디어, MBC스포츠, SBS플러스, SBS 골프, SBS스포츠, SBS이플러스, SBS비즈니스네트워크, SBS바이아컴은 10일 오후 아름방송 네트워크를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방송 송출 금지(지상파, 디지털)를 요구하고 위반 시 1일 9000만 원(각 1000만 원)을 지급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또 이들 방송사는 아름방송과 박상영 대표를 상대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원에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아름방송은 성남시 전역을 방송구역으로 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다.

    이들 방송사들은 소장에서 “12월 1일부터 종합편성채널의 방송이 예정되자, 피신청인(아름방송)은 종합편성채널의 방송을 위한 채널 부족을 핑계로 아름방송의 전체 채널 편성을 변경하면서 신청인(지상파계열pp)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신청인들의 몇몇 방송프로그램 채널의 아날로그 전송을 중단하거나 방송 채널 번호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29일 아름방송은 12월1일부터 시행되는 채널 변경 사항을 인터넷 등을 통해 알렸다. ⓒ아름방송

    이들 지상파계열PP들은 작년 12월까지 아름방송과 1년간 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아름방송은 지난달 1일 SBS CNBC, MBC라이프, KBS프라임 채널의 아날로그 전송을 중단했다. 또 같은 날 아름방송은 SBS플러스 채널번호를 19번에서 96번, MBC드라마넷은 16번에서 95번으로, KBS JOY는 20번에서 97번으로 각 방송사측 협의나 동의 없이 변경했고, 이 자리에 아름방송이 운영·송출 대행하는 PP 2개를 꽂았다.

    이에 대해 이들 방송사는 방통위가 FM 대역을 활용한 3개 채널을 추가로 허용해주고 MBN이 채널 1개를 반납해 결과적으로 1개 채널이 부족한데 종편을 ‘핑계’로 무더기로 채널 번호가 변경됐다는 입장이다.

    이후에도 채널 번호가 원상복구 되지 않자, 이들 방송사는 12월 중에 프로그램 계약 해지, 공급 중단, 계약 갱신 거부 입장을 통보했다. 그러나 아름방송은 현재까지 SBS CNBC, MBC라이프, KBS프라임의 디지털 방송을 전송 중이다.

    지상파 계열 PP들은 “(방송 신호 송출을 관리하는)KT 및 LGU+ 등은 피신청인 (아름방송)방송국 안에 설치된 방송 수신장비를 회수하기 위해 12월7일 피신청인을 방문했으나 출입을 봉쇄하고 프로그램을 무단 전송하고 있다”며 지상파쪽의 저작권 침해 상황과 간접강제(위반시 9000만 원 지불) 필요성을 법원에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상파는 “슈퍼갑 위치에 있는 SO의 일방적인 횡포”라며 밝혀, 사실상 이번 소송이 지상파와 SO 간에 채널을 둘러싼 첫 다툼으로 인식하는 양상이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최근 CJ헬로비전 등 MSO(복수유선방송사업자)와 지상파 3사가 재송신 대가 산정 문제로 법적 소송을 벌이는 상황에서, 이번 소송도 이른바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에 시장 재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싸움의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이 향후 지상파와 케이블 간의 잇따른 법적 분쟁에 불을 붙일지도 관심사다. 앞서, 씨앤앰 계열 SO인 용산케이블TV도 지난달 KTV와 국회방송, 채널CGV, 스크린을 뒷번호로 밀어내고 채널 7번부터 10번까지를 4개 종편에 배정했다. 또 SO들은 지난달 16일 지상파 재송신 협상에서 ‘강성’ 입장을 보인 SBS 채널 번호를 시청 접근성이 낮은 뒷번호로 변경하는 시설변경 허가 신청서를 방통위에 제출하는 등 채널 변경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쟁은 지난달 5일 방통위가 지상파 채널을 변경할 때 지상파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한 절차를 폐지해 SO 임의대로 채널 변경을 하게 해 준 이후 불거지는 양상이다. 향후에도 SO가 종편 등의 이유로 채널 번호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게 되고, 종편으로 인해 밀려나는 채널들은 이에 반발해 아름방송 같은 SO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사태가 빈번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상파 방송사측의 ‘기득권 지키기’라며 IPTV 업계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지상파 3사가 시청률이 낮은 지상파 계열의 PP까지 묶어 SO와 IPTV쪽에 판매 계약을 강요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아름방송이 시청률이 떨어지는 지상파계열 일부 PP를 교체하자, 지상파계열PP들이 무더기로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아름방송 입장에서도 곤혹스런 처지라는 것이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아름방송 관계자는 “계약서상의 의무전송채널인 종편이 개국하면 중도에라도 편성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채널을 변경한)정당한 편성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만일 지상파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현재 방송중이 중소 PP중 3곳을 퇴출시켜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에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향후 종편의 채널 배정으로 둘러싼 지상파와 SO 간 다툼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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