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의원 홍보책자, 한나라당 ‘문패’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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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1월 09일 09: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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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들어 희한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악재가 터져 나오면 또 다른 ‘대형 악재’가 이를 덮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의도한 일인지는 모르나 악재 홍수 속에 지난 악재가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쑥대밭이 됐다. 언론과 여론의 시선도 그쪽에 쏠려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해사건과 이명박 대통령 형님인 이상득 의원실의 ‘돈세탁’ 의혹 등 잊어서는 안 되는 현안도 하나 둘이 아니다.

    한나라당 돈 봉투 사건은 구체적인 증언으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 ‘검찰’이 얼마나 수사의지를 갖고 이번 사건을 파헤치느냐에 딸려 있지만, 적당히 덮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19대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위기감도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일까. 한나라당 국회의원 의정보고서에서 한나라당을 알리는 ‘로고’가 사라졌다.

    다음은 9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전대 때 받은 돈봉투 박희태 명함 있었다">
    국민일보 <‘Wee’ 외면…학교폭력 땜질 처방만>
    동아일보 <"당협 국장 30명에 50만원씩 돌려라">
    서울신문 <고승덕 "돈봉투에 박희태 명함">
    세계일보 <"박희태측이 돈봉투 건넸다">
    조선일보 <"돈봉투 보낸 사람은 박희태">
    중앙일보 <수상한 정치 테마주 적자에도 주가 급등>
    한겨레 <고승덕 "돈봉투 안에 박희태 명함 있었다">
    한국일보 <"돈 봉투에 박희태 명함 있었다">

    이명박 정권 핵심 실세이자, 현직 국회의장인 박희태 국회의장이 현직 국회의장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박희태 국회의장 시절 한국 정치는 참 부끄러운 모습의 연속이다.

    여야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야 할 국회의장이 ‘대통령 거수기’를 자처하며 날치기 사태를 방조해 의회정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였다. 이번에는 본인의 이름이 거론된 ‘부패 사건’ 때문에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현금 300만원 노란 서류봉투에 박희태 명함"

       
      

       
      ▲조선일보 1월 9일자 1면.(위) 한겨레 1월 9일자 1면.

    주요 언론은 1월 9일자 1면에 ‘박희태 명함’에 대한 검찰발 뉴스를 전했다. 경향신문은 1면 <"전대 대 받은 돈봉투 박희태 명함 있었다">라는 기사에서 “고승덕 의원은 이날 검찰에서 ‘2008년 7월 전당대회 2~3일 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전달됐다’며 ‘봉투 안에는 흰 편지봉투 3개에 각각 현금 100만원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주요 언론은 ‘박희태 돈봉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지면에 담았다. 한겨레는 1면 <고승덕 "돈봉투안에 박희태 명함 있었다">는 기사에서 “고 의원은 검찰에서 ‘2008년 7월 전당대회(3일) 2~3일 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노란 서류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며 ‘전대 다음날인 7월 4일 이 사실을 알고 즉시 보좌관을 한나라당사 6층 당 대표실로 보내 돈봉투를 되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도 1면 <고승덕 "돈봉투에 박희태 명함">이라는 기사에서 “고 의원은 돈 봉투가 건네진 구체적인 정황과 관련해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젊은 남성이 내 여비서에게 노란 서류봉투를 건넸고, 서류 봉투를 열어보니 흰 편지봉투 3개에 각각 현금 100만원씩이 들어 있었으며 이들 다발은 H은행의 이름이 적힌 띠지로 묶여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30개 서울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50만원씩"

       
      ▲동아일보 1월 9일자 1면.

