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주도 진보정치, 아직 까마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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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1월 03일 11: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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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격변의 해 

    새해가 밝았다. 흑룡의 해답게 세상은 온통 먹구름 속에서 변혁의 계기가 꿈틀거린다. 세계경제는 2008년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유럽발 재정위기가 그리스, 스페인 등을 거쳐 이탈리아에까지 이르렀다. 미국은 달러라는 패권에 기대어 저무는 해처럼 안쓰럽게 영광을 되찾으려 하지만 힘에 부치는 데다가 고실업과 빈부격차는 여전히 극심하다.

    G20은 말잔치 이상의 세계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판싸움을 예고하는 듯하다. 중동에서 불어온 자스민 혁명의 바람은 "월가를 점령하라"는 외침으로 변해 전세계에 걸쳐 1%의 탐욕한 가진 자에 항거하는 99%의 점령하라 운동을 낳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부터 출발하는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다시 한번 재연할지, 국지적 조정으로 끝날 지 아무도 예상하기 힘든 한 해이다. 

    국내적으로 보면, 총선과 대선이 한꺼번에 치루어지는 정치적 격변기이다. 우리 사회는 정치적 격변기를 맞이하여 항상 사회적 분출과 새로운 운동의 진출이 이루어져왔다. 4.19혁명이나 87년 6월 항쟁과 그에 뒤이은 노동자대투쟁이 그러했다. 오늘의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원형은 87년 노동자대투쟁에서 버무려졌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투쟁성이 드러나고, 노동없는 민주주의를 극복하려는 운동이 시작된 것이었다.

    올해 선거는 특히 MB 정권의 실정과 불통에 맞선 개혁과 진보진영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환호하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철저히 그들의 잔치라고 냉담하기도 하다. 그러나 앞에서도 보았듯이 정치적 격변기에 노동자대투쟁이 활성화되고, 한 단계 도약의 계기가 되듯이 노동운동이 사회적 변화의 시기에 냉담할 일은 아니다.

    MB 정권하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엄청난 탄압과 불이익을 당하고 수세에 내몰려야 했다. 정치의 중요성과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누구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러했기에 민주노총은 진보정치의 통합을 위해 지난 한 해 줄기차게 노력해왔으며, 진보진영의 선통합과 확대를 위해 투쟁해오지 않았던가? 

    진보정치 대통합의 실패  

    그러나 한편으로 현재의 정치정세는 노동없는 진보정치, 노동이 배제된 진보정당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 상황은 우리에게 역으로 노동자의 대중조직인 노동조합, 민주노총의 혁신과 대응이 더욱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통합을 거부한 당과 선 진보정치 통합을 거부하고 자유주의 개혁세력과 함께 통합한 당을 놓고 어느 정당도 민주노총이 제시한 원칙과 기준에 합치하는 당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아울러 양 당 모두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 당원만이라도 제대로 힘을 모았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를 생각해본다면 민주노총의 역부족에서 이 모든 사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한편 역사의 수레바퀴는 냉철하게 굴러간다. 선거를 맞이하여 각 당은 모두 절치부심하며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대중에 의해 냉철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노동자대중에게 정치의 격변이 자신의 삶과 노동에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라는 보다 심오한 진실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올 것이다. 차별과 굴종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변화가 올 것인지, 대다수 무노조 미조직 노동자에게 그들의 든든한 보호벽이자 안식처인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생활임금이 지급되는가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는 정치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노동대중의 삶과 현실은 사회경제적 격변없이는 불가능하고, 이는 단결된 투쟁의 힘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노동조합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그러한 준비와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가, 광범위한 노동대중을 결집시키고 그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삶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준비와 태세가 되어 있는가가 더욱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정치적 격변은 그러한 준비가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노동대중이 새로운 비전과 열정으로 참여하는 대중운동을 낳을 것이다. 

    제2의 산별노조운동과 정치세력화가 요구

    지금 민주노총의 산별노조운동과 정치세력화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1단계 산별노조운동이 기존의 기업별 노조를 하나의 산별노조로 통합하는 것이라면, 그 운동은 80%가 넘는 산별노조 전환으로 이미 마무리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산별노조운동이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뛰어넘는 노동자의 대단결운동, 기업의 규모와 정규, 비정규직 등 자본이 강요한 노동자간 분열을 뛰어넘는 운동이라면 새로운 시작점에 불과하다.

    또 정치세력화가 노동운동 간부의 국회의원화, 진보정치의 제도적 진출이라고 한다면 이미 이루었다. 그러나 노동자대중이 직접 참여하고 노동대중이 주인이 되는 진보정치의 실현이라고 한다면 아직 까마득한 걸음마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새로운 제2의 산별노조운동, 제2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의 산별노조운동은 광범위한 미조직 비정규 대중을 조직하는 데서부터 시작되고, 그 핵심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이고, 금속노조에게 있어서는 공단 조직화와 사내 하청 조직화이다. 격변의 시기에 공단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대적으로 조직할 수 있도록 조직의 운영과 사업작풍, 활동 등을 재점검하고 새롭게 혁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가올 격변기에 87년 노동자대투쟁에서 조직률이 배가되었듯이 이들 노동자 조직률을 대폭 끌어올려서 전체 노동자의 선두에 금속노동자의 깃발이 나부껴야 한다. 과거 87년 노동자대투쟁이 자연발생적 대투쟁이었다면 이번의 대규모 조직화는 금속노조의 목적의식적 지도와 선도적 활동에 대중들이 결집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영세 노동자의 조직화는 어렵고도 힘들기 때문이다. 보다 치밀한 전략과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대공장 노동조합은 일종의 근거지가 되어 중소영세 노동자와 사내하청 노동자의 조직화를 이루는 인력과 재정의 담보가 되고, 중소기업 노조들은 기존의 기업별 노조활동을 벋어나서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제2의 정치세력화도 기존의 대리주의 정치세력화운동을 벋어나서 노동자가 직접 정치의 주체가 되고 활동하는 모범을 창출해나가야 할 것이다. 광범위한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지역의 안전보건, 생태, 공공행정과 재정의 주인으로서 활동을 전개해나가자.

    정파와 당에 따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통해 모범과 단결을 실현함으로써 올바른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노동정치를 활성화하고 각 당에게 노동의 관점과 중심성을 이루어내고 장기적으로 진보정치의 대단결을 이루어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또 하나 필요한 것은 노동자의 관점에 선 두뇌집단, 노동조합 연구집단의 필요성이다. 현재의 민주노총과 산별노조들은 2004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의 출범 이후 경쟁적으로 개별적 독자 연구소를 출범시켰지만, 오히려 규모의 영세함과 분산성으로 노동자의 관점에 선 진보적 대안연구소로서의 위상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분산된 연구기관을 장기적으로 통합하고 각 산별의 요구를 민주적으로 수렴하는 싱크탱크의 필요성은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여 더욱 요구되고 있다.

    삼성의 연구소가 국정을 쥐락펴락하는 동안 노동계의 연구소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구소들의 능력과 현장으로부터의 거리감을 탓하기는 쉽다. 그러나 올바른 연구역량을 키우는 것이 왜 필요한지,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기에도 시간은 짧다. 담대한 비전과 과학성이 노동운동에 시급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 글은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뉴스레터(1월 2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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