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운동가 vs 경찰청장, 한판 승부?
        2012년 01월 04일 05: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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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자이자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은 지난 11월 29일자 <경향신문> 칼럼 “누가 강남을에 도전할 것인가”를 통해 올해 총선에서 강남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야권이 압구정동으로 대변되는 강남갑에서 승리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지만, 강남을은 그렇지 않다며 야권의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강남을에 설 영웅 누구인가?

    그는 강남을의 경우 “공성진 전 의원의 탈락으로 무주공산이기도 하지만, 계급적인 성향이 강남갑에 비해서는 좀 낮다.”고 분석하고 “만약 전략적으로 강남갑과 강남을 중, 한 곳을 선택해서 집중하라고 하면 나는 강남을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이는 강남을, 누가 이곳에 출마할 것인가? 내년 총선 1번가는 강남을이다. 1%와 99%의 싸움, 시민적 보편 권리의 출현, 그 앞에 설 영웅은 누구인가?”라고 야권의 적극 대응을 부추겼다. 

    실제로 지난 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강남갑에서는 35% 득표을 기록했지만, 강남을에서는 42.3%를 얻은 바 있다. 나경원 후보는 각각 64.8%와 57.4%를 기록했다. 여당이 여전히 안정적 과반수를 확보는 했으나, 강남을의 경우 완전 안심 지역은 아니다.

       
      ▲지난 달 28일 허준영 한나라당 예비후보 출판기념회가 열린 강남구민회관 앞에서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사진=철도노조)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우석훈의 ‘선동’에 넘어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1월 4일 현재 강남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통합진보당 정책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남 좌파’ 신언직 후보와 한나라당의 허준영 후보 두 사람이다.

    민주당은 아직 등록한 예비후보가 없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그 동안 ‘거물급’들의 출마설이 나돌았으나 거명되던 인사들은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상태다. 신언직 후보 측은 “민주당에서 이름이 좀 알려진 정치인들이 이 지역에 와서 ‘간을 보고’ 간 상황”이라며 “현역 비례후보 여성 의원이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사고철, 노동탄압 주범 부각시킬 것"

    통합진보당의 신언직 후보는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이 지역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해 5.24%를 얻은 바 있다. 민주노동당 김재연 후보는 4.93%를 기록해 둘이 얻은 득표를 합하면 10%를 넘어섰다. 당시 한나라당 공성진 후보는 62.7%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한편 강남 지역의 야권 후보단일화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그리고 지난 해 7월 야권 통합의 촉매제 역할을 내세우며 출범한 원탁회의 ‘희망2013·승리 2012’ 사이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중앙 차원의 협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앙당 수준의 후보 조정이 원만하게 타결되기 어려운 국회의원 선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앙 차원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역 차원에서 후보들 간 경합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야권 후보 단일화는 투표일이 임박해서 결판이 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신언직 후보 측은 한나라당의 경우 현재 공천 신청자가 10여 명이나 될 정도로 많이 있지만, 허준영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만약 친이계인 허 후보 대신 다른 후보로 결정될 경우 그가 독자적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 후보 측은 허 후보가 노무현 정부 경찰청장 시기 집회 과잉 진압으로 농민을 사망케 해 옷을 벗었다는 점과 한국철도공사 사장 재직 시 ‘노조 탄압’과 ‘사고철’을 만든 주범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공세를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 강남지역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신 후보는 오랜 시절 전노협, 민주노총 등에서 노동운동을 해온 인물로, 허 후보와 ‘노동운동가’ 대 ‘노동탄압 우두머리’의 구도를 강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석훈 박사는 “객관적으로는 강남을이라도 좀 어렵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지만, 분위기 타면 해볼만하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진보 쪽으로 단일화가 될 경우 더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야권 통합 후보로 나서고 바람이 불어주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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