    동아일보는 다른 각도에서 구체적인 정황과 증언을 담았다. 동아일보는 1면 <"당협 국장 30명에 50만원씩 돌려라">라는 기사에서 “2008년 7.3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박희태 후보 측의 서울 및 원외 조직을 책임졌던 A당협위원장이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원씩을 돌리도록 소속 구의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8일 드러났다. 이는 당시 A위원장의 돈 봉투 전달 지시를 받았던 구의원들의 증언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A위원장이 돈과 함께 이들에게 건넨 문건에는 서울지역 당협과 당협 위원장 명단, 이들의 캠프 회의 참석 및 대리 참석 여부, 관리책임자 명단, 당협위원장과 친분 있는 인물, 당협 사무국장 휴대전화 번호 등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승덕 의원 개인에게 전달된 ‘돈봉투’ 사건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돈 살포가 있었다는 얘기다. 경향신문은 3면 <"당협 250곳·대의원 1만여명에 30억원 안 쓰면 탈락">이라는 기사에서 “당세가 약해 ‘자갈밭’으로 불리는 호남·충청권 60여개 당협에 1000만원씩, 기타 190여개 당협에는 500만원 상당의 돈이 ‘평균가’로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만 단순 계산해도 16억원 안팎의 금액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당세가 약한 당협은 1000만원, 500만원씩이 평균가"

       
      ▲경향신문 1월 9일자 3면. 

    ‘돈 선거’는 부패정치를 낳는 씨앗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이 살포된다면 출처가 있을 것이고, 돈을 제공한 쪽은 ‘공천’ 등을 기대하며 돈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공천을 받고 당선될 경우 자신이 들인 돈 이상의 돈을 거둬들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제2의 차떼기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겨레는 3면 <‘국회의장 소환’ 초유의 사태 오나…한나라 패닉>이라는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이날 밤 고 의원의 진술 내용이 알려지자 공황 상태에 빠졌다. ‘공공연한 비밀’로 알면서도 감춰왔던 정당정치의 치부가 동료의원의 내부 고발로 폭로되면서 ‘금권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주목할 대목은 고승덕 의원이 ‘박근혜 비대위’와 친이명박계가 충돌하던 민감한 시기에 몇 년 전 ‘돈 봉투’ 사건을 폭로했다는 점이다. 서울신문은 <여든 야든 ‘돈봉투 전대’와 결별 선언하라>라는 사설에서 “돈 봉투를 건넨 구체적인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음에도 일각에서 여전히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몽준 홍준표 김문수 ‘한나라 비대위’ 비판

       
      ▲국민일보 1월 9일자 5면.

    그러나 조선일보는 3면 <한나라 의원 전체가 수사 대상되나…쑥대밭 된 여권>이라는 기사에서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고 의원이 이런 시기에 말도 안 되는 의혹을 들고 나온 배경을 궁금해 하고 있다’며 ‘만에 하나 정치적 계산으로 누군가가 의도하고 벌인 일이라면 이는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싸우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정몽준 홍준표 김문수 등 여권 실세들은 회동을 통해 ‘박근혜 비대위’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국민일보는 5면 <‘비박·반박’ 간판 3인 회동…박근혜 견제구 날렸다>는 기사에서 “한나라당 정몽준·홍준표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가 8일 이명박 정권 실세 퇴진론을 제기한 김종인.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박근혜 비대위’를 정면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3면 <"박 의장 돈 살포 사실 땐 총선 해보나 마나" 한나라 패닉>이라는 기사에서 “비리 연루자가 전직 대표에서 그치지 않고 의원으로 확산되면 친이계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집단 탈당을 강행, 보수 분열이 우려된다. 최악의 상황은 박후보로까지 친박후보로까지 의혹이 학대되는 경우다”라고 보도했다.

    검찰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 핵심 실세들을 쳐내는 수사가 될지 또 다시 적당히 덮는 수사가 될지, 오히려 여당을 치는 게 아니라 야당에 대한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활용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동아일보 "민주당이 한나라보다 더 부패한 세력"

       
      ▲동아일보 1월 9일자 사설.

    한겨레는 <돈봉투 관련자들 ‘고해성사’하고 정치 떠나라>라는 사설에서 “당사자들이 딱 잡아뗄 경우 혐의 입증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검찰의 확고한 의지와 주도면밀한 수사기법이 요구된다. 행여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는 따위의 시시한 결론이 나오는 일이 없도록 신발끈을 단단히 조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당에 ‘돈 봉투’ 전당대회 사건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불거지자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는 물 타기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사설은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통합당 비판에 초점이 맞춰졌다.

    동아일보는 <‘전대 돈봉투’ 야당은 수사의뢰조차 않나>라는 사설에서 “전당대회의 비리 수준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별 차이가 없다. 말의 영향력 면에서 고승덕 의원을 능가하는 유시민 대표의 실명 고백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비난할 뿐 자신들의 일에 대해서는 수사의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한나라당보다 더 부패한 세력임을 스스로 선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더 부패한 세력이라는 동아일보 주장이 지금 국면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올지는 생각해볼 대목이다.

