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텐트는 승리로 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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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1월 10일 10: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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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했습니다. 산타들의 웃음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12월 23일, 평택의 쌍용차 공장 앞에서 열린 ‘와락 크리스마스 문화제’에서 산타 모자를 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즐겁게 준비한 합창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진=고영철 기자

    나를 울린 산타들의 웃음

    제가 처음 그들을 보았던 건 3차 희망버스, 영도조선소 앞에서였습니다. 그 때도 여섯 명의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합창을 했고, 그 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지난 2009년에 희망버스에 모인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평택의 쌍용차 공장 앞에 있었더라면,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없었을 텐데. 희망버스도, 김진숙과 85호 크레인도 없어도 됐을 텐데.”라고요. 말씀하시는 그 분의 눈이 정말 슬퍼보였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웃고 있긴 했지만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 표정은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그곳에선 죽음의 소식이 전해져왔습니다. 2009년 쌍용차 공장을 기억하는 선배들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선배들의 얼굴에서도 그 슬픈 표정이 자꾸만 겹쳐 보였습니다. 2009년엔 아무것도 몰랐는데, 뒤늦게야 영상 몇 개를 찾아보고 분노하곤 했습니다. 기사에서건, 그리고 가끔씩 텔레비전에서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절망이었습니다.

    그렇게 기억 속에서 암울하기만 했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웃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귀엽게 산타모자도 썼습니다. 우리를 위해 곰국을 준비했다고도 했습니다. 가슴속에서 벅찬 느낌이 있었습니다. 마치 김진숙 씨가 85호 크레인에서 내려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희망버스는 단지 정리해고가 철회되었기 때문에 승리한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희망텐트촌 산타들의 웃음을 보자 그것은 착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승리는 결과가 아닌 과정 그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쌍용차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이곳에도 희망은 있다고 말하기 위해 우리가 모였다는 것이 이미 하나의 승리였습니다. 그렇기에 더 이상의 죽음도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여전히 3차 희망의 버스에서 외쳤던 해고노동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쌍용차 문제가 터졌을 때 저는 그곳에 없었지만, 그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면 지금은 희망버스가 만든 것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큰 희망을 만들고 있을 텐데요.

    이상한 꿈

    그 때 막지 못한 정리해고의 흐름을 한진중공업에서 막았으니, 이제는 시간을 거슬러 다시 쌍용자동차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경영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물리는 것은 잘못되었다고요. 다시 희망버스 때처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함께 더 많은 웃음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이상한 일이지만, 희망버스가 승리로 끝이 나고, 김진숙 씨가 땅을 밟은 어느 날, 저는 꿈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 한 분을 뵈었습니다. 정말 활짝 웃고 계셨는데 내일이면 정말 오래간만에 공장으로 돌아가는 거라 긴장된다고 하셨습니다.

    이상한 꿈이라 친구에게 말해줬더니 친구가 그건 이미 끝나버린 건데 어떻게 되돌릴 수 있냐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평택의 쌍용차공장 앞에 희망텐트촌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친구가 틀렸다고 말해줘야겠네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가면 저를 찾아오세요. 신년운세를 봐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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