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중심, 대중적 진보정당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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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1월 07일 10: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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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존경하는 차수련 위원장님께.

    반갑습니다. 강남성모병원 로비 단식농성 투쟁 과정의 차 위원장의 당당한 모습이 생각납니다. 몇 년 전 용산열사 추모식 행진과정에서 만나 뵙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레디앙>을 통해 글로나마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선 노동자 정치세력화 내지 노동정치에 관해 위원장님과 제가 같은 문제 인식을 갖고 있다는 데 대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현장 노동자로서 동지적 애정을 느낍니다.

    민주노총과 정치의 분리 정립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3년 전 전북 지역에서 민주노총의 혁신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할 때 토론자로 참석하여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의 분리 정립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공공운수노조 정치사업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의 정당 내지 정파 예속화’를 비판한 일이 있습니다.

    연합세력 지도자들 분당 책임 막중

    하지만 몇 가지 동의되지 않는 이견이 있어 저의 생각을 밝히고자 이글을 씁니다. 먼저 노동운동과 당의 지도자들의 침묵을 비판하였습니다. 저도 이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차 위원장님도 그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실은 지금보다 3년 전인 2008년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에 대한 노동운동과 당의 지도자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면 분당도 없었을 것이고, 민주노동당의 우경화를 통탄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분당과 민주노동당의 우경화의 책임은 민주노총 조합원과 민주노동당의 평당원이 아니라 바로 저를 비롯한 노조와 당의 주요 간부들이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그 중에서도 연합세력의 지도자들의 책임은 막중합니다. 분단국가라는 현실과 대중들의 민족주의 정서를 이용해서 이를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세력 말입니다.

    80년대 학생운동의 주류를 형성했던 이들은 1991년 구소련의 붕괴와 1994년 김일성의 사망으로 분화했습니다. 90년 중반 이후 그들의 중심적 활동 근거였던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을 스스로 해산합니다. 그들 중 일부는 보수정치권으로 흡수되고, 일부는 시민운동단체를 만들어 나가고, 일부는 통일운동세력으로 운동권에 남고, 일부는 노동단체 등에서 활동하다 진보정당운동에 함후 하고 있고, 나머진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고 생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90년대 후반 김영삼 정권의 탄압으로 학생운동이 어려워지자 기층 시민 민중운동 진영으로 활동 영역을 전환합니다. 시민 농민 노동단체의 상근간부로 말입니다. 그들은 이상근 간부를 통해 민중단체의 활동방향과 사업에 개입하고 심지어 단체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지도부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물론 단위 사업장 노동조합과 민주노총도 그 대상 중 하나입니다.

    싹쓸이 패권정치

    민주노총이 창립되고 97년 총파업투쟁 이후 민주노동당이 창당되고 대중적 지지를 받는 단체와 정당으로 성장하자 과거 진보정치에 냉소적이거나 보수정당의 비판적 지지로 일관하던 이들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 대거 참여합니다.

    노동조합의 간부를 자신들의 회원으로 포섭하는 조직화 사업을 시작합니다. 노조의 선거에 개입하고 대의원회의를 장악하기 위해 대의원을 조직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노동조합을 구성 운영합니다. 노동조합의 주도권을 잡으면 이 힘으로 조합원들을 당원으로 조직화 합니다. 그래서 집단 입당이란 성과를 냅니다. 

    그 힘으로 다시 당의 회의체와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당권을 잡고 당을 독선적으로 운영합니다. 또는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잘못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것이 패권주의입니다. 2003년 이후 현재까지 민주노총과 2004년 이후 통합까지 민주노동당이 같은 정파 내지 정파연합의 주도권에 의해 운영되지 않았습니까?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패악질은 극에 달합니다. 당내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권영길 의원과 야합하여 권영길 대선후보 만들기를 합니다. 아울러 2008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비례후보를 자신들의 정파연합에서 싹쓸이하기로 하고 비례 15번까지 그 명단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에서 자행된 당권파의 패권주의 사례입니다. 진보적 가치를 가진 정강 정책은 그만 두고 당내 민주주의도 못하는 정당이 진보정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때도 많은 지도자들은 침묵하였습니다. 당내 비판의 목소리를 소수파 비주류의 푸념 정도로 치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도자들은 다수의 횡포를 보고도 침묵하거나 외면하였습니다. 민주노총의 위원장도 당의 잘못된 행태를 보고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동조하거나 제식구 감싸기로 일관 했습니다.