    중앙일보, 모바일 투표는 이념 편향?

       
      ▲중앙일보 1월 9일자 사설. 

    한나라당이 ‘돈 봉투’ 부패 사건으로 휘청대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전당대회 흥행대목으로 고무돼 있다. 국민선거인단 참여가 탄력을 받으면서 77만명에 이르는 선거인단이 민주당 지도부를 뽑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시민이 64만 명에 이르고 이 중 모바일 투표 참가자들은 88%인 57만 명 수준이다. 민주당이 호남 중심의 장년층 위주 정당에서 수도권 중심의 20~40대 정당으로 변화하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한나라당이 ‘돈 선거’ 사태로 휘청대는 사이 민주당이 국민의 자발적인 투표 열기에 휩싸인 셈이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흠집 내기’ 논란을 자초할 수 있는 보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모바일 투표로 개방된 정당을 만들려면>라는 사설에서 “모바일 투표는 편파성과 선동성이 매우 우려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이념적으로는 진보 유권자의 참여가 크다. 세대 차이는 기술적인 보정이 가능하지만 지역이나 이념의 편향은 균형적으로 만들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민주당 모바일 투표, 흥행 대성공"

       
      ▲조선일보 1월 9일자 사설. 

    그러나 ‘모바일 투표’는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경향신문은 <모바일 전대, ‘돈 선거’ 차단할 대안 중 하나다>라는 사설에서 “이번 열기는 ‘흥행대박’이라는 민주통합당 창원의 평가를 넘어 시민들의 참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정치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한나라당의 ‘돈봉투 전대’ 파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모바일 전대’는 돈 선거를 차단할 수 있는 대안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은 ‘모바일 투표 파도’ 어떻게 넘나>라는 사설에서 “(민주당 전당대회는) 흥행 면에서 대성공이다. 이처럼 투표자가 급증한 것은 이번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를 처음 도입했기 때문”이라며 “(한나라당 방식은) 야당이 모바일 투표 방식으로 70만 명이 넘는 선거인단을 꾸린 지금에 와서는 낡은 방식처럼 비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의정보고서, 한나라당이 없다

       
      

    한나라당은 가뜩이나 냉랭한 여론이 더욱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한나라당 간판으로 당선되고 권력의 달콤함을 나눴던 여당 국회의원들이 국민에게 자신을 알리는 ‘의정보고서’에 한나라당을 지우는 작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4면 <"돈봉투가 당 말아먹었다" 여 해체론 재부상>이라는 기사에서 “돈봉투 사건으로 지역구, 특히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이 더 나빠지자 ‘지역 활동을 할수록 표가 떨어진다’ ‘이삭 주듯이 모아놨더니 한 번에 더 많이 털어먹었다’ ‘의정보고서에서 한나라당 이름을 빼버렸다’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친박계인 구상찬 의원 보고서 표지는 한나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도 빼고 무릎 꿇고 사과하는 사진만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6면 <여 의원 의정보고서엔 ‘한나라당’이 없다>라는 기사에서 “친이계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을) 차명진(경기 부천 소사) 의원 등도 의정보고서 표지에 당 로고를 넣지 않아 약력을 확인하지 않으면 어느 당 소속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한나라 상징, 파란 색 구경하기 힘들다"

       
      ▲세계일보 1월 9일자 사설.

    세계일보는 <‘한나라당’ 문패 없는 여권 인사들의 의정보고서>라는 사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집권여당 사람들이 뿌리는 의정보고서에서 ‘한나라당’이 사라졌다.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여권 인사들의 의정보고서가 잇따라 나오지만 당명을 찾아보기 힘들다. 당 로고도 자취를 감췄다. 당을 상징하는 파란색도 구경하기 힘들다.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도 없다.

    이런 경향은 수도권 지역에서 특히 심하다고 한다. 집권 4년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여권 인사들이 지금 할 것은 분장이나 성형수술이 아니다. ‘한나라당’ 문패를 치우는 일도 아니다. 지난 4년의 공과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는 진솔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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