    지도자들의 침묵과 분당

    당내 비판세력의 입장을 받아 심상정 비대위를 구성하였지만 비대위의 혁신안은 연합세력의 대의원들에 의해 철저히 부정되었습니다. 이때도 지도자들은 침묵하였습니다. 그것이 분당이란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대중조직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당의 주도권을 잡고 이를 통해 정권을 잡겠다는 그들의 원대한 계획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관철시키려는 그들의 행동은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조합원과 현장간부들로부터 어떠한 비판을 받더라도 일단 관철시키면 된다는 그들의 오만함의 표현입니다.

    아니 그렇게 해서 정권을 잡고 노동자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치를 할 것이라는 신뢰와 기대를 갖는다면 적극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보수정당과 야합으로 또는 반대급부로 당선된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지방의원의 모습에서 그런 확신을 갖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자주적 결사체인 대중조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혁신입니다. 80만 조직노동자의 대변자가 아니라 1,500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단체로서 위상을 확립해야 합니다. 특정정당, 그것도 자신들의 지지 세력인 노동자 농민을 배신하고 정리해고제 · 파견제 · 비정규노동제 · FTA를 추진하고 군대를 파견한 세력들과 야합한 통합진보당의 하부조직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될 일입니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의 관계는 지지와 지원과 더불어 비판과 견제의 독립된 위상을 각자 가져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조직으로 진보정당을 자임하는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노동자를 탄압하면 그 정권에 맞서 투쟁하는 조직으로 영원히 존재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탈당이 배신?

    다음으로 저와 생각이 다른 부분은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사람들에 대해 배신자라고 규정한 부분입니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입장에선 탈당한 사람들을 배신자라고 부르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것은 당권파의 패권적 행태가 싫어서 또 간첩당의 오명을 벗고 싶어서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운동권 내 한나라당 같은 정파와 결별하고 우리가 진보정치운동을 시작한 초심으로 돌아가 노동자를 제대로 대변하는 정당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정당이란 조직을 만들고 세력을 확대해서 권력을 잡고자 한 것은 노동자 민중을 피지배계급이 아닌 지배계급으로 만들자는 것이지 너도 나도 한자리씩 차지하는 권력자가 되자고 한 것은 아닙니다. 민주노동당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민중이 권력을 갖는 세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으로 당을 탈당했습니다.

    자신들의 기득권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혁신도 거부하고, 동지들을 국가보안법을 남발하는 공안정권의 동조자로 야유 비방하는 그들과 정치적 생명을 같이 할 수 없기에 당을 탈당한 것입니다. 원내정당을 떠나 광야로 나갔습니다. 따뜻한 초가집을 버리고 천막생활로 나간 것입니다. 그런 우리를 민주노동당은 배신자로 규정했죠. 민중 대중들에게 배신자로 호도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노동자 민중을 배신하지 않았으며, 민주노동당의 당권파가 싫어서 비상대책위를 통해 당을 혁신하고자 했으나 그 마저도 실패하면서 민주노동당의 당원들과 결별했을 뿐입니다. 여전히 진보신당은 노동자 민중의 아픔과 눈물을 나누고 투쟁하는 자리에 함께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역량이 부족하여 드러나진 않지만 묵묵히 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을 탈당했지만 자신의 출세를 위하여 민중을 배신하진 않았습니다.

    노심조보다 이정희와 연합세력 비판 더 받아야

    참으로 안타깝고 통탄스런 사실이지만 진보신당이란 새로운 시도마저 지금은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당의 주요한 지도자들이 통합진보당에 입당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시 세우겠습니다. 통합 실패의 모든 책임을 진보신당의 당원들에게 전가하는 정치탄압을 극복하고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 유일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는 진보신당이 되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저의 개인생각입니다만 진보신당과 사회당을 기반으로 좌파들이 대동단결하여 노동중심의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른바 노심조가 문제라는 부분입니다. 노심조는 일정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열배는 많은 비판을 받을 사람과 세력이 있습니다. 바로 구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대표와 연합세력입니다.

    진보신당의 창당 이후 민주노총 현장의 혼란과 분열은 저의 예상보다 심각했습니다. 특히 현장조직이 많은 금속 등 제조업 현장이 극심했습니다. 현장조직 간의 정치적 입장은 선거 때 뿐만이 아니라 일상 사업에서 대립하였으며, 현존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 반대의 입장으로 끊임없는 갈등을 겪었습니다.

    제가 속한 전국 사회보험 노조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노조 간부나 조합원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진보정당에 관한 논의를 피했습니다. 가끔 성깔 있는 간부들에 의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였지만 어느 정당에 대해서 지지도 비판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3년간 지속되었습니다.

    그러한 현장의 혼란과 갈등 그리고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통합을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논의를 외면하고 피할 문제가 아니라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진보신당 내에서 통합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 길을 함께 걸어 왔습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으로 민주노동당과 통합 논의를 둘러 싼 진보신당 내의 갈등과 대립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습니다.

    구 민주노동당 당권파의 의도

    진보신당 대의원 2/3의 찬성을 얻지 못해 결국 통합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합의문 부결의 결과를 가져온 원인은 ‘5.31 합의문’의 내용도 문제였지만 이정희 대표와 유시민 대표의 사랑 놀음, 심상정 전대표의 이른바 ‘연립정부론’입니다.

    이 두 가지는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거부하는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확실한 반대 명분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 이후 국민참여당과 통합할 것이라는 나아가 2012년 대선에서 연립정부론을 내세워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당의 우경화가 예정되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졌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민주노동당 당권파의 의도를 추론해 보면 이렇습니다. 분당 이후 분당의 책임은 탈당한 사람들에게 있다. 자신들은 당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진보신당과 통합을 위해 앞장서겠다. 그렇게 대중을 현혹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통합논의에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진보신당이 통합논의를 제안하고 연석회의를 하자고 하니 무척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대중적 요구는 통합하라는 것인데 진보신당이 통합논의를 하자고 하니 거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응하자니 그동안 당권을 잘 지켜 왔는데 당권에 도전하는 세력과 함께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지요.

    피할 수 도 없고 연석회의에 마주 앉기 했으나 진짜 통합할 마음은 없었지요. 그래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끌었습니다. 막판에 밀려서도 3대 세습 문제에 대한 표현을 가지고 대립을 하다가 진보단체들의 압력에 못 이겨 마지못해 봉합형 합의를 했습니다.

    진보정치 발전 저해세력

    이 때 이정희 대표는 진보신당과 통합을 위한 합의를 해 놓고 합의내용에 대한 딴지를 놓고, 다른 한편으로 유시민 대표와 사랑 놀음을 공공연하게 합니다. 통합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행보입니다.

    이후 진보신당은 2차 합의과정에서 ‘진보 양당 통합 이후 국민참여당의 통합논의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두는 데에 동의하든지, 통합에 동의해야 한다’는 민주노동당의 당권파의 입장을 수용하든지, 통합논의 틀을 깨든지 하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았습니다. 

    민주노동당의 당권파는 왜 이런 제안을 했을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진보신당과 통합하면 자신들의 패권적 운영에 반대해 왔던 당내 여러 정파들이 진보신당파와 연대하여 당권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러느니 진보신당의 독자파를 자극하여 통합안을 부결토록 유도하고, 통합부결의 책임을 진보신당 당원에게 전가하여 당권을 유지하면서 자신들은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통해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과의 선거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을 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정희 대표와 연합세력이야 말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통합 무산의 결정적인 원인제공자이자 책임을 지어야 할 진보정치 발전의 저해 세력입니다.

    저는 좌파 모험주의자도 좌파 순혈주의자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을 미워하거나 적대시 하지 않습니다. 지역에서 보는 그들의 노동자에 대한 애정과 열정 헌신성은 존경스럽습니다. 때론 그들의 활동이 저 자신을 성찰하는 데 좋은 자극제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운동권 내 조폭문화는 싫어합니다. 자신의 정파가 아니거나 자신과 다른 정당의 당원이라고 비방하거나 모욕 또는 폭행하는 반인권적 행태는 운동권에서 청산되어야 합니다. 진보주의자는 민주주의자보다 높은 가치와 위상을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냉소와 외면으로는 못 바꿔

    존경하는 차수련 위원장님!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합시다. 냉소와 외면으론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실천 없인 민주노조운동도 진보정치운동도, 민주노총도, 진보정당도 혁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조직 민주노총을 지키고 진보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다시 모색하고 실천합시다.

    정당운동을 찬성하는 사람은 노동자 중심의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다시 뭉칩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목적인 ‘노동자 민중의 해방’,‘민중권력 쟁취’를 위한 대장정을 다시 시작합시다. 그 길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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